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성 상품화, 아이들을 위협하고 있다
도 넘은 성 상품화, 아이들을 위협하고 있다
  • 임지은 기자
  • 승인 2019.04.1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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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속옷 상품명 ‘섹시 토끼의 오후’ … 아이인가 어른인가

최근 몇 년간 성(性) 관련 이슈가 뜨겁게 달아오른 것에 따라, 누구나 ‘성 상품화’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성 상품화란 성이 시장에서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당하는 현상을 일컫는데, 이러한 성 상품화에는 성매매와 같이 성이 직접적 판매 대상이 되는 것뿐만이 아닌 대중 매체 속 소비자들의 성적 자극을 유발하여 판매를 촉진하는 것 역시도 포함된다. 여성 연예인들의 소주 광고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와 같은 성 상품화 문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근래 남성의 사례 역시 급격히 늘고 있으나, 대부분 여성의 헐벗은 ‘신체’를 상품화하여 비하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차지한다. 이를 자본주의가 가져온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의견 역시 존재하나, 최근 들어서는 만연한 성 상품화 문화를 타파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성 상품화의 근본적 문제는 성을 인간의 본성과는 관계없이 단순히 돈을 주고 매매하는 물건처럼 취급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폐해가 발생하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인터넷 문화의 확산으로 아직 성숙하지 않은 미성년자인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초등학생이나 유아들에게까지도 ‘성 상품화’의 마수가 뻗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동속옷 모델관련하여 처벌규정과 촬영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온라인 아동 속옷 쇼핑몰의 아동 모델 사진이 지나치게 선정적임을 문제 삼는 내용으로, 청원인은 ‘왜 아동 런닝 사진을 촬영하는데 전신 촬영에 하반신을 강조하고, 몸을 배배 꼬고, 의자에 앉아 다리를 벌린 후 손으로 가리는 사진을 넣어야 하느냐’며 이를 강하게 지적했다.

또한, 그에 앞서 유명 아동 의류 쇼핑몰의 상품명이 아동의 성적 대상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은 사례도 있다. 문제가 된 상품명은 ‘인형 같은 그녀랑 연애할까’, ‘섹시 토끼의 오후’, ‘갖고 싶은 그녀의 따스한 시간’ 등이었으며, 이는 지나치게 유아의 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쇄도하였다. 결국, 해당 사이트에서 지적받은 상품을 삭제하며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아동복 판매점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동 사이에서의 문화 자체가 선정적인 인터넷 유행에 물들어 잘못된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아동이 자연스럽게 매체를 접할 기회가 늘었고 이에 따라 선정적인 영화·드라마·가요 등을 성인과 함께 감상하거나, 심지어는 아동 스스로가 그를 모방하기도 한다. 케이블이나 공중파에서 흔히 방송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출연자는 대다수가 미성년자에, 점점 출연자의 연령대는 낮아지는 추세다.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에 9~11세가량의 어린 참가자가 등장하는 건 이제 흔한 일이 되었고, 굳이 직접 참가하지 않더라도 아동들 사이에서 ‘또래’가 출연했다는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뿐만 아니라, 아동들 사이의 대중문화 유행은 ‘유튜브’까지 일파만파 퍼진 상태이다.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면 유튜브에 접근할 수 있고, 심지어는 개인방송까지 가능한 시대다. 지난해 전국 1200개 초중고 학생 2만 7265명 및 학부모 1만 7821명, 교원 2800명을 대상으로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조사에서는 ‘유튜버’가 희망직업 5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와 같은 유행에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얻고자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구독이나 후원을 해 주면 ‘엄마 몰카’를 찍어 올리겠다는 유행까지 생겼을 정도다.

이에 지난 2월 유튜브는 자정 작용 및 아동 보호를 위해 아동이 나오는 거의 모든 채널의 댓글 기능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2월 말부터 수천만 건의 어린이 동영상에서 댓글을 차단하고, 기존의 2배 이상 부적절 댓글을 식별·삭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업데이트한 것이다.

그러나 유튜브의 댓글 차단 기능만으로는 아동을 ‘성 상품화’의 굴레에서 완전히 보호하기 어려울 것이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고, 심지어는 자신을 보호할 방법조차 모르기 때문에 학교나 가정에서는 아동들에게 이에 대한 교육을 필수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아이들에게만 교육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아동의 성적 대상화를 경계하고 소비를 근절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성 상품화는 지독한 여성 차별의 문제”라고 혹자는 말한다. 성 상품화에서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신체를 상품화하고 단순한 ‘성적 대상’으로 치부하게 되는 과정이 포함된다. 이 과정에는 신체 소유주의 어떤 의지도 반영되지 않는다. 이것이 ‘성 상품화’가 주체적일 수 없는 이유고, 여성을 단순한 눈요깃거리로 격하시킨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바탕이다.

이러한 폐습이 우리의 후세대, 아동들에게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몹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어른들의 악습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그 영향은 천천히 아동들을 잠식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 현상을 간과하는 대신 적신호로 받아들여 하루빨리 본 ‘성 상품화’ 현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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