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운동 백주년 기념일에 부쳐
삼일운동 백주년 기념일에 부쳐
  • 서원대신문사
  • 승인 2019.03.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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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생명체는 외부의 힘에 의해 자유로운 활동을 억제당하거나 물리적 제지를 받으면 생존에 위협을 느껴 본능적인 대응을 시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적응을 도모하는 한편으로 주어진 모든 능력들을 최대한 끌어모아 적대적 환경에 맞서는 소위 저항이라는 행위를 펼치게 된다. 그리고 사람의 경우에는 때로 굳센 의지와 불굴의 용기라는 심리적 차원이 더해져 스스로 다치거나 죽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는, 다른 종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놀라운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당면한 상황과 처한 여건이 가혹할수록 적합한 조건을 찾으려는 움직임은 한층 격렬해지며 개체의 생애가 공동체 전체의 운명과 다름없게 되는 위태로운 국면에 접어들면 긴장과 대립의 요동은 거대한 파도가 되어 마침내 존재의 방식 자체에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낸다.    

지금부터 꼭 한 세기 전, 우리 민족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한반도라 불리는 공간 안에서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고 있던 조상들은 망국의 좌절을 극복하고 겨레의 온전한 안녕과 더불어 품위 있고 존엄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목숨 건 저항을 시도했다.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하려는 민초들의 목소리는 1919년 3월 1일, 종로 태화관에서의 선포식과 탑골공원의 시위를 기점으로 전국 방방곡곡에 메아리쳤고, 멀리는 일본과 연해주까지 백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봉기로 이어졌다. 한민족의 정당한 존립 근거를 되찾으려했던 의거는 일제의 폭력적인 진압과 무차별 학살에도 불구하고 결코 압제자를 원망하거나 폄훼하지 않았고, 오히려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 환호하며 공존공영을 염원하는 평화롭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궁극적으로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의 필요한 단계’에 다가서기 위해 ‘오랫동안 갈고 닦아 키우고 기른 인도적 정신이 이제 막 새 문명의 밝아오는 빛을 인류 역사에 쏘아 비추기 시작’했던 것이다.

삼일운동 백주년을 맞는 오늘, 우리는 저항의 기억을 통해 선조들이 드높였던 의연한 기상과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열망들을 되새기면서 한결 올곧고 참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포부를 다짐해본다. 무엇보다 겸허한 마음과 맑은 성정으로 작금의 자세를 더욱 가다듬는 동시에 남다른 긍지와 자부심으로 지혜와 역량을 한 데 모아 민주주의와 인권 같은 소중한 인간적 가치들이 꽃피고 생명에 대한 존중과 소수자를 위한 배려가 넘쳐나는 나라를 일구어야 할 것이다. 장차 다가올 어려움이나 고통들은 ‘먼 조상의 신령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우리를 돕고, 온 세계의 새 형세가 우리를 밖에서 보호하고 있으니’ 두려워하거나 겁낼 필요가 없으며 ‘다만 앞길의 광명을 향하여 힘차게 곧장 나아갈 뿐’이다. 남북한의 팔천만 동포들 모두가 약속의 땅에 이르는 또 다른 삼일절을 맞을 때까지 33인의 민족대표들만이 아닌 온 겨레의 함성으로 백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다 같이 힘차게 외쳐보자. 그 날의 가슴 벅찬 대한 독립 만세를.

원고 | 역사교육과 조준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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