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빛이 되어주는 ‘형설교수장학회’
학생들의 빛이 되어주는 ‘형설교수장학회’
  • 서원대신문사
  • 승인 2019.06.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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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간사 허원 교수를 만나다

우리 대학교에는 교수들이 조성하는 ‘형설교수장학회’를 비롯해 ‘보직자장학회’, ‘행정직원장학회’, ‘총동문회장학회’ 등 자발적인 장학회가 구성돼 장학 기금을 통해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특히 ‘형설교수장학회’는 1997년에 설립돼 22년 동안 이어져오며 제자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형설교수장학회 대표간사를 맡고 계신 역사교육과 허원 교수님을 노크 톡톡에서 만나러 갔다. 똑똑~~~  

Q: 교수님 안녕하세요? ‘형설’이란 명칭은 반딧불과 눈(雪)빛으로 공부를 했다는 고사성어 ‘형설지공’에서 따온 것인가요?  

A: 맞습니다. 우리 교수님들은 대부분 장학금을 받고 공부했어요. 우리도 도움을 받고 공부했으니 이제는 학생들에게 베풀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Q : 네, 1997년에 설립됐는데 IMF 외환 위기가 닥쳤을 때군요?

A : 그때 당시 갑자기 부모님의 사업이 부도나고 직장을 잃게 되면서 학생들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휴학을 하거나,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없는 학생들이 많아졌어요. 학교에서 장학금을 늘렸지만 주로 성적이나 공로 장학금이라서 사각지대가 있었죠. 결석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로 피곤에 지쳐 강의 시간에 조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그러면서 학습을 따라가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했어요. 당시 제가 기획처장을 맡고 있어서 상황을 좀 더 심각하게 느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교수들과 고민한 끝에, 성적보다는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학업을 이어나가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죠.

Q: 자료를 보니 20여 년 동안 400명이 넘는 학생에게 3억 7천여만 원의 장학금이 지급됐는데요, 어떤 절차를 통해 선발되고 지급되었는지요?

A: 우리 장학회는 성적은 크게 중시하지 않고, 공부하려는 의지나 태도, 힘든 형편 속에서도 학내외 봉사활동이나 타인을 도우려는 의지를 가진 학생들을 우선 선발합니다. 어려워도 말을 잘 안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학생자치 단체에서도 추천할 수 있도록 했고, 직원 선생님들도 학생 상담을 하시기 때문에 문호를 열어두었어요. 교수가 추천하면 학과에서 의견수렴을 하고, 장학회운영위원회에서 심사를 해요. 이런 상담 과정을 하면서 학생들이 가정에 갑자기 문제가 닥쳐 휴학을 하는 등의 개인적인 어려움을 파악할 수 있었죠.

Q : 그렇군요, 그런 점이 ‘형설교수장학회’가 갖는 특별한 의미일 것 같은데요?

A : 우선 ‘교수님들도 학생시절 어려울 때 장학금으로 도움을 받았고, 가정의 문제는 너희들의 문제가 아니니 떳떳하게 받을 권리가 있다. 나중에 더 크게 사회에 돌려주면 된다’는 격려의 의미가 크고요, ‘교수님들이 강의만 하는 것이 아니고 너희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어려움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상의를 해라’ 이런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죠. 무엇보다 교수가 학생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관심을 갖고 자연스럽게 상담을 하면서 교수-학생 간 소통의 통로가 되고 있어요. 운영위원회에서도 심사를 할 때 얼마나 신경을 써서 상담을 했는가에 따라 당락을 결정하니까 교수님들이 추천서를 작성하실 때 학생과 접촉하고 소통하면서 심혈을 기울이신다고 합니다.

Q : 네, 교수님께서 형설교수장학회 초창기부터 대표 간사를 맡고 계시죠?

A : 그렇게 되었네요. 회장은 없고 대표 간사와 운영위원들로 단촐하게 구성돼 있어요. 초창기에 직책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일이 중요한 것이니 회장 없이 가자고 해서 지금까지 쭉 대표 간사만 있습니다. 교수 정원이 160~170명 정도 될 당시에는 절반이 넘는 90여명의 교수들이 참여했어요. 그런데 하나둘 정년퇴임을 하시고, 학교가 교수님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임용하면서 트랙과 처우가 다르다보니 추천이나 권유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현재 50여명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강사 선생님도 참여하시고 어떤 교수님은 목돈으로 내시는 등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Q : 장학회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요?

