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 나쁜 소비, 이상한 소비를 넘어
착한 소비, 나쁜 소비, 이상한 소비를 넘어
  • 서원대신문사
  • 승인 2016.09.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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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교직원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학생들이 생각해볼 사안들을 짚어보는 노크 톡톡!! 첫 만남은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대해 성찰해보자는 취지로 국어교육과 이평전 교수 연구실을 방문했다. 똑똑~

Q 김보경 | 안녕하세요, 교수님. 글쓰기 수업에서 “나는 분노한다”라는 문장을 제시하자, 갖고 싶은 옷을 못 샀을 때 분노했다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옷을 사지 못하는 감정이 ‘슬프다’도 ‘속상하다’도 아닌 ‘분노’라니… 서구 소비주의 문화가 너무나 빠른 속도로 스며드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러한 소비주의 문화를 어떻게 바라 보시는지요?
A 이평전 | 자본주의에서 소비의 문제는 학생들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비평가 ‘수잔 손탁’은 암(canser)의 어원이 소모(consume)에서 유래된 것을 들며, 소비는 자기 절제를 통해서 극복 될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 암처럼 필연적으로 숙주의 죽음으로써 수렴되는 하나의 체제적 질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궤도를 벗어나면 죽게 되는 상황과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지적했던 마르크스 주장의 기저에 이 소비가 놓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요즘 대학생들의 소비에 대한 욕망과 소비 패턴, 그리고 그것이 충족되지 못했을 때 느끼는 분노나 공포는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요.

Q 김보경 | 현대자본주의 사회의 소비문화가 암의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비문제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A 이평전 | 특히 젊은 세대의 소비 문제의 기원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존재할 겁니다. 예를 들면 기성세대가 부모님에게 직접 용돈을 받는 것과 달리 현대 사회에서는 부모의 역할을 은행, 신용카드 회사, 나아가 학교, 정부 등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이 치러야 하는 대가와 책임이 따르겠죠. 다시 말해 젊은 세대 소비의 문제는 사회 시스템 혹은 체제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소비의 문제는 소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소비를 최우선적 가치로 놓고 보는 사유방식과 태도입니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도 쉽고 간단하게 끝내려 하고, 모든 것을 소비를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행동들이 ‘소비지상주의 또는 ‘소비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태도는 개인들로 하여금 당대의 중요한 문제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이슈들로부터 그 관심을 멀어지게 하고, 무엇이든 손쉬운 방법으로 얻으려 함으로써 인생의 중요한 가치들을 무마시키게 되죠. 이러한 소비지상주의는 소비를 통해 질병, 사회악 등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죠.

Q 김보경 | 소비에 대해 갖고 있는 개인들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면 우리가 소비를 어떤 태도로 바라봐야 하는지 5가지 측면에서 성찰해 봤으면 합니다. 첫 번째는 정체성의 관점인데요, 현대인들은 소비 행위를 통해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A 이평전 | 소비는 자아정체성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정체성을 찾는 데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첫째는 타자와 차이 나는 것을 불쾌해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론 타자와 다르고 싶어 하고 구별 짓고 싶어 한다는 점입니다. 보다 큰 체제에 들어가서 안전을 도모하는 것과 그런 와중에도 차별화하고 싶은 욕망 이 두 가지의 타협이 바로 ‘유행’입니다. 소비는 우리의 이러한 불안을 자극하며 발생하는데요, 유행을 쫒다가 좌절하기도 하고 공포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과잉소비시대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요, 요즘 젊은이들이 현실에 대한 냉철한 상황인식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현실을 두려워하며 불안과 공포에 의해 소비하는 소극적인 방식이 아니라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넘어서려는 노력을 통해 자기의 정체성을 찾아 가는 것이 중요하겠죠.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소비를 해야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소비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소비적 주체로서의 삶을 인식하는 것, 다시 말해서 단순히 개인의 소비를 줄이고 절제하는 차원의 소극적 방식보다는 소비의 욕망을 추동하고 또는 강제하는 현실, 그것의 사회, 정치적 의도나 맥락 등을 이해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태도가 소비적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김보경 | 소비는 우리의 불안을 자극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래서 유행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거군요. 두 번째로 살펴볼 것이 바로 유행인데요, 사람들은 집단이 특정 스타일을 선호하고 선택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산업자본이 창출하는 측면이 더 강하지 않은가요?
A 이평전 | 그렇습니다. 실제 소비는 유행과 연관이 깊습니다. 유행이란 타인과 차이가 나는 것을 분하게 여기며 장기간에 걸쳐 차이가 좁혀지길 바라는 인간의 성향이라고 설명 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욕망이 커질수록 더 큰 차이를 발생하게 됩니다. 이 차이가 바로 불평등의 구조를 만들게 됩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인간은 소비를 통해서 큰 체제에 들어가고 그 안에서 안정감을 얻고자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무언가를 차별화 시키고자 하는 욕망 또한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안정을 욕망하는 것과 자유를 욕망하는 것 사이에서 모순이 발생하게 되고 이 사이의 타협점이 바로 유행인 것이죠. 요즘 젊은 층의 유행은 지속적이지 않습니다. 소비가 스타일로 취급되고 사는 그 순간이 중요해 진 것입니다. 어떤 물건을 향한 욕망은 그 물건을 손에 넣는 순간부터 사라지고 다른 욕망의 대상을 찾게 되니, 끊임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죠. 실제로 최신 스마트폰이나 공짜 폰이 그 기능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더라구요.(웃음)

