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캔 스피크, 세상의 모든 '나옥분'들에게
아이 캔 스피크, 세상의 모든 '나옥분'들에게
  • 서원대학교 신문방송사
  • 승인 2019.09.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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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 들어야 하는 말을 전하는 영화
[사진] 영화 ‘아이 캔 스피크’ 포스터 (배급사 | (주)리틀빅픽처스)
[사진] 영화 ‘아이 캔 스피크’ 포스터 (배급사 | (주)리틀빅픽처스)

 

 

 

 

 

 

 

 

 

 

 

 

 

 

 

 

 

 

 

 

 

접수한 민원만 8천 건, 불법이란 불법은 모두 잡고 보는 구청 블랙리스트 ‘나옥분’과 그에 맞서는 원칙주의자 공무원 ‘박민재’ 사이의 영어 수업이라는 특별한 거래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어를 고집하는 ‘옥분’의 말 할 수 없던 비밀과, 능력이 있음에도 9급 공무원에 안주하며 무기력하기 만한 ‘민재’의 속 사정까지. 둘은 영어 수업을 통해 함께 우여곡절을 겪으며 가족으로 거듭난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2007년 미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했던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 이용수, 김군자, 얀 오헤른 할머니가 청문회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코믹 감동 영화이다. 자칫하면 한없이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주·조연들의 일상적인 화면과 대화로 이끌며 영화의 무게를 조절한다. 하지만 한국 코믹 영화의 감동 서사 공식을 그대로 전수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럼에도 ‘아이 캔 스피크’는 흥행에 성공했고, 나옥분 역을 맡은 나문희 배우는 그 해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다. 그렇다면 ‘아이 캔 스피크’만의 차별점은 무엇이었을까.

<관전 포인트>

첫째,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영화는 인물들 간의 일상적인 갈등 서사를 다루며 클라이맥스에서도 우리가 떠올리기 쉬운 끔찍한 고문 장면이나 적나라한 재현을 통한 2차 가해를 되도록 피하고 있다. 오히려 영화는 긴 시간을 들여 주인공 옥분을 억척스러운 모습으로 관객에게 각인시킨다. 임지은(유아교육·18) 기자는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를 어떤 상징이나 고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하나의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라고 평했다. 즉,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로 그림으로써 관객과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만들었다.

둘째, 핵심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화의 말미에 등장하는 청문회 장면은 우리를 초조하게 만들지만 결국 감동과 쾌감을 일으킨다. 민재의 ‘하와유?(How are you?)’로 용기를 얻은 옥분이 ‘아임 파인 땡큐(I'm fine thank you)’로 화답하며 연설을 시작한다. 김현석 감독은 ‘옥분’의 대사로 자주 등장하는 “아임 파인 땡큐(I'm fine thank you)”의 의미를 ‘물어봐줘서 고맙다.’, ‘나는 괜찮으니 걱정 말아라.’라는 두 가지 중의적 의미로 설명했다. 덧붙여 “이제는 우리가 지금에서야 알아 죄송한 마음을 담아 피해자들께 하와유(How are you?)라고 물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셋째, 조연들의 역할이다. 영화는 조연들을 통해 관객이 고민할 만한 질문들을 던진다. 근무 중 골프를 치러 다니는 구청장,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며 담배 피우고 노닥거리는 주무관 등, 극 중 공무원들은 시민의 안위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풍자는 재미의 요소이면서도 현실의 공직자들에게 뼈아픈 충고를 한다. 

시장 안 옥분의 유일한 친구였던 ‘진주댁’은 옥분이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임을 안 이후 옥분을 피한다. 친구를 도와주지 못했단 죄책감, 신뢰받지 못했다는 서운함과 미안함이 가득한 진정성 있는 인물로 영화는 진주댁을 통해 우리가 가져야 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전한다.

<총평>

찬란한 나이에 겪었던 참혹함은 죽음을 피하고픈 인간의 원초적 본능마저 어긋나게 만든다. 그럼에도 영화는 단순히 피해자들의 호소와 상처만 조명하는 감정적인 요소에서 벗어나, 일본에 받아야 하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피해자들이 우리 일상에 스며들게끔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감상 후, 대부분의 기자들은 ‘모든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상처에 공감하며 지금도 아픔 속에 살고 계신 수많은 피해자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지예은(영어교육·18) 기자는 “나옥분 할머니가 청문회 연설 중 일본군들이 새겨놓은 상처를 보여주며, 살아있는 생존자들 모두가 증거라고 한 장면이 인상 깊었다”라며, 극 중 ‘우리는 당신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잘못을 인정하기만 하면 됩니다’라는 대사에 공감되고 마음에 와닿았다고 했다.

극이 꾸준히 하나로 이끄는 키워드는 ‘진정성’이다. 우리가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가져야 하는 마음과 일본이 보여야 할 태도로서, 끊임없는 노력과 관심은 진정성에서 우러나온다. 나옥분은 청문회에서 일본인들을 향해 ‘우리가 살아 있을 때,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더러운 돈 따위 필요 없으니,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라’고 외친다. 이것이 ‘아이 캔 스피크’가 전하는 핵심이자 또 다른 ‘나옥분’들에게 실어주는 응원일 것이다. 끝으로 일본의 사과를 받기 위해 희망을 잡고 평생을 산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27년간의 여정이 담긴 영화 ‘김복동’ ost ‘꽃’의 가사를 올리며, 일본이 하루속히 상처 입은 모든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하길 바란다.

‘흙으로 돌아가는 이 길이 때로는 외롭고 슬프겠지만 그땐 행복할래요. 고단했던 날들 이젠 잠시 쉬어요, 또다시 내게 봄은 올 테니까. 빈들에 마른 풀 같다 해도 꽃으로 다시 피어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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