A: 교수님들의 참여를 권장하기 위해서 회원 교수만 학생을 추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가입하면서 학생들을 추천할 수 있고 희망하시면 누구든 운영위원을 하실 수 있습니다. 한 구좌에 만 원인데 만 원에서 20만 원까지 선택을 하시면 매달 월급에서 원천 공제됩니다. 스무 구좌를 하고 계신 분도 계시지요. 통장은 학교에서 관리하고 저희가 학생을 선출하면 학생 통장으로 지급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돼요.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운영위원 교수님들이 부담합니다. 장학기금 백 퍼센트를 전부 학생에게 주는 거죠. 장학회 자료는 역사교육과에서 보관하고 있는데, 조교가 바뀌다보니 운영에 어려움이 있지요. 실은 지난 20주년 때 간단한 백서라도 만들어볼까 했는데 괜히 교수님들 괴롭히는 것 같아서 그만뒀어요. 교수님들이 다른 곳에도 기부를 하고 있는 곳이 많잖아요. 다만 우리 대학에 이런 장학회가 있다는 것을 좀 알아주시면 감사하죠.  

Q: 대외적으로도 대학 사회에서 교수의 절반 이상이 장학금 기부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 대학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징인데요, 2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오며 시간을 뛰어 넘는 의미와 가치를 축적해 오신 것 같습니다.

A: 청주사범대학시절부터 교수와 학생들의 친밀도가 계속 이어져오고 있고, 학생들과 교수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는 것은 확실하죠. 교수가 학생들에게 작지만 믿을 수 있는 언덕이 된다고 할까요? 어떤 교수님은 당장 도와주지 않으면 졸업을 못하거나 휴학을 해야 하는 제자에게 사비로 내어주는 경우도 있어요. 제도의 사각지대와 빈틈을 채워가면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무관심하지 않고 더불어 학교생활을 하며 도와주려 하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장학회가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봐요. 교수신문이나 타 대학 교수들도 ‘형설교수장학회’의 취지와 내용이 다른 대학에 파급되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우리 대학에 강사 선생님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교수님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할 수만 있다면 다 같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한 구좌만 내도 되고, 누구든 운영위원이 될 수 있고, 소속감과 관심이 중요한 것이죠. 다시 한 번 교수님들이 반 수 이상 참여하시는 장학회가 된다면 또 하나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초창기에 함께 했던 성기서 교수님이 퇴임을 하시고 이현석 교수님, 김명혜 교수님, 황태주 교수님 등 여러분이 많이 도와주고 계신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어떤 변화나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기겠죠? 후배 교수님들께서 새 시대에 맞추어 잘 이끌어 나가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Q : 네, 학생들이 취업 걱정 등으로 불안과 걱정 속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격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우리 시대에 비하면 물질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안정된 사회지만 반면에 경쟁이 치열해 지니까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죠. 그 경쟁을 부담으로만 느끼지 말고 여러분이 누리는 풍요로움에 따르는 하나의 조건으로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경쟁을 피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과 똑같은 경쟁은 하지 않기를 바라요. 좀 덜 피곤하게 경쟁할 수 있는 방법, 쉽게 말하면 ‘블루 오션식’ 공부라고 할 수 있겠죠. 학생들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자기만의 공부 방법을 개척해 나갈 필요가 있어요. 지나치게 타인의 생각과 사회의 기준에 얽매이지 말고 어떻게 하면 이 사회의 경쟁 방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자신의 성취감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세요. 가치관이 뚜렷하다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방법, 똑같은 길로 살아가려고 하지 마시길. 경쟁을 부담스럽게 여기면 힘들어질 뿐이에요. 좀 더 편하고 재밌게 살면서 열심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세요. 우리는 그렇게 못했지만 지금의 학생들은 그걸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교수님,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 허원 교수님에게 전화를 걸면 흘러나오는 노랫말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을 보내드리니 교수님께서는 집 뒤뜰에 핀 모란과 작약을 찍은 사진을 보내주셨다. 꽃을 사랑하시는 분 같다.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꽃을 피우고 자기만의 향기를 내는 사람이 되어가는 성장의 과정에 양분과 물을 주고 있는 ‘형설교수장학회’! 앞으로 30년, 40년, 100년… '형설지공'의 아름다운 향기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원고 | 김보경 주간 교수

jjassmin@seowon.ac.kr

사진 | 이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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