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사회의 빛과 소금, 봉사동아리 ‘질그릇 자활회’
청주사회의 빛과 소금, 봉사동아리 ‘질그릇 자활회’
  • 민교준 기자
  • 승인 2011.09.06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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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그릇 자활회는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사람들에 대해 세심한 배려와 봉사로 느리지만 천천히 세상을 변화시켜 가고 있다. 이에 본사는 봉사 동아리 질그릇 자활회를 소개해 본다. <편집자 주>


진흙으로 빚어 윤기도 없고 거칠기까지 한 보잘 것 없는 그릇. 바로 질그릇이다. 어딜 가나 천대받는 못난이 그릇이지만 이 질그릇 닮기를 모토로 삼고 이름을 정한 봉사 동아리가 있다. 바로 ‘질그릇 자활회’다.

질그릇 자활회 김재경(국어교육·2) 회장은 “금이나 은으로 된 그릇은 좋은 것을 담는 전시물일 뿐 사용가치가 없는 반면, 질그릇은 깨지기 쉽고 투박하지만 일그러지고 어두운 것들을 담을 수 있다”며 “어둡고 소외당한 사람들까지도 넓게 사랑하자는 뜻이다”고 동아리 이름의 의미를 말했다.

동아리 회원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충북재활원을 찾아가 사회에 소외된 정신지체인들을 돕는 등 청주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필자도 질그릇 자활회 회원들의 일정에 맞춰 충북재활원을 찾았다. 질그릇 자활회는 서원대학교, 충북대학교 등 청주 6개 대학으로 구성된 연합동아리여서, 현장에 온 회원들을 모두 합치니 20여명이 넘었다.

곧이어 충북재활원에서 생활복지사가 정신지체인들의 성별과 인지 수준의 차이 등을 고려해 신속히 반을 나눴다. 보통 한 반당 인원은 10~15명의 정신지체인들과 질그릇 동아리 회원 1명, 사회복지사 2명으로 구성된다. 필자가 참여한 반은 ‘천사반’. 초면인데도 오자마자 인사를 하며 정신없이 반갑게 반겨주는 한 정신지체 아동 때문에 적잖이 놀랐다. 하지만 해맑은 그들을 보면서 내면에 벽은 서서히 허물어 졌다. 각 반에서는 사회복지사와 같이 정신지체인의 목욕, 식사 보조, 청소 등을 도왔다.

이어 사회생활의 기초 지식들을 가르쳐주는 교육봉사가 진행됐다. 이제까지 봉사가 사회복지사의 지도하에 이뤄졌다면, 교육봉사는 질그릇 자활회 회원들의 몫이다. 김재경 회장은 “질그릇 자활회는 교육이 정신지체인들의 자립을 도와주는 것이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며 “매주 중복 안 되게 실생활과 연계 된 교육내용을 정하려면 회원들 모두 심사숙고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회원들은 매주 두 차례 회의를 통해 한 자리 숫자에 대해 교육하기, 그림달력 만들기, 봉숭아물들이기 등 창의적인 교육이 탄생했다.

이번에 진행된 교육은 정신지체인들이 근처 마트에서 일정 액수의 돈에 맞춰 물건을 사오는 내용이다. 정신지체인들은 3천원에 맞춰 물건을 사야 되기 때문에 저마다 고민이 가득했다. 참치를 들었다 놨다하거나 빵을 유심히 보는 이들도 있었다. 계산을 했는데 3천원이 넘자 봉사자들에게 미안하다며 다시 고른다고 가버린 정신지체인도 있었다. 가식 없고 순수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 느꼈던 거부감이 떠올라 미안해졌다. 계산을 마치고 아까 유심히 보던 빵을 봉사자에게 선뜻 건네는 분을 보며 마음이 짠했다.

교육을 끝으로 작별의 시간이 다가오자 서로 하나 되어 섭섭함과 아쉬움을 달랬다. 늘 해맑게 웃던 정신지체자들이 이날 처음 웃음이 떠난 거 같아 미안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보람찼던 하루가 끝났지만, 질그릇 자활회 회원들은 정신지체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또 한 번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고 있었다.

사회소외계층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봉사를 통해 질그릇 자활회 회원들은 이렇게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부조리를 차츰차츰 지워가고 있었다. 마치 이름 그대로 ‘질그릇’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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