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문화와 근대 유럽 문명
인쇄문화와 근대 유럽 문명
  • 교양대학 최선아 교수
  • 승인 2015.12.0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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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대학이 있는 청주는 직지라는 문화유산으로 인쇄문화와 깊은 역사적 관련성을 가진 도시이자 교육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인쇄문화가 유럽에서는 근대 문명의 태동과 연관하여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유럽의 문화는 기독신학과 그리스로마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었고, 교회의 수도원에서 성서와 그리스로마 고전을 필사하고 주석을 달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따라서 유럽에서 교육은 수도원과 교회가 담당하였고, 그리스로마 고전 문명의 영향을 받아 중세 유럽에서는 논리학, 신학 등이 발달하였다. 중세 말 유럽에서 고조된 학구열은 대학이라는 새로운 교육시설의 대두를 낳았다. 12세기 말 경에 창설되기 시작한 대학은 1400년경 50여개까지 늘어났고 유럽문화의 학문과 연구의 중심이 되었다.

 유럽의 1416세기는 오늘날의 유럽 세계를 낳은 중대한 변화들이 있었던 격동기였다. 첫째, 이베리아 반도에서 포르투갈, 스페인이 대서양으로 진출하는 항로를 열었고, 둘째 북부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 인문주의로 근대 이성과 학문에 대한 인식이 출발하였다. 또한 독일에서 시작되어 유럽에 영향을 끼친 종교개혁도 대변혁의 계기가 되었다. 이 세 가지 대변혁을 계기로 유럽은 오랜 중세에서 벗어나 근대로 들어섰고, 유럽 문명에서 세계 문명으로 외연을 확장하였다. 이탈리아에서 처음 시작되어 유럽 전체로 확산된 르네상스운동은 인간의 교육 능력에 대한 관심과 그리스로마 고전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켰다. 그리고 교회 내부에서 일어난 종교 개혁 운동은 성서에 대한 보다 종합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였다. 따라서 교회 종교 개혁 운동과 르네상스 운동은 새로운 서적에 대한 욕구를 증가시켰고, 이것은 당시 기존의 필사나 목판인쇄 방법보다 좀 더 빠르고 좀 더 경제적인, 활판인쇄술을 통한 서적 생산에 대한 수요가 되었을 것이다.

 당시 유럽에서 인쇄업은 신흥 산업으로 자리 잡은 단계였고, 중세 이래로 도제 수업이 끝난 후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면서 정착해가는 장인계의 관습은 유럽 전역으로 활판 인쇄기술의 확산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것은 유럽 근대 사회에 자본주의의 태동과 시민 계급 성장, 중세에서 출발한 대학 문화의 정착, 독서인구의 증가, 그리고 교양 시민층의 등장을 낳았다.

 유럽에서 활판 인쇄술의 보급은 서구사회에 절대왕권사회가 근대시민사회로 바뀌는 정치적 원동력이 되었다. 이것은 후에 유럽에서 권위주의가 붕괴되고 자유주의가 도래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활판 인쇄술은 유럽사회에 교육의 보급과 종교개혁 및 문예부흥의 길을 잇게 하였으며, 나아가서는 근대 시민 사회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작용을 하였다.

 즉, 활판 인쇄술을 통해서 유럽에 사상이나 이념을 널리 전파할 수 있었고 기존의 문화를 보존하고 전승시킴으로써 지식과 정보를 시민층에게 확대, 재생산시켜 교양 시민층을 형성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인쇄술은 언어나 지적 개념의 표준화를 가능하게 했으며, 책을 제작하기 위한 노동시간의 감소와 생산비를 크게 절감시켜 서적을 경제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으며, 유럽사회에 독서층을 빠른 속도로 확보해 나갔다. 그리고 새로운 사상과 지식의 보급으로 인간의 인지능력을 크게 계발시킨 문명사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 사회에서 활판 인쇄술은 문자와 책을 소수 특권계층의 독점으로 제한해 놓은 것에서 벗어나, 점차 일반 대중에게 개방하는 길을 열고, 문자와 책문화 중심의 근대문명을 이룩한 세계사적인 업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렇게 인쇄문화는 인류의 근대문명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발전해 왔다. 우리 대학이 있는 청주도 인쇄문화와 역사적인 관련이 깊은 곳이다. 우리 서원대학교 구성원들이 한 해가 마무리 되는 이 시점에, 올 한해 나에게 감명을 준 서적을 생각해 보고, 인쇄문화와 인류문명의 의미를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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