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을 2015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도록 결정하여,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던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월 24일 정치관계법(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등) 개정안을 발표하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지구당의 부활, 총선·대선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선거일 11일전부터 후보자사퇴 금지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먼저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고 국회의원 정수 300명 안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정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지역구 의원이 246명, 비례대표 54명인 점을 감안하면 지역구 의원이 상당수 줄어드는 셈이다. 선관위는 또 지역구 출마 후보자도 권역별 비례대표 의원 후보로 동시에 등록할 수 있는 ‘석패율제’를 도입토록 했다. 이렇게 되면 ‘지역구·비례대표 동시 등록 후보자’가 지역구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각 정당의 권역별 비례대표 배분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이 될 수 있다. 선관위는 정치권의 고질적인 공천 잡음을 없앨 수 있고, 정당의 후보 결정 과정에 국민 의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국민경선제를 대선과 총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 주요 선거에 모두 적용하도록 했다.
그런데 선관위의 이와 같은 개정 의견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보면, 권역간의 동질성이 약한 경우, 그리고 권역내의 공천주도권 경쟁이 발생하는 경우 그 실효성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상당한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지역구의원의 수가 줄어 들어 현역의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문제다. 둘째, 석패율제의 도입이 지역주의 정치구조를 완화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유력정치인의 보호장치, 내지 안전장치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셋째, 국민경선제를 도입할 경우, 역선택의 문제도 제기되지만, 정당의 공천권을 국민이 가진다는 논리적 모순이 더 큰 문제다. 국민이 공천도 하고 선출도 하는 상황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공천권은 당연히 정당이 행사해야 하며, 국민은 표로 그 선택을 평가하는 것이 맞다는 지적이다. 넷째,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정치관계법의 개정권이 국회의원들에게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당이 정략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여 개혁적인 방향보다는 기득권의 보호 내지 신장에 방향성이 맞추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는 여야 의원 20명으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두어 정치관계법의 개정과 함께 선거구획정에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성완종리스트 파문으로 거의 모든 논의가 정지된 상황이다. 바라기는 이와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개혁을 위한 논의가 깊이 있게 이루어지는 것인데, 이전의 사례를 보면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진정한 정치개혁이 이루어지려면 개혁의 대상인 국회의원들이 정개특위를 구성하기보다 정치 관련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정개특위를 구성하고, 국회는 그 안을 수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만 토의하고 표결로 가부를 결정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개혁의 방향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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