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에 동의하는 이유
낙태죄 폐지에 동의하는 이유
  • 임지현 기자
  • 승인 2018.11.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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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인가 합헌인가, 미뤄지는 판결

‘태아의 생명권’과 ‘산모의 인권’. 무엇이 우선인가. 낙태에 관한 논의는 과거부터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가 낙태 수술을 한 의료인에게 ‘1개월 자격정치’ 처분을 내리겠다고 하자, 의사들이 낙태 수술 전면 거부를 선언하는 등 ‘낙태’에 관한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형법에서는 제269조, 제270조에 따라 낙태죄를 명시하고 있다. 제269조에서는 낙태한 부녀, 부녀의 촉탁을 받아 낙태하게 한 자에 대한 처벌이 있으며, 제270조에서는 의사 등의 낙태, 동의 없는 낙태에 관한 내용이 있다.

이에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산모와 의사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낙태죄’, ‘불가피한 상황으로 낙태를 해야 하는 산모의 건강 문제, 비위생적인 수술환경의 문제’, ‘현실에 맞지 않는 현행 낙태죄’ 등을 근거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낙태죄(형법 제270조 제1항)는 과거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합헌으로 판결되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가 현행 낙태죄에 관한 부조리를 인식하고, 그것을 어느 정도 바꿔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이다.

그 이유를 들자면 이렇다.

첫째, 미투 운동으로 인해 여성 인권이 높아졌다. 과거 낙태죄는 ‘산모의 인권’보다 ‘태아의 생명권’이 우선하거나, 그것이 비등하였다. 그러나 여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산모의 인권’이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또한 불가피하게 낙태를 해야 했거나 상황이 불우했지만, 낙태를 할 수 없었던 여성들이 현행 낙태죄의 문제점을 호소하면서 낙태죄 폐지에 힘을 더했다.

둘째, 자녀에 대한 책무성이 강조되었으며 아동 인권이 신장하였다. 과거에는 자녀에 대한 책임 의식이 지금보다 낮았다. 가족계획, 자녀계획 없이 출산하였으며, 다자녀 가정이 많아 모든 자녀에게 풍족한 지원이 더욱더 힘들었다. 더 과거에는 아동을 노동력으로 인식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거나 ‘잘 양육할 수 없다면 출산을 포기하자’는 인식을 볼 수 있다. 이는 과거와는 다르게 아동에 대한 부모의 책임이 강조되는 것으로, 단지 ‘생명’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아동의 삶까지 인식이 확장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임신에 대한 남성의 책임 소홀로 이어질 가능성’, ‘생명의 귀중함’, ‘낙태죄 폐지보다는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제도의 개선이 우선’ 등을 근거로 두고 있다.

낙태죄의 완전 폐지는 임신과 낙태의 반복, 생명 경시 등으로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낙태죄를 완전히 폐지하자는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낙태죄에 관하여 새로운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는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모자보건법에 의하여, 부모가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 질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으로 임신한 경우,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한 경우, 모체의 건강을 해치는 경우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지나치게 낙태허용의 범위가 좁은 나머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스위스, 독일, 미국,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 대만 등 낙태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다른 국가에서는 12주에서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그 나라의 ‘아동의 생명권’과 ‘여성의 인권’의 합의점이라고 볼 수 있다. 낙태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만큼, 우리도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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