Q 김보경 | 세 번째 성찰의 측면은 대중 매체입나다. 소비와 대중매체,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겠죠?
A 이평전 | 대중매체는 대중이 욕망하는 것을 실재로 보여주죠. 그러나 그것은 일방적이지 않습니다. 대중매체가 대중의 욕망을 따르기도 하지만 대중매체가 대중의 욕망을 새롭게 만들어 내기고 하죠. 대중매체를 이해하기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매체가 과잉 생산과 소비의 논리를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라는 것인데요, 대중매체가 대중의 소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비판적 견해가 필요합니다. 대중매체를 비판적으로 독해한다는 것은, 그것이 어떤 속성을 갖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져서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넘쳐나는 상품들은 사실 과잉 생산의 결과입니다. 역사적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생산 활동의 과잉은 필연적으로 공황으로 이어집니다. 소비의 속도가 생산을 따라가지 못하니까 너무 많은 잉여가 만들어진 것이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덜 생산하는 것입니다. 생산이 적어지면 소비도 적어지고 경제적으로도 여력이 생기면서 창의적인 무엇인가가 나올 수 있습니다. 좀 엉뚱한 결론이기는 하지만 대중매체 또한 소비를 전제로 한 상품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Q 김보경 | 끊임없이 생산을 하는 노동자도 결국은 소비활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고 하는데요. 사회가 전문화되고 분업화 될수록 소비 이데올로기가 우리 안에 자연스럽게 내면화되고 있다는 얘긴가요?
A 이평전 | 대중매체는 대중이 욕망하는 것을 실재로 보여주죠. 그러나 그것은 일방적이지 않습니다. 대그렇습니다. 소비 이데올로기라는 측면에서 그것은 또한 심리적 차원에서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자본주의를 작동시키는 중요 원리 중 하나가 인정투쟁의 욕망인데요, 현대 사회에서 소비하지 않으면 주체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그럴수록 인정 투쟁의 욕망은 더욱 커집니다. 그러니까 타자로부터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바로 소비를 유발하는 것이죠. 아까 잠깐 언급했듯이 소비의 근본적 원인을 과잉생산에서 찾을 때, 소비 이데올로기의 내면화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삶의 만족이나 창의적 작업과 같은 것을 강조하는 것은 별로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덜 만들 고 덜 소비하는 것이죠. 이것은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이 소비하자는 소비이데올로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야기입니다. 내면화된 소비이데올로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조금은 공허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자본주의라는 경제 체제가 갖는 한계나 모순을 보완할 수 있는 민주주의 정치제도나 체제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정교하게 다듬어 과정에서 소비의 내면화된 이데올로기 문제 또한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Q 김보경 | ‘마구잡이식’, ‘끊임없는 소비’야 말로 자본주의를 가장 잘 드러내는 핵심인 것 같습니다. 소비를 통해서만 행복을 느끼고 자유를 느끼는 현대인들의 실상, 끊임없는 소비의 욕망, 그러나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이러한 소비문화에 대해 다시금 성찰해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A 이평전 | 폴란드 출신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알베르 까뮈에 대한 독해를 조금 인용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카뮈는 ‘시지포스 신화’에서 운명을 받아들이는 삶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반항하는 인간’에서는 부조리와 타인의 고통에 맞서는 삶을 선택하죠. 이들 작품들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운명을 받아들이되 반항과 저항을 통해 양쪽 전선에서 다 싸워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양쪽을 모두 경험해야 다른 쪽의 고민이나 입장도 알 수 있기 때문에 한 가지 면만 바라보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겠죠. 예를 들어 아름다움과 비참함이 있을 때, 아름다움은 받아들이고 비참함에도 관심을 두며 양쪽 전선에서 모두 싸워야 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현실과 이상의 문제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은 자기 전공분야만 공부할 것이 아니라, 심지어 이질적이거나 무용하다고 느끼는 것에도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그것은 소비로 상징되는 획일적 인간이 아닌 다중적, 다층적 인간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무엇을 하고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사실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경제를 공부하는 학생이 지역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를 한다든가,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주식투자를 해본다던가 하는 것들이죠. 다시 강조하지만, 소비를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나 욕망을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소비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찾는 것이 우선이죠. 소비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고 그 비용은 자신의 노동으로부터 나오므로 그것이 자신의 노동과 교환할만한 것인지 생각하면서 소비해야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고 한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소비에 대한 욕망과 태도가 자기 자신의 내면에 어떤 형태와 방식으로 내재되어 있는지를 살피는 일일 것입니다.

Q 김보경 | 아름다운 것은 받아들이고, 비참한 것에도 관심을 가져라! 큰 울림이 있는 메시지입니다. 지식도, 감정도, 심지어 사람까지도 소비로 끝내버리는 것 같은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으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A 이평전 | 소비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사회 체제입니다. 우리가 소비의 문제를 다룰 때 그 본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소비이데올로기가 우리에게 강요한 것들로부터 일정부분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인문사회 전반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런 세상을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소비’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죠. 노파심에서 하나 더 덧붙이면 소비가 사회적 행위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것의 합리성을 판단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옳다, 그르다’, ‘가치 있다, 없다’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점에서 건전한 소비를 하라는 이른바 아재(?)들의 명령에 그다지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웃음)

인터뷰 진행 | 김보경 교수
사진촬영 |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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