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책임의 시대가 오고 있다
진실과 책임의 시대가 오고 있다
  • 서원대신문사
  • 승인 2016.12.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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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성난 촛불 민심이 또 한 번 거세게 타올랐다. 백만이 넘는 시민들이 경향각지에서 대통령에게 국정 농단 사건의 진상을 밝힐 것과 사죄 그리고 하야를 요구했다. 그런데 같은 시각, 서울역 광장 앞에서는 보수단체들의 이른바 ‘맞불 집회’가 열리는 진기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이들은 “하야 반대”를 외치며 “촛불집회의 총본산은 종북 좌파세력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린스턴대학의 석좌교수인 허시먼은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라는 저서에서 보수적 정치 수사학의 근본적인 패턴을 논증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보수주의는 무엇을 바꾸고자 할 때, 그래봐야 너만 더 힘들어진다는 식의 역효과 명제, 그렇게 해봐야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식의 무용 명제, 사상이 의심스럽다느니 빨갱이라느니 등의 위험 명제 등에 입각해 있다고 본다. 이렇게 볼 때, 위의 보수단체들은 ‘위험 명제’에 기초한 정치 공세를 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리컬하게도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이렇게 백척간두에 서 있는 듯한 위험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에 기인한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대통령 지지율이 몇 주째 5%를 넘지 못하는 것이 그 반증이다. 이처럼 분별없는 위험 명제 논리는 우리 사회의 보수주의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물론 보수주의 세력 내에서도 상반되는 현상이 있다. 보수의 메카를 자임하는 조중동이 한결같이 대통령과 등을 돌린 듯한 형국이다. 아니 앞장서서 공격에 나서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오늘날의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더 이상 보수-진보라는 단순한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해석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정치적, 현실적 이해관계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진보나 보수와 같은 개념으로 특정 사회적 현상에 대한 명쾌한 해석이 불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진보주의는 말 그대로 현실 안주나 불변의 가치에 동의하지 않은 채 의심하며 끊임없는 변화와 개선을 추구하는 경향이나 신조를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촛불시위의 중심세력은 진보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저항의 끝이 어디이며 어떤 과정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지향과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역시 진보라는 개념으로 오늘날의 저항 여론과 민심 이반 현상을 다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임이 틀림없다.

촛불 민심의 기저에는 특정한 정치적, 이념적 성향이 가로 놓였다기 보다는 ‘진실’에 대한 갈구와 국정 당사자에게 ‘책임’있는 태도를 요구하는 국민주권 의식에 기초한 순전한 마음이 있다. 보수와 진보는 어떤 프레임에 갇혀 있지만 진실과 책임은 동서고금을 초월한 인류 역사의 이상적 가치에 가깝다. 아직도 진실을 가리고 숨기려하며 책임의식이 없는 현상유지적 태도는 우리 사회의 보수-진보 프레임을 더욱 빠르게 무너뜨릴 뿐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권위주의 체제와 동거해온 보수-진보라는 허구적, 이원적 사고 방식 대신 ‘진실과 책임’이라는 만고불면의 숭고한 가치가 확장되고 관철되는 시민사회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번 기회를 선용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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