호랑이의 배꼽, 한반도 중심!
호랑이의 배꼽, 한반도 중심!
  • 김재경 기자
  • 승인 2014.12.02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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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양구에 발을 내딛다

청주에서 3시간. 쭉 뻗은 고속도로를 내달려 양구의 초겨울과 조우했다. 수목은 여전히 한들한들 가을빛이었지만, 온몸은 금세 겨울 내음에 물들었다.
같은 장소, 두 계절. 양구에는 알찬 가을이 아직도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겨울과 만나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었다. 바람결을 따라 흔들리는 나무 사이를 걷고 계곡 물에 비친 하늘을 보면 될 일이었으므로. 그러다 이따금 식당마다 풍겨오는 음식 냄새에 이끌려 또 다시 가을의 풍성함을 맛으로 느낄 수도 있었다. 발길 닿는 곳곳마다 짙은 가을과 겨울색을 동시에 머금은 양구의 풍경을 만났다.                                            

<편집자주>


 한반도의 허리를 끊어 놓은 휴전선 238km, 그 중에서도 동부전선에 해당하는 양구의 DMZ는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격전지 중 하나였다. 전쟁의 포성이 멈추고 나서도 오랫동안 그 상처를 품은 탓에 버린 땅으로 치부됐던 양구가 번데기가 나비가 되듯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전쟁이 오랜 세월을 거쳐 돌려준 보상이랄까. 60년간 사람의 발길이 끊긴 곳에 자연의 생명력은 황무지였던 격전지를 다시금 생명의 땅으로 되돌려 놓았다.



▲대한민국의 중심, 국토정중앙점 ‘휘모리’

동경 128도 02분, 북위 38도 03분의 좌표로 표시되는 곳이 바로 한반도의 정중앙점이다. 얼마 전까지 정중앙점은 강원도 회양군 현리 부근으로 알려졌지만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를 대한민국 영토로 정한 ‘헌법 3조’에 근거해 양구군 남면 도촌리 봉화산 기슭의 현재 장소로 새롭게 지정됐다. 봉화산 초입 주차장에서 느린 걸음으로 15분 정도면 닿는 국토정중앙점 바로 위에는 조형물 ‘휘모리’가 세워져 있다. ‘휘모리’의 중앙에는 옥으로 만든 둥근 구가 박혀 있는데, 이는 사람의 몸과 같이 국토정중앙점 역시 ‘배꼽’과 같다는 의미.

국토정중앙점을 갈 때 역시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국토정중앙천문대. 1년 중에 하늘이 가장 맑은 때. 조금 쌀쌀하긴 하지만, 별 보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날씨가 없다. 까만 밤 하늘을 수놓는 페가수스, 안드로메다, 페르세우스까지… 3층짜리 건물에 주관측실, 천체투영실, 전시실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그중에서도 전시실은 눈여겨봐야 할 곳. 1, 2층으로 구성된 전시실은 작지만 국토정중앙, 태양계, 우리 은하, DIY 관측, 망원경으로 본 우주, 한국의 천문학 등 구성이 다채롭다. 무엇보다 최근 많은 이들이 캠핑을 즐기는데 이곳은 야영장과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어 평소 캠핑에 낭만을 가진 이라면 추천할 만하다.



▲전쟁의 엄숙함과 자연의 위대함을 동시에, 두타연

양구에서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곳. 50년간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출입이 금지되었다가 지난 2004년 처음 개방된 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1천 년 전 두타사라는 절의 이름에서 유래 된 이 곳 두타연은 높이 10m, 깊이 12m의 폭포를 뜻하는데, 곡류였던 수입천의 흐름이 바위를 뚫게 되면서 만들어 진 폭포의 모습 앞에서는 자연의 위대함에 저절로 숙연해 진다.

약 60분에서 80분으로 짜여 진 둘레길 코스를 천천히 걷다보면 많은 볼거리가 있다. 계곡 한편 생태탐방로의 길목에 있는 ‘두타교’가 그 중 하나다. 나무를 주재료로 만든 이 다리는 지난 2009년 완공 된 곳으로 일명 ‘흔들다리’로 더 유명하다. 말 그대로 출렁이는 다리를 건너는 재미는 사람들을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오직 이 곳에서만 경험 할 수 없는 지뢰 체험장이 있다. 잘 다듬어진 둘레길 바로 옆쪽에 위치한 황무지에는 실제로 지뢰가 있어 출입이 금지돼 있는 상황. 그래서 무심코 걷다 가상지뢰 터지는 소리에 심장을 쓸어내리기도 여러 번이다.

