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시대 경쟁하는 몸 ‘고통받는 인간’에서 ‘놀이하는 인간’으로
신자유주의 시대 경쟁하는 몸 ‘고통받는 인간’에서 ‘놀이하는 인간’으로
  • 서원대신문사
  • 승인 2016.10.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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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의 노크 톡톡! 학내 교직원 선생님들과 만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한번 쯤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를 가볍게 풀어 보는 시간이다. 이번 호에서는 신자유주의 시대 경쟁하는 몸을 주제로 자기계발의 대상이자 스펙으로 인식되는 몸 담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몸에 대한 획일화된 의식에서 벗어나 우리의 몸을 건강한 신체로 가꾸기 위해 우리의 몸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면 좋을지 체육교육학과 이승희 교수를 만나 이야기 나눠 봤다. 똑똑~~~

Q. 김보경 : 안녕하세요, 교수님. 오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몸 가꾸기를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교수님께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요?

A. 이승희 : 현대인들의 몸 가꾸기는 지나치게 외향적인 면에 치우쳐 있는 것 같아요. 이런 현상은 자신을 둘러싼 타인 즉, 외부로부터의 평가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보는데요, 이런 의미에서 현대인의 몸 가꾸기는 철저히 자아의 타자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데이빗 리츠먼은 내부지향형 인간타자지향형 인간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요, 몸 가꾸기를 통해 개인의 주체성이 상실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Q. 김보경 : 외모관리가 사회적 성공을 위해 갖추어야 할 스펙으로 자리 잡으면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데요, 이런 현상에 대해 소비자본주의와 대중매체, 의료산업이 지나치게 과잉된 몸 담론을 만들어낸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A. 이승희 : 대중들은 매체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연예인의 얼굴과 몸매가 표준이 되면서,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있지만 정작 개인들은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기가 쉽지요. 이러한 몸의 과잉 담론은 몸 이외에 다른 능력이나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차단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진 몸은 사회적 지위와 생활을 보장하고,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엔, 게으르거나 자기 절제력이 부족하다는 윤리적 가치판단을 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청소년들은 외모에 큰 관심을 갖는 시기이기 때문에 한 순간에 이런 인식을 가질 수 있습니다. 20대들이 가지는 몸에 대한 관심도 아직 청소년기에 머물러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소비문화가 요구하는 몸, 이미지와 패션 등은 유행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에, 개인은 늘 새로운 몸과 자아를 쫒아가야 한다는 억압에 시달리는 악순환에 놓이게 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거예요.

Q. 김보경 : 사실 몸에 대한 투자는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항상 우리가 의도한 대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지 않나요?

A. 이승희 : 당연합니다. 각종 대중매체를 통해 보고되고 있는 성형수술과 다이어트의 실패와 폐해에 대한 적지 않은 사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몸에 아주 작은 변화만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유전적인 요소를 무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신체는 나이를 먹고 결국 쇠퇴합니다. 신체를 구성하는 세포는 20세가 되면 생체학적으로 생산되는 세포보다는 소멸되는 세포가 더 많게 되죠. 결국엔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몸에 중심을 둔 사람일수록 자아정체성을 위협받기가 쉽다는 것이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입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몸에 대한 기대를 품고 몸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며 자신감을 얻으려 하는데 정작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받고 오히려 자신감을 잃게 되는 이유는 외모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이루려는 시도가 안정된 자아를 확립하는데 있어서 일시적인 방편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외모를 가꾸는 것만으로 자의식이 강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죠.

Q. 김보경 : 이러한 몸 가꾸기가 단순히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차원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인식에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몸의 과잉 담론화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A. 이승희 : 몸 가꾸기에는 적지 않은 금전적, 시간적 투자가 요구됩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고 노동으로부터 시간이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은 이러한 추세에서 소외되기 때문에 또 다른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우선 개인적 차원에서는 몸을 단순히 육체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신체의 관점으로 바라봤으면 하는 것입니다. 흔히 외면보다 내면을 가꿔야 한다는 말을 하지만, 현실에서는 외모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이 말이 크게 와 닿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 해도 관점을 조금 바꾸어 몸을 가꾸기 보다는 신체를 가꾼다는 관점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체육에서는 신체를 교육적으로 바라보는데요, 신체활동을 통해 이뤄지는 정신적, 사회적, 신체적 가치를 함께 바라보는 것입니다. 신체적 가치는 운동을 함으로서 생기는 체력, 체격, 외모 등을 말하는데요, 각각의 가치는 서로 다른 가치에 영향을 주지만 특히 신체적 건강이 기본이 되어야 다른 가치들이 더 큰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사회적 차원에서는 제도적 보안을 통해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몸에 대한 지나친 상업화를 막기 위해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는 나라들이 있는데요, 2009년 미국에서는 살에 대해 말하지 않기캠페인을 전개해 몸에 평가적, 윤리적 잣대를 대는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고, 이스라엘은 일정 체중 기준에 미달하는 사람을 패션모델로 기용할 수 없게 하는 법안을 마련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2005, 성형 광고를 전면 규제하는 등, 외모 중심주의와 외모 차별주의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지요.

