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삭제 비용…이제는 가해자에게 받아내다
‘불법촬영’ 삭제 비용…이제는 가해자에게 받아내다
  • 임지은 기자
  • 승인 2018.09.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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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누드모델 사건, 혜화역 시위는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사건들이다. 두 사건의 발단은 바로 불법 촬영 범죄이다. 카메라가 점점 작아지고, 휴대폰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몰래’ 타인을 촬영하는 것이 용이해졌고, ‘몰래카메라’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몰래카메라’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불법 촬영된 사진·영상이 인터넷으로 유포되어 2, 3차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 번 유포된 불법 촬영물들은 많은 사람의 손에 의해 빠르게 퍼져나가며, 이것을 지우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불법 촬영물 삭제 비용을 전적으로 피해자가 부담하는 것 또한 피해자를 힘들게 하고 있다. 사람들의 조롱과 수치스러움을 견디지 못한 피해자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국가에서는 이러한 피해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새로운 법안을 개정하였다. 여성가족부는 9월 14일부터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이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본 제도는 ‘불법 촬영의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영상물 삭제 지원, 법률 상담 및 소송대리 연계, 신체적·정신적 치료비 지원, 폭력피해 상담 등을 요청할 시 국가에서 지원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 중 불법 촬영물 삭제 비용은 먼저 국가가 부담하지만, 혐의가 확정되면 성폭력 가해자에게 관련 비용에 대한 벌금이 청구된다. 통지를 받은 가해자는 30일 이내에 금액을 필수적으로 내야 한다.

지금까지 피해자에게만 집중되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 여러 여성 단체와 성폭력 상담 센터는 본 개정안 발의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했다. 또한 미비했던 가해자 처벌이 이번 개정안을 통해 점차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른 범죄율 감소까지 기대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몰래카메라’에 대한 여성들의 두려움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에게만 집중되었던 금전적 피해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었으나, 피해자가 감당해야 할 정신적 고통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디지털 성범죄의 근절을 위해서는 본 개정안 이상으로 더욱 강력한 정부의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덧붙여, 불법 촬영물은 유포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청하는 행위까지도 범죄이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단순한 재미나 호기심에 보는 것도 범죄행위에 일조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디지털 성범죄가 우리 사회에서 근절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불법 촬영뿐만 아니라 이것을 흥밋거리로만 치부하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 개선도 절실하다. 가벼운 클릭 한 번이 피해자를 두 번 상처입히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불법 촬영물을 소비하는 일은 곧 가해자와 ‘공범’이 되는 일임을 우리가 모두 주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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