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국민청원
달라진 국민청원
  • 서원대학교 신문방송사
  • 승인 2019.04.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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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동의’ 절차 도입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개편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향하는 철학이다. 국민들이 현재 개정되길 원하거나 새로이 바라는 법률 및 기타 의견을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려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을 시, 30일 이내에 정부 관계자의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쉽게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라는 국민청원의 기본 취지를 악용하여,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게시글의 작성 및 도배 현상이 극심해진다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심지어는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국민감정에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난 2월, 청소년 집단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게시글이 10만 명 이상의 국민 동의를 받아냈으나 거짓으로 드러난 사건이 일어났다. 제보자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소년법의 폐지를 위해 가공의 사실을 만들어서 올렸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각종 갈등을 부추기는 악의적인 게시글이나 개인적인 글 역시 잦아 문제를 낳았다. ‘생리대 판매를 금지해주세요’, ‘남자에게도 인공 자궁 이식해주세요’와 같이 터무니없는 게시글을 올리며 성 갈등을 조장하는 사례, 특정 지역을 언급하며 비하하는 발언이 게시판에 아무런 제재 없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한, 개인을 지목하며 비방하거나 처벌을 촉구하는 글, 아이돌의 팬클럽 싸움, 특정 정당 폐쇄 요구, ‘게임의 패치가 불만족스럽다’와 같은 장난성 게시글 등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을 무차별적으로 올리는 문제도 끊임없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에서는 3월 31일자로 청원 게시판을 개편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작성글이 즉시 게시판에 공개되던 기존 방식과 달리, 개편 후에는 청원자가 글을 올리더라도 글이 바로 게시되지 않는다. 대신 청원 글에 대하여 사전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웹사이트의 주소가 따로 부여되어, 100명 이상이 해당 링크에 접속하여 동의한 후에야 청원 글이 게시판에 공개되는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해당 절차를 추가함으로써, 부적절한 청원의 게시 및 노출을 줄여 효율적인 청원 게시판 운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반면, 개편 후 100명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기존 제도의 장점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 역시 존재한다. 기존 운영 방식의 ‘복잡하지 않은 형식의 익명 제보라서 부담 없이 의견을 제시하기 좋다’는 점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특정 계층이나, 제보 시 불이익을 받을 위협이 있는 약자 또는 소위 ‘을’의 의견을 얻는 데에 유리하다는 이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국민청원 게시글 16만 건을 모두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가 ‘아기’, ‘여성’ 등이라고 밝혀졌으며, 2019년 3월 기준 답변이 이루어진 78건 중 인권·성평등 카테고리의 게시물은 무려 24건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식의 개편이 이루어진 것은 이용자의 자정작용이 수반되지 않은 까닭이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있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 역할을 수행해오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특정 악성 이용자를 이유로 개편을 택한 것에 일부 사용자들은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계속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던 문제들이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에 ‘국민청원 시즌2’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게시판 개편이 모든 문제의 해답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올바른 사용일 것이다. 달라진 국민청원 게시판이 앞으로도 ‘공론장’ 역할을 계속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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