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 청주에 울려 퍼진 흥겨운 우리가락
가을 밤, 청주에 울려 퍼진 흥겨운 우리가락
  • 신동권 기자
  • 승인 2011.09.05 1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들이나 소풍가기 좋은 요즈음, 비용부담이 큰 놀이공원이나 유명 데이트 코스 말고, 가까운 곳에서 흥겨운 우리가락을 들으며 가을밤의 달빛을 즐기는 것은 어떠할까? 방법은 어렵지 않다. 매주 토요일 저녁 7시에 국립청주박물관 야외무대에서 이번 달 25일까지 ‘우리가락 우리마당’ 무료 상설공연을 실시하고 있다. 매 주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다르며 기자는 지난 달 20일, 창극 ‘쌀 퍼주고 떡 사먹는 여자’ 공연을 직접 체험하고 느껴보았다.

고사리 같이 작은 손으로 ‘두드리 난타’

기자가 당도한 날에는 비가 조금 내려 실내 ‘청명관’에서 공연이 시작됐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님들부터 손을 맞잡은 연인들, 아빠의 품에 안겨있는 어린이들까지 관객들의 표정은 기대감에 차 올랐고, 이내 무대의 막이 오르자 놀이마당 ‘울림’의 조용주 단원의 사회로 공연이 시작됐다. 처음 공연은 시민 참여형 체험 및 공연 프로그램으로 자기 키 만큼 큰 장구를 들고 7~8살 정도의 꼬마 친구들이 연주를 시작했다. 배운 시간이 적은 만큼 서툴지만 열심히 손을 놀려 할머님들은 미소로 화답했고 아빠, 엄마들의 사진세례를 받았다.

 

제 2의 청춘합창단과 두 자매의 가야금 병창

이어 분홍빛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님들이 무대에 올랐다. “사회복지관에서 열심히 연습하신 참가자 분들이시다”라는 사회자의 소개에 약간은 부끄러워 하셨지만, 응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함양양잠가, 꽃타령, 통영개타령을 연달아 부르기 시작했다. 요즘 TV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방영되는 청춘합창단을 보는 듯 그 분들의 노래와 구성진 가락에 슬프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다. 합창이 끝나고 가야금을 타는 두 명의 자매가 등장했다. 맑고 깨끗한 선율의 가야금을 연주하며 부르는 ‘새타령’과 ‘옹헤야’는 관객들의 가슴에 크게 와 닿았다.

 

 

 

쌀 퍼주고 떡 사먹는 여자

드디어 마지막 하이라이트! 멀리 경주에서 이 곳까지 발걸음한 정순임민족예술단 새천향의‘쌀 퍼주고 떡 사먹는 여자’공연이 시작되었다. 이 창극은 심청전에 나오는 ‘뺑덕어멈’의 행동이 주가 되는 공연으로, 물에 빠진 심청의 넋을 위로하는 무인들의 지전춤이 시작되었다. 그 와중에 얼굴이 박색인 뺑덕이 심봉사에게 접근해 유혹하여 부부지정을 맺은 후, 내연관계였던 황 봉사와 계략을 짠 뒤 심봉사를 버리고 도망을 간다는 내용이었다. 뺑덕어멈의 익살스러운 행동과 방정맞은 모습이 무척이나 해학적이었으며, 버려진 심 봉사가 떠나간 지어미와 심청을 그리워하는 노래가 가을밤에 구슬프게 울려 퍼졌다. 심 봉사가 황성으로 올라가는 장면을 끝으로 공연은 막을 내렸고 관객들은 물론 기자도 감동의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우리도 한번 가볼까?’ 9월에 열리는 프로그램

다가오는 3일에는 사단법인 24반무예협회에서 전통무예시범을 선보인다. 기창(고려시대 어가를 호위하는 의장병의 창법)과 쌍수도(왜검의 피해를 예방하기위해 고안한 검법)등의 화려한 볼거리가 제공될 예정이며 10일에는 옛소리국악진흥회의 ‘달빛에 취한듯’ 팀에서 국악관현악 연주와 아름다운 민속춤 태평무를 구경할 수 있다. 또한 17일에는 우리 대학 한국음악전공이 설치된 이래 매년 정기연주회와 순회연주회를 개최하며 발전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연주하는 서원국악관현악단의 ‘가을 문턱에 서서 젊음에 美치다’ 공연도 기대되는 작품 중 하나이며, 마지막으로 24일 열리는 이광수 명인과 민족음악원의 ‘문굿 비나리’도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줄 공연이다.

 

 

박물관을 나오면서

공연을 관람한 한 주부는 “6월부터 토요일마다 매주 이곳에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나온다”며 “시골에서 할머니의 무릎에 누워서 들려오던 자장가가 생각난다”며 자신이 받았던 감동을 전했다. 엄마와 함께 있던 꼬마 아가씨가 “아저씨도 매일 매일 놀러오세요. 이거 무한도전보다 재밌어요”라고 기자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엄마가 다려준 교복의 남겨진 스팀 잔향처럼 시원하고 포근하기도 한 가을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학우들이 많을 듯하다. 멀리 가려고 준비하지 말고 가까운 청주에서 들리는 우리 가락에 귀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