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박스 주우신 할머니, 전재산 기부’, ‘광고 촬영비 전액을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기부한 연예인’ 듣기만 해도 훈훈해지는 기부 관련기사다. 연말이면 이런 기부 소식은 더욱 봇물을 이룬다. 그러나 기부가 반드시 특별한 날이나 거액만 가능한건 아니다. 기부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 액수가 더 주목받고 칭찬받아야 한다는 공식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된 기부 의식을 보여주듯 최근에는 기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 일상생활 속에서도 가능한 이색 기부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 새로워진 기부문화에 대해 알아보자.
5분으로 충분한 기부문화
바쁜 현대인에 삶에 따라 기부의 방법도 달라졌다. ‘해피빈’, ‘도토리 기부’ 등은 변화하고 있는 기부문화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해피빈이란 온라인상에서도 기부를 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에 착안하여 2005년부터 시작됐다. 해피빈의 처음 시작은 기부에 쓸 수 있는 사이버 머니를 포털사이트 네이버나 한게임 이용자에게 나눠주는 것이었다. ‘콩’ 1개는 현실에서 1백원의 가치를 가지며 ▲메일 송수신 ▲카페 혹은 블로그에 글 게시 ▲지식iN의 답변 채택과 같은 활동으로 받을 수 있다.
네이버를 통해서 혹은 우연한 계기로 콩을 받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국내 NGO 단체 중 관심이 가는 단체나 기부처를 찾게 된다. 온라인에 작은 ‘콩’이 현실세상에서 잠재적 기부자와 NGO의 관계를 잇는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 된 것이다.
이러한 ‘해피빈’의 가세로 ‘도토리 기부’도 생겨났다. ‘도토리’는 포털사이트 네이트(싸이월도)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머니’다. 원래 자신의 미니홈페이지를 꾸미는데 이용됐던 ‘도토리’를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도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처럼 점점 변화하고 있는 기부문화는 과거에 비해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할 수 있어서 기부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기부에 소홀했던 청소년 및 대학생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것 또한 주목할만하다.
기부가 쉬워지는 공간
개인적인 기부뿐만 아니라 각 지방단체 및 기업에 의해서도 새로운 기부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단순한 재활용가게의 역할을 넘어 국내외 소외계층과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곳이 있다. 바로 ‘아름다운 가게’다. 이곳은 기부물품에서 창출한 수익을 기부금으로 전환해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있으며, 매년 6월과 12월에 ‘희망나누기’, 설날 전에 수익금을 가지고 직접 수혜자에게 전달하는 ‘나눔 보따리’ 등의 자선사업도 하고 있다.
청주시 신봉동에서 ‘아름다운 가게’를 운영하는 박현미 팀장은 “가게를 막 시작했던 몇 년 전만 해도 아름다운 가게는 전국을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재활용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어 기증도 많아지고 가게에 들르는 손님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어딜 가나 일회용품이 넘쳐나고 사람들은 물건을 너무 쉽게 구입하고 또 쉽게 버린다. 그러나 짐 정리를 할 때 혹은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릴 때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나서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기부한다면 그 물품은 분명 다른 필요한 사람에겐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너와 내가 만나 두배 되는 기부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하는 기부도 변화하는 기부문화의 큰 흐름으로 자리매김했다. CJ 도너스 캠프에서 주최하는 소외지역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 마련 기부금 조성도 그 중 하나다. 이 기부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매칭펀드(MATCHING FUND)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기부자가 1만원을 기부하면 CJ나눔재단이 기부금액과 동일한 1만원을 지원하여 도움이 필요한 아동들에게 두 배로 전달되는 것이다.
이처럼 개인에서 기업에 이르기까지 이색적인 기부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아직까지도 ‘기부’는 거창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생활 속의 사소한 손길도 얼마든지 기부로 이어질 수 있다. 그 동안 기부를 어렵게 생각했다면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우리 대학 학우들도 그 첫걸음을 떼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