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에 의사, 교수, 변호사 등과 함께 검사만큼 자주 등장하는 직업도 드뭅니다. ‘더킹’, ‘검사외전’, ‘열혈사제’ 등을 보면 극단적으로 두 가지 유형의 검사가 등장합니다.
불의와 싸우는 정의로운 검사와 출세지향적인 정의롭지 못한 검사입니다. 이들이 대비를 이루며 전개되는 스토리는 대부분 정의로운 검사의 승리로 끝납니다. 그런데 과연 현실도 그럴까요?
우리나라 검찰처럼 강력한 권력을 가진 나라는 없다고 하고, 그렇기 때문에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검찰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권력 자체가 너무 크고 강하다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이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권력이란 부패하기 쉽고, 권력이 크면 클수록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집니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역사는 권력을 억제하고 순화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절대군주가 구가하던 권력을 셋 또는 다섯 개의 기구로 나누고자 했으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언론을 통해 이를 견제해 왔으며, 이어 권력의 제5부라는 시민단체 등이 가세하여 권력을 억제하고 순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이렇게 발전해 왔습니다.
우리나라 검찰의 권력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살펴보겠습니다.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은 광범위한 수사권까지 보유하고 있으며,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까지 행사하고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입니다.
어떤 사람은 사법부가 있는데 검찰 권력이 왜 그렇게 문제가 되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사법부(법원)는 검찰이 사건을 기소, 즉 재판에 회부해야 사건의 법적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재판 이전에 이루어지는 검찰 권력의 행사는 사법부가 관여하거나 견제하기 어렵습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떤 범죄에 대해 검찰은 이것을 조사할 것인지 말 것인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물론 경찰이 조사를 할 수도 있지만, 지휘는 검찰이 합니다. 거기에다 고발이 없이도 이른바 인지 수사라는 명목으로 수사를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죄가 있어 보여도 경미하면 검찰은 이것을 재판에 회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검찰의 판단에 따라 조사가 이루어지고, 기소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과히 막강한 권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래서 검찰개혁이 필요한 것입니다.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와 검경수사권 조정과 더불어 검찰의 권한 행사를 견제할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위 ‘조국파문’으로 인해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검찰개혁에 대한 논의는 사실 최근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논의가 이루어져 왔기에 이제는 실천만이 남아 있는 셈입니다.
그동안 몇 차례 시도는 있었으나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은 권력자들이 검찰의 칼을 스스로 이용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기 때문이며, 검찰의 저항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검찰을 비롯한 공권력의 존재 이유는 분명합니다. 정의와 민주주의의 구현이며, 국가와 국민의 보호입니다. 이 원칙을 벗어난 권력은 도리어 이 모든 가치에 대한 위협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검찰이 정의의 수호자, 국가와 국민의 보호자가 되기 위해선 진정 거듭나야 하며, 검찰개혁은 이러한 취지에 맞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검찰개혁의 핵심이라고 하겠습니다.
검찰의 권력을 적절히 나누어 권력의 총량 자체를 줄여야 할 뿐만 아니라,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하며, 정치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들의 권력 행사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검찰개혁의 방향이자 종착점입니다.
원고 | 엄태석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