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없는 기술사회, ‘NO노인존’ 대한민국
배려 없는 기술사회, ‘NO노인존’ 대한민국
  • 임지은 기자
  • 승인 2019.11.25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결국 노인이 된다”
세대 간의 소통과 화합 필요

대한민국은 현재 유례없을 정도로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지난 2월, ​통계청은 우리나라가 2025년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를 의미하는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앞둔 우리나라는, 이미 인구의 14.8%가 65세 이상으로 구성된 고령사회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사회 구성원이 노인임에도 한국은 ‘노인을 위한 나라’와는 거리가 멀다. 대부분의 청년들에게 노인은 불편하거나 낯선 세대에 불과하다. 노인 역시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사회 속에서 적응하는 데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예로 무인·자동화 기술을 들 수 있다. 무인화 기계, 일명 키오스크(Kiosk)의 도입과 확산은 타인과 대면하는 일에 껄끄러움을 느끼는 청년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의 발전이 노인 소외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조성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질 기회가 없거나 적었던 노년층은 직관적으로 사용법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라며, 노년층에게 있어 키오스크는 자존감 하락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방법을 알더라도 신체적 한계로 인해 조작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다. 화면에 표시되는 글자가 매우 작아 읽기 어렵거나, 터치스크린의 위치가 너무 높은 경우도 있고, 입력 제한 시간 등의 문제도 존재한다.

기술의 발전 속 노인을 배려하지 않는 시스템은 무인 단말기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편리하게 이용하는 모바일 뱅킹 등의 금융 서비스나 쇼핑에서 어려움을 겪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다. 심지어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단순한 소통에서까지 노년층의 소외는 당연시되고 있다. 실시간으로 읽음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카카오톡 서비스에서 “왜 읽고 나서 바로 답장을 하지 않냐”라며 답답해하는 상대방을 보며 타자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8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 장·노년층 등 4대 정보 취약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68.9% 수준에 불과했고, 특히 장·노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3.1%로 가장 낮았다.

하다못해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노인들은 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3min’, 노인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이 영어 표기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보지 못해 레토르트 식품 하나 데워먹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불편 속에서도 노인들이 청년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것은 노인을 배제하는 사회 분위기 탓이다. ‘틀딱’, ‘연금충’, ‘할매미’와 같은 멸칭이 보편화된 혐오 문화, 스스로 사회에 뒤처졌다는 자각에서 찾아오는 극심한 무기력과 모멸감, 미미하기만 한 교육까지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NO노인존’이다.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도 도무지 그럴 수가 없다. 애초에 청년과 노인 간 만날 수 있는 창구조차도 부재한 것이다. 청년층이 노인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해봤자 ‘버스 안’ 아니면 ‘양로원 봉사활동’ 정도가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 노인이 된다. 이는 우리 역시 언젠가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게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노인이 된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다. 노인은 더 이상 노동자로서의 가치가 없고, 세금이 드는 복지의 대상으로만 취급당하곤 한다. 이런 사회의 흐름 속에서 사회 구성원들은 쉽게 노인들을 무시하고 멸시하기 마련이지만, 우리 역시 언젠가 노년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가 아직 청년층일 때 끊임없이 고찰하고 지적해야 한다. 우리의 노력이 사회에 닿을 수 있을 때에 목소리를 내고, 주장해야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노인 문제의 근원은 세대 간의 단절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노인의 손을 잡고, 노인의 목소리를 듣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법에 대해 배워야만 한다. 우리가 노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서로 소통하는 것만이 노인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되어 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