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논이 많으면 경영이 성립한다”
“의논이 많으면 경영이 성립한다”
  • 역사교육학과 김지형 교수
  • 승인 2015.10.1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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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주한 마음으로 개강을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어느덧 청명한 계절이 느껴진다. 하늘은 점점 짙푸르러 가고 조석으로 서늘한 기운마저 감돌기 시작한다. 혹서의 시련이 지나니 과연 쾌청한 때가 오는가 보다. 우리 대학은 지난 학기에 대학평가라는 중대한 고비를 잘 넘었다. 온 구성원이 인내하며 성실히 준비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학기엔 전국 사범대학 평가라는 또 다른 시련에 직면해 있다. 사대 입학 정원을 줄이기 위한 반쪽짜리 프로테스크의 침대에 누워야할 판이다. 언덕을 넘으니 또 다른 언덕을 마주한 느낌이다. 향후에도 주기적으로 대학평가에 맞닥뜨려야 하는 사실을 떠올리면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오늘날 한국의 대학사회는 경쟁과 구조조정 국면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게임의 연속인 것만 같다. 평가 기준이나 원칙의 잘잘못은 차치하고라도 당장의 생존 위기 앞에 모든 사안이 수렴되는 형국이다. 대학의 크고 작은 모든 일이 그저 경제 논리에 의해 재단되고 의미 부여되는 현실이다. 대학 안팎의 경쟁 심리에 따른 피로감 또한 점차 증대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한국의 대학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으며, 우리 대학은 어디에 서 있고 무엇을 위해 어느 곳을 향해 나아가는지 직시할 일이다. 대학평가의 한 고비를 넘은 지금, 더 이상 대증요법식의 처방보다는 전략적 사고에 입각한 체계적인 대응과 발전전략의 수립이 긴요한 상황이다.

마침 최근 ‘2014~2023 서원대학교 중장기 발전계획(개정증보판)’이 수립, 공개되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기 플랜이 제시된 점은 평가할 만하다. 전략적 사고와 함께 필요한 것은 한 고비를 넘은 시점에서 우리 자신을 상대화, 객관화하여 스스로 돌아보는 일일 것이다. ‘2023 발전계획에서 학령 인구의 감소, 수도권대학 선호 현상, 대학간 서열화 현상 심화, 수요자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 변화, 취업난 가속 등이 우리 대학을 위협하는 요소로 지목되었다. 사실 이같은 요소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위협 요인이라기 보다 여건, 상황조건에 가깝다. 오히려 진정 경계해야 할 위험 또는 위협 요소는 우리 내부에 있는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대학에서의 크고 작은 회의에서 토론과 논의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구성원들이 어떠한 의견도 말하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온라인도 마찬가지이다. 정보 제공과 전달은 있으나 상호간 토론과 의논이 보이지 않는다. 간헐적인 의사 표명은 있으나 메아리가 없다. 이러한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 되새겨볼 일이다. 지성의 전당에서 지식인들이 아무런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면 분명 어색하다. 아마도 대화의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한 까닭일 것이다. 논의의 효과에 대한 긍정적 확신 또한 부재할지 모른다. 일방적인 전달과 피드백의 부재가 자칫 효율과 긍정의 반영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아무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논의 없으면 경영이 무너지고 지략이 많으면 경영이 성립하느니라라는 잠언의 경구가 떠오른다. 어려운 때일수록 많은 아이디어와 논의가 풍성할 때 새로운 도약의 길이 열리는 것은 틀림없다.

이번 수시 입시 지원율이 나쁘지 않다. 충북 전통의 명문 사학이라는 자부심도 여전하다. 새로운 재단이 들어온 이후 기나긴 학내 분규의 터널을 지나 유보했던 성장과 발전의 본격적인 용트림을 시작해야 한다는 분위기이다. 이제 26개월이면 건학 50주년의 역사를 맞이하게 된다. 건학 50주년 준비도 슬슬 시작해야 할 때이다. 서원대 반세기의 역사를 돌아봐야 한다. 구성원의 단합과 일치 없는 과거가 어떤 결과를 빚고 말았는지 우리 대학의 역사가 웅변하고 있다. 지난 학기, 슬기롭게 위기를 지났듯이 다가올 시련 또한 잘 극복하며 중장기적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해 나가야 한다. 시련이 지나면 반드시 청명한 계절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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