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내는 ‘스팸 문자’
정부가 보내는 ‘스팸 문자’
  • 임지은 기자
  • 승인 2019.04.1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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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문자, 안전불감증 부추기기만 한다?
(인포메이션=지예은 기자)
(인포메이션=지예은 기자)

[충청북도청] 00시부터 교통 구간 통제,
[환경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시민들에게 있어 정부가 보내주는 ‘스팸 문자’가 있다. 연일 울리는 핸드폰에 우리는 이제 깜짝 놀라는 대신 익숙하게 화면을 끈다. 커다란 사이렌 소리와 함께 찾아오는 문자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바로 ‘재난문자’이다.

긴급재난문자는 태풍, 홍수, 폭설, 지진 등 각종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피를 위해 국민안전처에서 이동통신사를 통해 핸드폰으로 보내는 긴급 문자메시지를 말한다. 2006년 도입되어, 2013년 이후부터 출시된 핸드폰에는 해당 기능이 의무적으로 탑재되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재난문자는 시민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단순히 피로감을 더하는 역할이다.

긴급재난문자 서비스는 재난의 위급성에 따라서 위급재난, 긴급재난, 안전안내 문자로 분류한다. 위급재난은 전쟁 상황을 알릴 때, 긴급재난은 주민 대피가 필요할 때, 안전안내는 기상특보 위주의 내용을 안내할 때 지자체에서 송출한다. 위급재난, 긴급재난의 경우에만 사이렌 소리가 울리며 문자가 수신된다. 그러나 제조사가 해외인 A사 핸드폰은 이와 같은 분류가 설정되어 있지 않아, 모든 재난문자가 ‘긴급재난문자’에 해당하여 매번 사이렌이 울린다.

이에 시민들이 항의의 의견을 표했으나 A사에서는 별다른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다만 A사에서는 재난 알림을 끄는 방법은 존재한다고 안내했다. ‘설정’의 ‘알림’에서 ‘긴급재난문자’ 버튼을 비활성화하면 된다. 이 경우 위급재난 문자를 제외한 모든 재난문자의 알림이 해제된다. 그러나 이 방법이 잘 알려지지 않았고, 정말 필요로 하는 긴급재난 문자까지도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불편을 겪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실정이다.

또한, 재난문자가 너무 잦다는 점에 불만을 토하는 시민들도 많다. 미세먼지나 차량 통제와 같은 일상적 문제나, 유치원 개학 연기 등 특정 층에만 필요한 정보를 해당 구역에 거주하는 모든 시민에게 ‘재난문자’의 형태로 송출하는 탓에 재난문자 본연의 의미를 잃어버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무분별한 재난문자 발송 때문에 시민들의 안전인식이 점점 둔감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세먼지의 경우 이미 시민들 사이에서 그 심각성이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같은 내용의 알림이 와 오히려 불쾌감을 조성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재난문자로 오는 내용 역시도 문제가 된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나 구체적 실천 사항을 안내하는 대신, ‘외출 자제’, ‘마스크 착용’ 등과 같이 효용성 없는 안내만 반복한다. 이러한 이유로 시민들은 재난문자를 제대로 정독하기는커녕 그저 성가시고 귀찮은 ‘스팸’ 문자로 취급하여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재난문자가 제 기능을 되찾기까지는 다소의 개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행정안전부는 ‘안전디딤돌’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재난문자 알림을 세부적으로 설정할 수 있어, 안전안내 및 긴급안내 문자도 필요한 내용을 효율적으로 수신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별도의 설치가 필요하다.

잦은 발송과 시끄러운 안전 안내 대신, 긴급한 상황에서만 울리는 알림과 정확하고 유용한 알림이 재난문자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속한 대피를 위해 보내는 긴급 문자메시지’라는 원래의 용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재난문자 시스템 자체의 근본적 개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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