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삶을 그린 시
봄과 삶을 그린 시
  • 변선재 기자
  • 승인 2015.04.27 02: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5년의 봄은 여태껏 그래왔듯이 조용히 다가와 꽃피우고 다시 사라졌다. 요즘은 비록 꽃이 다 져버리고 말았지만, 아직까지 봄의 기운은 캠퍼스에 생생히 남아있다. 여러분에게 봄은 어떤 의미인가? 그것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각자 다양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오늘은 학우 여러분에게 시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비교적 주제를 알기 쉬운 이 시는 봄을 배경으로 하였다. 기자는 이 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고민과 현실의 각박함을 훌훌 털어버리고 잠시 벚꽃 그늘 아래 앉아 삶의 여유를 만끽해보자’로 받아들였다. 현대 인류의 발전은 우리에게 편의성과 안정성을 가져다 주었지만, 그만큼 우리는 대가를 지불했다. 마치 세탁기가 생겨서 빨래가 간단해야 하는데, 오히려 빨래가 많아져 힘든 경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자본은 사람의 가치를 숫자로만 표기하여 인간성을 앗아갔고, 오직 인간의 능력만이 중요하게 되어 사회적 약자 혹은 낙오자들은 사회에서 설자리가 없어졌다. 장점이 생긴 만큼 단점이 생긴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시는 각박한 현실을 잊고 내면의 인간성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바라보자고 말하고 있다. 학우 여러분은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사실 정답은 없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시는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였는가가 중요하다고 하셨다.

 기자는 봄이 아주 가버리기 전에 날잡고 봄과 함께 삶의 여유를 만끽하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에를 벗어 놓아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 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쌩쌩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도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해지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문예중앙≫1999.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