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진작 알았더라면…
[사설]진작 알았더라면…
  • 김인숙 <교양학부 교수>
  • 승인 2011.01.27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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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기자로부터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된 책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첫 번째 청탁을 거절했는데, 또다시 인생의 전환점이 된 사례나 경험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연구실을 방문한 학생기자는 많은 교수님들이 바쁘다고 거절하셨는데, 수락해 준 내가 고맙다고 했다. 학생기자가 나로 인해 기쁘다 하니 나 역시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 인생이라... 초등학교 입학식 이후 지금껏 달려오면서 특별히 쉬어본 기억도 없고, 인생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으므로, 어쩌면 이 시간이 내 인생의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등등 시험이라고는 빠짐없이 죄다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인생의 자격(?)을 갖추게 되었으니 늘 누군가와의 경쟁에서 이겨내야만 했던 삭막한 삶이었다. 그 중간 중간 많은 사람들이 내 인생의 들러리가 되었다가 아예 기억에서조차 사라져버리곤 했다.


그래도 절대 잊을 수 없는 분은 대학 재학 시절 같은 대학에 재직 중이던 동향(同鄕) 교수님이다.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이제는 어느 길로 가야하나 고민하던 때에 난 학과 교수님이 아닌 그 교수님을 찾아갔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끝에 그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어느 길로 가든지 부디 이력서가 깨끗한 사람이 되어라.” 지금껏 살면서 이 말씀은 한 번도 내 머리를 떠난 적이 없었고, 실제로 난 그렇게 살았다. 그래서 누가 나에게 와서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한다면 나도 자신 있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다.

 

그 분 말고도 나를 격려하고 힘을 주었던 고마운 분들이 몇 분 있으나 이곳에 쓰기에는 주어진 지면이 너무 짧다. 우리 대학에 재직하는 동안에도 좋은 사람들을 만났었고, 언제까지나 좋은 관계로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는 인간관계라는 것이 자신이 처한 환경에 의해 좌우되는 몹시 간사한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내 인생이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다면 한창 활동적일 수 있던 40대 초반에 갑자기 병을 앓았던 것이고, 8년 후에도 나는 또 다른 병을 이겨내야 했다. 그런 일이 있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든지 내가 하고자 한다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지만, 그 후에는 무슨 일에서든 체력이 큰 걸림돌이 되었다. 그래도 체력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는 것은 싫어서 마치 달라진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듯이 버텨보려 했었다.

 

그런데 두 번째 수술을 받은 그 해 말에 또다시 세 번째로 또 다른 병이 의심된다는 판정을 받고서 나는 완전히 무너졌다. 생지옥에 들어앉아 있는 듯 한 상태로 최종 검사결과를 기다리면서 까맣게 잊고 있던 하느님을 다시 찾았고, 그때부터 나의 멘토는 그분이 되었다.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기쁨을 느끼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상처를 받기도 했으나, 언제 어떤 상황에서나 한결같은 그분에게 의지하기로 하면서 내 몸과 마음은 비로소 평화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곤 한다. “진작 이렇게 살 수 있었는데, 왜 그토록 아등바등 살았니?”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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