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듣는 법’을 알고 싶을 때
제대로 ‘듣는 법’을 알고 싶을 때
  • 서원대신문사
  • 승인 2019.03.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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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극복하는 소통의 힘, 영화 ‘목소리의 형태’

‘목소리의 형태’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초등학교 시절 소리를 듣지 못하는 주인공 ‘니시미야 쇼코’(이하 ‘쇼코’)가 또 다른 주인공 ‘이시다 쇼야’(이하 ‘쇼야’)의 학교로 전학을 오며 시작된다. 청각장애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데에 불편을 겪던 쇼코는 익숙한 수화 대신 필담을 사용하고, 상대방에게 먼저 다가가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또래 사이에서 따돌림의 대상이 되고 만다. 그 중심에 서 있던 쇼야는 자신의 행동이 쇼코에게 어떤 식의 상처가 될지 생각해본 적 없이 쇼코를 악질적으로 괴롭히고, 반 친구들은 그걸 보며 웃고 떠든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측에서 가해자를 찾기 시작하면서부터 상황은 역전된다. 쇼코를 방관하던 모든 학급 친구들, 심지어는 선생님까지도 일제히 쇼야를 주동자로 지목하게 되고, 따돌림의 화살은 쇼코가 전학을 간 이후 전부 쇼야에게 되돌아온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중고등학교 생활까지 쭉 외톨이로 지내던 쇼야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자살을 결심하고, 그 직전 속죄를 위해 쇼코를 찾아간다.

‘목소리의 형태’는 쇼야와 쇼코, 가해자와 피해자였던 두 사람이 그렇게 서로 진실한 소통을 시작하며 상처를 극복하는 성장 이야기이다.

<관전포인트>

작중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굉장히 현실적이고 입체적이다. 영화 ‘목소리의 형태’에서 가장 큰 관전 포인트를 꼽으라면, 그런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표현하기 위한 색다른 연출법을 사용했다는 부분일 것이다.

청각장애인인 쇼코에게 ‘소리’는 비장애인인 우리가 느끼는 것과는 다른 방식, 다른 감각으로 전달된다. 바로 물체의 진동, ‘촉각’이다. 처음 쇼야가 찾아온 날 무작정 도망치던 쇼코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짚고 있던 철봉의 진동을 통해 전달된 쇼야의 손길이었다. 이후 함께 불꽃놀이를 보러 갔을 때에도 쇼코가 들고 있는 컵의 파동을 통해, 소중한 노트를 찾기 위해 무작정 강물에 뛰어든 날 크게 일렁였던 물결을 통해, 작중에서는 쇼코가 어떤 방식으로 소리를 느끼는지 연출한다.

집단 따돌림을 당한 뒤 마음을 닫은 쇼야의 심리상태 역시 직설적이고 감각적으로 묘사된다. 작중에서는 주조연급 외에 직접적으로 얼굴 및 목소리가 나오는 인물이 없다. 쇼야의 시점으로 외부 인물의 얼굴에는 전부 X 마크가 붙은 채 묘사된다.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기피하는 쇼야의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주변의 수군거림 역시 쇼야의 피해망상으로, 웅성거리는 소리 외에는 제대로 목소리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쇼코와 쇼야가 서로에게 다가갈 때, 쇼코는 음성 언어를 사용하고 쇼야는 수화를 배워 각자의 ‘목소리의 형태’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장면 등에서도 섬세한 연출을 엿볼 수 있다. 모르고 봐도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이런 부분을 주의 깊게 본다면 영화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총평>

“귀가 있다고 무조건 제대로 듣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본 영화는 현대 사회에 만연한 소통의 부재를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목소리의 형태’에서는 그 부재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현장 중 하나인 ‘교내 집단 따돌림’을 소재로 삼아 이야기를 전개한다.

영화를 감상한 후, 김소윤(유아교육·17) 기자는 ‘굉장히 현실적인 캐릭터가 만들어낸 판타지’라는 글귀를 인용하며 비현실적인 요소가 많았음을 비판했다. 피해자인 쇼코가 지나치게 자책하고 가해자를 무조건적으로 용서하는 모습에 공감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박솔비(식품공학·16) 기자와 권오성(항공서비스·18) 기자는 ‘단순한 성격 차’, ‘따돌림을 오래 당했을 경우 그런 행동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그에 반박했다.

반면 본인이라면 쇼야와 쇼코의 관계처럼 학교폭력 가해자를 아무런 조건 없이 용서하고 친구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는 대부분 고개를 저었다. 과연 작중에서 쇼야가 왕따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쇼코에게 사과할 생각이라도 품었을까. 쇼야가 쇼코에게 한 사과를 과연 진심으로 한 사과라고 볼 수 있을까. 단지 본인의 죄책감을 덜어내려고 한 행위는 아니었는가. 여러 비판점이 쇄도하였다.

그럼에도 쇼야의 사과는 이미 삶을 이어나갈 의지를 잃었던 쇼코를 다시 한번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 가치를 아예 폄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잘못을 바로잡고 싶은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영화’, 혹자는 영화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어릴 때 제대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던 등장인물들은 서로 부딪히며 변화하고, 시간이 지나 성숙해지면서 비로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게 된다.

서로의 ‘다름’ 탓에 생겨난 단절과 불화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 그 감정의 골을 메우기 위해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에는 큰 용기가 요구된다. ‘목소리의 형태’는 아무리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변화의 발걸음을 내디디라고 말한다. 비록 그 과정에서 상처받고, 상처 주게 되더라도 서로 간의 소통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 그것이 바로 영화 ‘목소리의 형태’에서 진정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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