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전쟁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 김현희 기자
  • 승인 2015.10.1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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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땅 쿠르디와 피의 번짐
  무더웠던 여름이 끝나고 가로수조차 생각이 많아져 서늘해하는 계절, 우리는 얼마 전 한 장의 사진으로 눈물을 감추지 못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바로, 차디찬 바다에서 목숨을 잃고 바다보다 차가운 주검으로 해안가에 떠밀려온 세 살배기 시리아 꼬마 난민의 모습은 지구촌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해변에서 진흙과 모래 그리고 바닷물 등이 얼굴을 묻은 채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아일란 쿠르디와 그 가족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난민의 참상을 생생히 고발하고 있다고 해도과언이 아니다. 이슬람국가 IS(Islamic State)의 위협을 피해 시리아 북부에서 터키로 넘어가는 고된 길에 오른 이 가족은 다시 그리스로 건너가기 위해 작은 보트에 몸을 실은 채 캄캄한 바다를 건너고 있었다.

하지만, 순탄하지 않았던 그들의 시작은 결과까지도 그렇지 못했다. 내국에서 알게 된 브로커에 부탁해 3번의 시도 끝에 어렵사리 잡은 배편은 이들 가족을 비극으로 몰아갔다. 거센 풍랑과 파도가 이들의 배를 덮쳤고, 쿠르디의 아버지는 물에 빠진 두 아들과 아내를 팔에 안고 살아야한다는 생각만을 가진 채 그를 버텨냈다. 그렇지만, 바다는 가족에게 비극만을 안겨주고 말았다. 그는 처자식의 숨이 멎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거친 물살에 죽은 아내와 아이마저 수평선 너머로 놓쳐 버린 것이다.

홀로 살아남게 된 그는 더 이상은 살아갈 이유가 없다”, “제발 전쟁을 멈추고 난민들을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지금 이런 비극적인 이야기는 비단 이 가족만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시리아의 비극은 현재 진행형이며,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이기지 못하고 죽거나 정신을 놓아버리는 경우기 부지기수였다. 얼마 전 미국의 한 인권단체에 따른 발표에 따르면 2011년을 시작으로 5년째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으로 내국인은 어린이를 포함해 25만 명이 숨졌다. 이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쉽게 풀자면, 하루 7명꼴로 모두 1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비극이다.

난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원인은 당연하게도 끝없는 전쟁에 대한 불안지속되고 있는 내전이다. 난민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시리아의 경우 정부군과 반군 간 내전에 IS까지 가세하면서 잔혹행위가 끊이지 않자 시민들이의 선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저 정든 고향을 떠나 사랑하는 가족이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뜀박질뿐인 것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자, 전쟁이 나고 있다면 왜 무조건적으로 불안에 앞서고 난민으로 하여금 죽음만을 기다리는 비극을 맞이해야하는가? 이들의 정부는 아직 전복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이들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었다는 것이다.

앞서 이유로 하여금 무조건적으로 난민의 발생에 뒷짐 지고 있는 당사국 정부에는 분명 책임이 있다. 하지만, 폭력으로 시작된 독재정부에게 우리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없었으며, 이러한 책임은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서방국가들에게도 마찬가지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3 살배기 아이가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 되서야 난민을 향한 국문을 여는 저 소극적인 태도는 누구를 위한 선진국이었는지 다시금 물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은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자마자 미국에 17000명의 난민을 받으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지금까지 수용한 난민은 1800여명에 불과하다. 난민 보호보다 안보가 우선이라며 난민심사를 까다롭게 했기 때문이다.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자국민을 지키려는 시도는 좋다. 하지만, 독일을 제외한 유럽 국가들의 난민 외면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독일이 올해 80-100만 명의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나선 반면 영국이 올해 들어 받아들인 시리아 난민은 고작 216명이다. 이 국가들은 저마다 자국 사정을 앞세워 난민 수용을 거부해 왔다. 세 살 아기의 죽음이 던진 충격은 난민 구호가 유럽만의 문제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난민 정책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다행인 것은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연합(EU)회원국이 난민을 의무적으로 분산 수용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전쟁에 책임이 있는 유럽 등 서방국가들은 더 적극적으로 공동행동에 나서야 한다.

‘War……. War never changes…….’ 전쟁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전쟁은 전쟁으로 하여금 전쟁 그 자체임을 말하는 대목이다. 가족의 생명과 강대국으로의 자존심 그리고 인간으로써의 마지막 미덕 등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전쟁에서 우리는 그저 피난민들의 싸늘한 주검만을 찾아낼 수 있었다. 차가운 바다에서 그보다 차게 식어가는 안타까운 영혼들을 기리면서, 이 무의미한 폭력이 해결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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