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추석은 한 해 동안 정성을 먹고 자란 곡식을 선사해준 조상들에게 감사의 뜻을 보내며, 뙤약볕 속 고생한 이들을 위해 높고 맑은 계절에서 쉬어갈 수 있도록 만든 날로 풍요로운 명절이라 할 수 있다.
이름만 들어도 풍성해지는 대 명절 추석 연휴가 시작됐지만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피하고만 싶은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학원가 주변을 둘러보면 ‘추석 특강’. ‘인터넷 강좌 개설’등의 수두룩한 광고판과 명절 당일 밤늦게 까지 밝게 빛나고 있는 간판과 강의실들, 더 나아가 ‘명절대피소’라 하여 대학가 카페나 공부방과 같은 장소에서 추석을 보내거나 돈이라도 벌 자라는 의미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명절을 잊은 지 오래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쓴이 또한 현재 대학생 3학년 취업준비생으로써 남이야기 같지 않으며, 명절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물론 누구나 처음부터 꺼려졌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너는 이제 몇 살이지’, ‘친구들과는 사이가 좋니’라는 친근하고 단순한 질문보다는 ‘너의 꿈은 무엇이니’, ‘장래희망은 뭐니’, ‘가고 싶은 대학교는 어디니’라는 전보다는 깊이 있는 질문을 받았으며, 그 당시의 나는 장래희망을 거침없이 말할 수 있었던 꿈 많은 청소년이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고 졸업할 날들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끝이지 않은 어른들의 질문은 점차 구체적이고 적나라케 바뀌면서 '너 언제 졸업하니', '너 어디 취직하니', '너 뭘 준비했니'등 마치 문제를 일으킨 사람에게 질타하는 기자회견인 것 마냥 나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질문들은 무섭고 두려운 존재가 되었고 지금보다 어렸을 때, 오히려 어른들의 깊이 있는 질문에 대답하기 쉬울 정도이다.
언제부터 명절이 부담스런 날이 됐나 한숨이 나온다. 그래도 어릴 땐 명절이면 명절 기운이 완연했으며, 시골마을이기도 했지만, 명절이 임박하면 온 동네가 전 지지는 냄새로 진동했고 뒷산에는 깨끗한 솔잎을 따려고 몰려든 동네 아이들로 북적거렸고 도시로 나가 취업한 동네 언니 오빠들이 멋진 옷을 차려입고 양손엔 선물보따리를 들고 오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될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설렜지만 요즘엔 민족 대이동이라는 매스컴 보도들로만 실감하게 된다.
고속도로를 꽉 메운 차량 행렬, 서울서 부산까지 몇 시간이 걸렸느니, 우회도로는 어디가 빠르다느니 하는 얘기와 비인가 시설들에 온정의 손길이 끊겼다느니 하는 보도, 이 같은 원인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점점 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느니 하는 현상만 보여주기에 급급하다.
추석, 흩어졌던 가족이 모두 모여 다 같이 서로 안부를 묻고 즐겁게 보내는 우리의 명절이지만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사회가 자리 잡으면서 나오게 된 새로운 명절 풍속도로 인해 명절은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언제쯤이면 두려움 없이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 있으며, 현재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쏘아붙이는 질문이 아닌 격려가 될 수 있는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전해줄 수 있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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