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의 지역인식
삼류의 지역인식
  • 강민식 청주백제유물전시관 학예연구사
  • 승인 2011.03.2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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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립청주박물관과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이 함께 와우산의 역사와 문화유적을 다룬 <청주 와우산(臥牛山)>을 펴냈다. 와우산은 다소 익숙하지 않은 지명으로 많은 이들이 우암산으로 부르는 곳이다. 새삼 와우산을 주목한 이유는 청주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래 이곳은 삶의 터전으로 성을 쌓고, 사찰이 만들어지면서 수천 년의 역사가 중첩된 곳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전통시대 진산(鎭山)으로 여겨지면서 무심천과 함께 이곳에 의지해 살던 사람들의 터전이며, 청주의 대표적 상징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유적의 보고(寶庫)이자 상징에 대한 조사보고서가 늦게 기획된 것은 지역의 역사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전쟁 이후 밀집된 거주지역으로 조성되고 대학이 들어서면서 역사의 터전이 아니라 그저 재화의 가치로 인식된 이유가 아닐까 한다. 특히 전통시대 와우산에는 향교와 성황단이 자리하면서 통치체제의 상징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시대가 해체된 이후 그 역할마저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요즘 지역의 대표성을 내세우며 ‘랜드마크’를 이야기 한다. 그럼 청주의 랜드마크는 무엇인가? 흔히 말하는 직지인가, 아름다운 가로수길을 벗어나 맞닥뜨리는 한 때 중부권 최대라는 찬사를 받았던 유흥가인가. 직지의 중요성과 가치를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직지는 세계 문명사에서 차지하는 직지의 위상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렇지만 그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나 접근 없이 단지 명칭을 내세운 맹목적인 몰입은 어쩌면 혹자의 지적처럼 종교에 다름 아니다. 솔직히 그 대강을 살펴보면 천박함이 보일 정도이다. 그것은 역사문화의 도시, 양반고을, 교육도시를 내세우던 지역의 정체성이 구체성을 잃어가면서 신화(神話)화된 직지에 대한 몰입이 아니었을까.


어디에도 지역 정체성의 구호를 구체화할 만한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들 구호의 공통점은 사람에 기초한다는 가장 단순한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 아닐까. 중앙에서 바라본 시각을 제거하고 지역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통치시설을 제외하면 역사문화가 빈약하고, 귀족의 책무를 실천한 양반이 드물고, 명문 사학마저 위기에 빠진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어쩌면 학교교육을 통한 중앙 중심의 역사인식은 한 번도 왕도였던 적이 없었던 지역에 대한 몰이해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 한다. 신화화되고 실체가 미약한 지역에 대한 이해는 ‘최고’와 서울에 쉽게 경도되는 지역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앞선 시기 우암 송시열 이후 경화사족(京華士族)이 집권하면서 우리 지역은 서울의 변두리로 퇴락하면서 그나마 인재마저도 서울로 보내 금의환향을 꿈꾸던 전형성을 보이고 있다. 더욱 산업화 이후 고속도로가 빨대처럼 중앙집권의 가속화와 재화의 중앙집중을 가져오고 있는 데서도 마치 지역 발전의 상징처럼 이야기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제 지역에 대한 올곧은 이해와 치인(治人)이 아닌 지인(知人)에도 좀 할애해도 되지 않을까. 민선 4기까지 행사비의 1%만 장학에 투자했어도 수백 명의 인재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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