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작 영화 ‘변호인’이 기억되는 이유
2013년작 영화 ‘변호인’이 기억되는 이유
  • 박준형 기자
  • 승인 2017.06.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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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두 국민에게서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지난 5월 13일, 윤현호 작가가 개인 블로그에 짤막한 한 대본을 공개했다. 대본 속에는 노무현 변호사와 문재인 변호사의 첫 만남이 그려져 있었다. 이 대본은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하여 그린 영화, ‘변호인’ 의 삭제된 한 장면이다.

왜 이 짧은 대본과 2013년에 개봉한 변호인은 개봉 4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걸까.

영화 변호인은 1980년대 부산에서 일어난 부림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안정적인 권력 창출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소위 ‘빨갱이’ 라고 불리는 이들을 탄압하는 것이었으며, 많은 이들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이나 사형 선고를 받았다. 어떤 이들은 고문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통받는 중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는 ‘부안동 사건’ 으로 각색되어서 등장한다.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분)는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노력하지만, 사회적인 사건에는 다소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인다. 대학생들이 시위를 하는 모습에 대해 “세상이 말랑말랑한지 알아?” “공부하기 싫어서 저러는 거다” 라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한편, 민주화 시위에 동조하는 단골 국밥집 아들 진우에게는 “어머니에게 불효하는 것” 이라고 나무란다.

그러한 송우석 변호사가 변화하게 된 계기는 진우가 경찰에게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구금되고 나서부터이다. 세무변호사이던 송우석 변호사는 이때를 기점으로 인권변호사로 변신한다. 주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불온서적으로 지정된 책이 충분한 검토 없이 지정되었다고 지적하고, 강압적인 조사가 있었음을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여기까지의 내용만 보면 ‘변호인’ 은 ‘법정 영화’ 라는 장르에 속하는 영화 중 하나일 뿐이다. 이러한 종류의 영화로는 이미 링컨, 부러진 화살 등 많은 전례가 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화 ‘변호인’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는것은 ‘변호인’만이 지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영화의 개봉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던 김기춘이 이 영화를 보고서는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유진룡 장관에게 “왜 이런 영화를 만드는 회사들을 제재하지 않는가” 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시간이 흘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이 발언은 현실화되었다. 이로 인해 우스갯소리로 ‘영화 ‘변호인’ 은  텔레비전에서 절대로 틀어주지 않는 영화’ 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서 이루어졌던 사상 규제의 망령을 향해 외치듯, 영화 속 송우석 변호사는 소리친다.

“국가란 무엇입니까?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두 국민에게서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결국 ‘나라다운 나라’를 향한 염원이 이 영화가 기억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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