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로 바라본 기술발달의 명암
‘포켓몬 고’로 바라본 기술발달의 명암
  • 박준형 기자
  • 승인 2017.03.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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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달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진=박준형) 대전시청 인근,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포켓몬고'에 열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진=박준형) 대전시청 인근,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포켓몬고'에 열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먼 미래 이야기로만 느껴지던 인공지능은 알파고가 등장하며 훌쩍 눈앞으로 다가오더니, 증강현실은 ‘포켓몬 고’를 통해 어느새 우리의 삶 속 깊숙이 들어왔다.

 더는 증강현실은 낯선 존재가 아니다. 기존까지의 게임이 자리에 앉아서 모니터를 바라보며 즐기는 게임이었다면, ‘포켓몬 고’는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직접 세상을 여행하며 게임을 하도록 만들었다. 내가 서 있는 곳 바로 앞에 피카츄가 나타나고, 길을 걸어가는 동안 미뇽, 꼬부기 등이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의 발달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되었을까. 취재를 위해 ‘포켓몬 고 성지’로 불리는 대전시청 앞을 방문하였다.

 대전시청 앞은 포켓몬을 잡을 때 쓰는 포켓볼을 얻을 수 있는 포켓스탑이 인근에 몰려있는 ‘포세권’이다. 오전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마치 회전초밥집의 초밥들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 앞 공원을 빙빙 돌며 포켓몬 고에 열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낮에는 학원 가방을 멘 아이들이, 저녁에는 양복을 입은 직장인들이 공원을 점령하였다. 기존의 게임들은 게이머 간 소통이 부재하거나, 직접 대면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형태였다면 포켓몬 고의 등장은 어른, 아이, 남녀, 노소 할 것 없이 한 장소에 모여서 한 주제로 웃고 떠드는 모습을 만들었다.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는 박수한(대전과학고/3학년) 학생은 ‘출신지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한 곳에서 함께 어울리기 때문에 동질감이 느껴진다’며 긍정적으로 이를 바라보았다. 휴대폰만을 바라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소통 부재가 만연한 세상에서 어쩌면 기술의 발달은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창구가 되진 않을까.

 그러나 포켓몬 고의 흥행은 어두운 면 또한 보여주었다. 부산의 포켓몬 성지인 부산 유엔공원은 얼마 전 포켓몬 개발사 나이엔틱에 포켓몬 고 서비스 중지를 요청하였다. 한국전쟁 전사자들을 기리는 공원의 본래 취지를 망각한 채 밤에 공원 담을 넘거나 게임에 열중하느라 묘지를 밟는 일이 발생해서다.

 또한, 이로 인해 새로운 형태의 빈부 격차가 느껴지게도 되었다. 걸어가는 사람과 전동 킥보드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 보조배터리의 유무 등으로 발생한 새로운 격차는 게임에서조차 사람들을 구분하고 있었다. 심지어 강한 포켓몬을 키우는 데 필요한 게임의 ‘사탕’과 사탕을 얻기 위해 약한 포켓몬을 박사에게 보내버리는 행위는 강한 이만 살아남는다는 현실을 나도 모르게 정당화시키는 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기술의 발달은 언제나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1990년대 포켓몬 딱지의 인체 유해성, 2000년대 중반 닌텐도 게임으로 인한 아동의 운동 부족, 그리고 포켓몬 고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사회 현상들까지. 결국,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기에 기술로 인해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해 더더욱 신중을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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