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뜯기에서 관음증까지
헐뜯기에서 관음증까지
  • 박준영 기자
  • 승인 2015.03.01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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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고 본방사수’가 불편한 이유들
 2015년 1월을 첫 시작으로 지난 2월 12일까지 KBS2에서 방송된 ‘작정하고 본방사수’에 대한 의견들이 뜨겁다. 재밌기만 했다는 의견서부터 진심어린 비판을 받아 마땅치 않다는 의견까지, 자체 최고시청률 3.8%를 기록하며, 방송이 종영된 지금까지도 연일 논란의 도마에 오른 ‘작정하고 본방사수(이하 작본사)’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는 명목하에 시작된 작본사의 첫 단추는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다. 여러 가족들이 간만에 TV앞에 앉아 각종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런저런 이야기부터, 함께 건강한 웃음을 나누는 등 근래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예능을 선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화기애애함은 방송 2회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개그콘서트’와 ‘뮤직뱅크’등의 자방송국 프로그램을 보던 기획과는 다르게, 작본사는 ‘나는가수다’, ‘진짜사나이’등 타방송사 프로그램을 주력으로 시청하는 프로그램으로 그 방향을 바꿨다.

 “단순히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는 질문은 모든 출연진들의 태도를 보면 충분히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하나같이 화나있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TV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그를 보는 시청자들을 처음부터 불편하게 만들었고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은 하나같이 더 불편하게 만드는 내용뿐이었다.

 “나가수 저거 또 하네, 저거 불후의명곡 때문에 망하더니 그거 고대로 베껴온 것 좀 봐”, “쟤는 노래 진짜 못한다, 보면서 깜빡 졸았네, 진짜 재미없어”, “나는 귀가 너무 고급이 되가지고 이제 저런 거 보면 시시해”등 프로그램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과 더불어 방송출연진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들은 무수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발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문제되는 상황들이었으며, 거만하게 TV앞에서 아무 말이나 하는 프로그램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시청의 이유를 잃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더불어, ‘나는가수다’와 ‘불후의 명곡’을 비교하며 ‘나는가수다’를 망하고 또 하는 표절프로그램으로 낙인 하는 모습들과 출연 가수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모습들은 기존에 ‘나는가수다’를 시청했던 사람들까지 ‘표절프로이면서 수준 낮은 사람들이 나오는걸 왜 보냐?’는 식의 분쟁을 조장하고 있었고, 타방송을 시청했던 시청자들까지 욕하는 모습을 보인 작본사는 연일 논란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작본사는 ‘나는가수다’이외에도 ‘진짜사나이’, ‘런닝맨’, ‘압구정백야’등 타방송사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는데 바쁜 모습을 보여줬으며, 날 서린 비판을 넘어선 과도한 비난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걸 왜봐?”, “저거 문제야”와 같은 발언을 편집 없이 방송에서 내보냈고, 해당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에게까지 모욕감을 주는 발언들을 서슴없이 뱉어내는 출연진들을 ‘공감’이라는 무게로 포장하기에는 이미 해답에서 멀어진 뒤였다.

 그렇다면, 과연 KBS에서 방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시청했을 때의 반응 역시, 타방송사 프로그램들처럼 날선 비판으로 이어졌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개그콘서트’를 제외한 KBS방영 프로그램은 ‘보기 좋은’이미지로 포장되기 일쑤였으며 그 대표적인 사례는 작본사의 마지막회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방송종료 직전, 여태까지의 방송분 내내 아무런 표정 없이 TV를 시청하던 가족을 에필로그에서 다시 보여주며, 구성원 중 한명이 TV앞으로 다시 찾아와 KBS1의 ‘당신만이 내 사랑’을 시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타방송 시청에서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던 출연진은 미소를 머금고 시청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출연진의 훈훈한 마무리로 엔딩을 이끌었다. 해당 드라마도 분명 좋은 프로그램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여태까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타방송사 프로그램을 까던 작본사의 마무리가 KBS 드라마를 보며 차가웠던 얼굴에 피어나는 조그만 ‘미소’로 엔딩을 장식한다는 건 너무나도 뜬금없고 거북한 포장에 지나지 않았다.

 타방송사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헐뜯는 모습 이외에도 작본사는 그 구성에서도 문제를 가져왔다. 기존에 방송되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우 다른 사람의 활동을 본다는 것과 동시에 방송의 내용을 채울 수 있는 ‘미션’이나 ‘목표’가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작본사는 TV앞에서 무작정 씹어대기 바쁜 모습을 보여주는 것 외에는 그 어떤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

 다시 말하자면, TV를 보고 있는 가정의 모습을 또 TV로 시청하는 해괴한 시청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른 집에서 TV를 시청하는 모습을 왜 시청자들에게 또 그 모습을 보라고 만드는지에 대한 이런 의미 없는 구성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으며, 다른 집안을 일방적으로 관찰하는데 지나지 않는 ‘관음증’에서 진화하지 못한 프로그램 구성은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자리했다.

 ‘작본사’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써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적어도 기존에 있던 프로그램들에서는 이렇게 일방적인 헐뜯기와 타인의 TV시청을 1시간동안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없었기에 말이다. 하지만, 수신료의 가치를 감동으로 전하겠다던 KBS의 슬로건과 너무나도 다른 이런 자극적인 프로그램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어떤 감동이나 공감을 일으키는지는 미지수이며, ‘공감’과 ‘감동’ 그리고 ‘건전한 웃음’이 결여된 자극적인 프로그램은 다수의 공감을 절대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하며, 자극적이기만 했던 작본사의 위태로운 방황에 결국 ‘자기얼굴에 침뱉기’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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