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의학의 총합, 동의보감
한민족 의학의 총합, 동의보감
  • 이정구 태양한의원 원장
  • 승인 2011.01.2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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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醫聖(의성) 許浚(허준) 선생이 東醫寶鑑(동의보감)을 편찬한지 400년이 되는 해다. 선조가 임진왜란이 끝난 후 질병 치료와 의학 발전을 위해 1596년에 허준을 비롯하여 정작, 양예수, 김응탁, 이명원, 정예남 등에게 명하여 편찬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듬해 정유재란이 일어나 일시 중단되는 곡절이 있었으나, 허준의 각고의 노력으로 내의원에 편찬국을 설치하고 착수한지 14년만인 광해군 2년(1610년) 8월에 모두 25권 25책을 완성하여, 1613년 11월에 인쇄, 간행되었다. 동의보감 이전에도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의림촬요> 등의 의서가 있었는데, <향약집성방>과 <의방유취>는 내용이 거창하여 활용하기 어려웠고, <의림촬요>는 너무 간단하여 치료 처방 응용에 미흡함이 있었는데, 이들의 미비함을 보완한 것이 동의보감이다.


동의보감의 편집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의서들처럼 각 병증 등을 중심으로 한 病門(병문)으로만 나누지 않고 현대 임상 의학의 분류 방법과 비슷하게 크게 5개 부문으로 나눴다. 즉, 內景篇(내경편: 내과), 外形篇(외형편: 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비뇨기과), 雜病篇(잡병편: 병리학, 진단학, 대증치료, 구급법, 전염병과, 부인과, 소아과), 湯液篇(탕액편: 임상 약물학), 針灸篇(침구편: 경혈 부위와 침구 요법) 등으로 다루었다. 그리고 항목 배정에는 가능한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병증들을 우선으로 하고, 또 병증의 증상에서는 그 원인, 진단, 처방을 손쉽게 참고할 수 있도록 배열하였다. 특히, 그 처방이 자세할 뿐만 아니라 출전을 소상히 밝혔고, 곳에 따라서는 민간의 속방이나 자신이 체험한 비방을 붙여서 치료 효과를 높이게 하였다.


동의보감이 가지는 의학적, 학술적, 역사적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종래 의학의 공상적 이론을 배격하고 도교적 공리와 실용주의 사상을 중요시하여 극히 과학적 입장에서 당시 의학계의 전 지식을 정리하였다. 또한 기존의 의서들이 병을 중심으로 기술한데 비하여 이 책은 인간과 우주의 원리를 맨 앞에 두어 병 중심의 의학에서 인간 중심의 의학으로 패러다임을 전환시켰다.


둘째, 향약(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약재)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이의 이용과 보급을 강조하였으며, 이를 위해 탕액편에 있는 향약 중 640가지의 이름을 한글로 표기하고, 누구나 쉽게 이용하게 함으로써 민족 의학을 부흥시키고자 하였다. 여기에는 쉽게 고가의 약재에 접근할 수 없는 일반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80여종의 국내외 의서를 참고하여 편찬했기 때문에 내용이 풍부하여 임상의가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리고 각 처방약의 용량이 의서마다 다르고 양이 많아 우리 체질에 적당치 않음을 지적하고, 오랫동안의 임상경험으로 얻은 지식을 살려 표준용량의 기준을 제시하였고, 복용법까지 명시하였다.
넷째, 우리 의학수준을 세계에 과시하였다. 즉, 병증에 따라 병에 대한 해설과 약 처방을 모두 수록하였고, 출전과 민간 처방, 본인의 경험방까지 기록하여 의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일본에서도 여러 차례 간행되었으며 중국판 서문에는 ‘천하의 寶(보)를 천하와 함께한 것’이라 하고, 일본판 발문에는 ‘保民(보민)의 丹經(단경: 신선의 글)이요, 醫家(의가)의 비급’이라 할 정도로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였다.


다섯째, 이 책에서 허준은 우리나라 의학을 하나의 독립된 의학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는 중국 의학을 北醫(북의)와 南醫(남의)로 나누고 우리나라 의학은 東醫(동의)라 하였는데, 그것은 조선이 단지 동쪽에 있다는 지역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독자적으로 의학을 연구하여 왔기 때문에 東醫(동의)라 부를 수 있다고 하여, 우리나라 의학이 중국과 대등한 전통과 수준을 지니고 있음을 주장하였다.


동의보감은 단순한 임상의서가 아니라, 중국 의학의 기본 이론을 완전히 흡수하고 여기에金(금), 元(원)의학과 우리의술 및 약재를 합하여 만든 의서로서 한민족 의학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 1991년 9월 30일 우리나라 보물 1085호로 지정되었으며, 또한 2009년 7월 31일 바베이도스에서 열린 제9차 유네스코 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에서는 의학서로는 사상 최초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와 같이 동의보감은 그것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학술적, 의학적 가치 이외에도 실용적 가치와 역사적 의의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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