Q. 김보경 : 개인들의 실천과 사회적 장치들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사회를 조금씩 바꿔갈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럼 어떻게 하면 우리가 건강한 신체를 가꾸어 나감으로써 다른 내면적 가치들도 함께 가꿔나갈 수 있을까요?

A. 이승희 : 몸을 가꾸기에 앞서 우선 자신의 몸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겠죠. 신체는 어느 정도 성장하면 필연적으로 노화를 시작합니다. 이러한 것을 받아들이고 노화를 늦추는 자신의 운동법을 찾아 즐기면서 할 수 있어야 지속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몸을 가꾸는 것에도 동기는 매우 중요한데요, 남들에게 보여주기식의 소극적 신체활동 보다는 목표가 있는 적극적인 신체활동이 좋습니다. 상대방에게 인정받기 위한 외적 동기로 인해 운동 하는 것 보다는 자신을 위해서, 내적 동기를 중심으로 몸을 가꾸다 보면 가치 생산을 하게 되고 건강한 몸 가꾸기는 저절로 따라옵니다.

사회적으로는 스포츠가 대중문화 속으로 더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것은 스포츠 사회학 전공자로서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스포츠를 정의하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신체()교육을 통한 활동입니다. 이는 단순한 신체활동으로 그치지 않고 신체활동을 통해 정신적인 것을 고양시키는 활동으로 이해되어 왔는데요, 스포츠에서 얻어지는 가치, 즉 스포츠맨십, 페어플레이, 협동심, 인내심, 극기정신 등이 스포츠라는 일련의 몸짓을 통해 고양시키려고 했던 정신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스포츠에서 기대하는 바가 정신적인 것에서 날씬한 몸, 근육질의 몸, 에로틱한 몸 등 육체적인 것으로 왜곡되고 변질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스포츠의 본질은 우리 몸의 움직임의 반복을 통해 인격적 성숙을 도모하는 것이란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Q. 김보경 : 현재 우리 사회의 스포츠 문화가 승패만을 가리는 지나친 경쟁에 치우쳐있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건강한 신체를 가꿈으로써 정신적 사회적 가치를 함께 길러나갈 수 있는 신체 운동방법 좀 소개해주시죠.

A. 이승희 : 학생들은 흔히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학교에도 풋살장이나 운동장 등 체육시설이 있습니다. 학교 체육관 지하는 누구나 사용 가능하고 무심천 주변을 따라서도 자전거를 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시간을 구체적인 계획으로 구조화 시키는 것이죠. 대학생 때 여가시간을 구조화해 잘 활용할 수 있어야 사회에 나가서도 효율적인 시간 활용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Q. 김보경 : 그럼, 끝으로 우리 학생들이 우리 몸에 대해 이렇게 바라보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죠.

A. 이승희 : 우리 사회에서 몸에 대한 관심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회 구성원 개개인은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몸을 보다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노력과 시간, 돈을 쏟아 붓고 있고 이에 부응해 몸(신체)에 관련된 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몸에 관심을 갖고 아름답게 가꾸며, 몸 건강에 신경 쓰는 것에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그것이 오히려 개인의 개성을 억압하고 제한하며 고통만을 가중시킨다면 정신적 집착에 가까운 몸 가꾸기 열풍은 분명 여러 가지 형태로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몸만들기에만 열중하는 고통 받는 인간homo patiens의 모습이 아니라,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 고통의 인내 과정을 통해 마음을 단련하고 세계와 타인과 대화하며, 궁극적으로 삶의 기쁨을 만끽하는 놀이하는 인간’ homo ludens의 본래 모습을 되찾는 것이 우리가 행복에 이르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보경 : 끊임없는 외모 경쟁으로 고통받기 보다는 각자의 타고난 외모를 개성으로 존중하며  각자의 삶을 즐기는 인간으로 변모하는 것이 우리가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말씀이시죠?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사회는 10, 20대에 만연한 이상적인 몸에 대한 판타지가 몸에 대한 다양한 사고를 가로막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몸에 대한 획일화된 인식에서 벗어나 사회가 만들어내는 담론을 비판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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