여러 체험 외에도 보고 또 봐도 신기하기만 두 사람이 뽀뽀하는 형상을 한 바위와 더불어 로마 군사의 전투모와 같은 바위 역시 빼놓으면 아쉬운 곳이다.

무엇보다 폭포수에는 청정 1급수에만 서식한다는 열목어의 국내 최대 서식지다. 두타연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물이 깨끗해 그 온도가 하도 낮아 물고기들이 자신들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 열을 분출해 눈 주위가 빨갛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열목어를 ‘빨갱이’라고 부른다고 하니 두타연에 방문하면 물속에 바삐 헤엄치는 빨간 눈의 열목어 떼를 직접 확인해 보길!



▲북한군의 거친 숨결이 느껴지는, 제4 땅굴

1990년 3월.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불과 14년전 일이다. 양구 동북방 비무장지대 안에서 발견 된 제4 땅굴은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1,20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높이와 폭이 1.7m 길이 2052m인 땅굴이 발견 된 것은 귀순한 땅굴 인부의 증언을 토대로 탐지작업을 펼쳐 세상에 드러났다. 역탐지를 위해 우리 군이 파들어 간 땅굴 입구를 따라 5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레일이 놓인 실제 북한의 땅굴이 나타난다. 투명유리로 된 20인승의 전동차가 운행되고 있어 편리하게 관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땅굴 옆에는 안보전시관이 있는데 280명이 한 번에 관람할 수 있는 영화관에서 제4땅굴 발굴 및 굴착장면과 발견 당시의 수색상황 등을 영상기록으로 볼 수 있다.

제4 땅굴 입구 바로 옆에는 충견 헌트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셰퍼드 종으로 육군 제 21사단에서 활약한 군견 헌트는 땅굴 발견 후 북한군 소탕작전 당시 탐사견으로 투입됐다. 도망치던 북한군이 땅굴 바닥 수중에 지뢰를 설치해 놓은 아찔한 상황. 작전에 투입된 1개 분대원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을 뻔 했지만 먼저 앞서가던 헌트가 수중지뢰를 밟음으로서 큰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 동물이지만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한 헌트의 공을 인정해 군견으로서는 최초로 ‘소위’ 계급을 추서했으며 인헌무공 훈장을 수여했다.



▲한 뚝배기 하실래예, 동촌 소머리국밥 순대국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팔팔 끓인 국밥 한 그릇과 감칠 맛 나는 깍두기 한 접시만 있으면 금세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된다. 양구에도 정성을 담아 끓인 순대국밥 한 그릇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국밥집이 있다.

1995년부터 약 20년 동안 양구에서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국밥집이다. 실내는 군부대와 인접한 특성을 살려 각종 군인 용품과 목재를 사용해 꾸며 전체적으로 재미있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서정적이고 향토적인 가게 분위기처럼 가마솥에 푹 끓인 국밥을 맛볼 수 있다.대표메뉴인 순대국밥은 돼지머리를 푹 고아 만든 국물 맛이 일품이며 통통한 순대가 넉넉히 들어간다. 좀 더 시원한 국물 맛을 느끼고 싶다면 우거지가 들어간 국밥 메뉴를 주문하는 것도 좋다. 얼큰하면서도 국물 맛이 시원해 술을 마신 다음 날 해장음식으로 먹으면 딱 좋은 메뉴다. 순대국밥 외에도 선지해장국, 콩나물해장국 등 뜨끈한 해장국 메뉴도 선보인다. 우리 대학 근처에서 순대를 주문하면 모두 소금장을 내오지만 이 곳은 부산에서만 먹는다는 쌈장이 함께 나온다. 기자는 처음으로 순대에 쌈장을 찍어 시식했는데 소금에 찍어 먹을 때보다 훨씬 고소했다. 혼자 찾아서 식사해도 어색하지 않은 국밥집. 부담 없이 방문해 든든하게 배를 채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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