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상자 속 갇혀 죽어가는 동물들
택배 상자 속 갇혀 죽어가는 동물들
  • 임지은 기자
  • 승인 2019.09.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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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택배 금지법’ 발의, 심도 있는 동물권 논의가 요구되는 시점
(인포그래픽=지예은 기자)
(인포그래픽 = 지예은기자)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1,000만을 넘어가는 시점이다. 반려동물의 종류도 우리가 흔히 접하던 개나 고양이에 그치지 않고 물고기, 새, 파충류 등 많은 이색 동물들이 새로운 반려동물로 주목받고 있다. 

도마뱀이나 거북이와 같은 소형 파충류뿐만 아니라 미어캣, 라쿤, 앵무새 등의 동물들까지도 국내 포털 사이트 및 온라인 쇼핑몰에서 간단하게 구매가 가능하다.

이들을 분양받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흔히 ‘택배’를 이용한다. 하지만 쉽고 편리하게 이용했던 택배가 많은 야생동물을 위협하고 있다. 좁고 답답한 택배 상자 안에서 짐짝처럼 던져지는 중에 수많은 동물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심하면 폐사에 이르기까지 한다. 

현행법인 동물보호법 제9조에 따라 ‘애완동물’로 간주되어 보호될 수 있는 건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 단 6종이며, 나머지는 야생동물 범주에 속한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에 해당하는 일부 야생동물의 경우는 국제거래를 아예 제한하거나 관할 지역 환경청에 국제적 멸종위기종 양도·양수 신고서를 작성해 신고한 뒤에야 사육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에 해당하지 않는 대부분의 야생동물의 경우, 판매 및 운송 등에 아무런 규제 없이 가정 내에서 번식시켜 분양하거나 택배로 배송하는 등의 행위가 가능하다. 

심지어 국내 야생동물 판매자는 대부분 ‘통신판매업’으로 등록되어 있어 애완동물 판매자와 다르게 교육을 이수하거나 적절한 환경을 갖추고 있을 필요가 없다. 법의 사각지대 속에서 많은 야생동물이 무분별하게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유럽연합이나 미국 등의 국가에서는 야생동물 판매를 등록·허가제로 운영한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이 사육하거나 소유할 수 있는 야생동물의 종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를 통해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야생동물 판매 허가제를 도입하며 야생동물의 인터넷 거래 및 택배 배송을 전면 금지하고, 위반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야생동물의 학대와 유기를 방지하기 위해 판매업자가 야생동물 수령자 및 그 동물의 수용·보호시설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고 3년간 보관해야 한다는 조항 또한 신설되었다.

이정미 의원은 야생동물 사육환경에 대한 시설 기준 역시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직접 전달하도록 야생동물의 윤리적인 운송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페트병에 담긴 채 배달되는 애완조, 일반 택배 물품과 뒤섞여 여기저기 던져지는 도마뱀, 뒤집힌 채 숨을 쉬지 못해 죽어가는 거북이 등 인간의 편의를 위해 희생되는 야생동물들이 줄을 잇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수가 늘며, 동물에게도 생명권과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동물권’에 대한 인식은 이전에 비해 크게 확산되었다. 그러나 야생동물은 뒷전으로 밀어두고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친숙한 동물에 한해서만 동정과 공감을 나누는 것은 모순적인 일일 것이다. 

생명에 경중을 따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현 사회의 동물권 수준에 대하여 보다 깊은 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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