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나비 앉듯, 나무에 새가 앉듯, 청주 백석정(白石亭)
꽃에 나비 앉듯, 나무에 새가 앉듯, 청주 백석정(白石亭)
  • 서원대학교 신문방송사
  • 승인 2019.11.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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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누정(樓亭)을 찾아서
[사진] 청주 낭성면 관정리에 위치한 백석정, 그 경관을 담은 모습 (제공 | 황혜영 교수)
[사진] 청주 낭성면 관정리에 위치한 백석정, 그 경관을 담은 모습 (제공 | 황혜영 교수)

누정(樓亭)은 누각(樓閣)과 정자(亭子)를 함께 일컫는 말로 대체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지면에서 마룻바닥을 한층 높게 지은 열린 건축이다.

우리 선조들은 자연이 보이는 곳이면 어디나 정자나 누각을 세워 풍광을 음미하고 그 감흥과 영감을 시와 그림, 노래로 지어 풍류를 즐겨왔다.

누정은 선비들이 함께 도를 연마하고 노래와 춤으로 함께 즐기며 산천을 찾아 노니는 풍류정신의 산실이다.

청주에도 중앙공원 내 망선루, 용암동 무농정, 낭성면 백석정, 현도면 지선정 등 충북문화재로 지정된 여러 누정들이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작년에 청주 누정을 두루 다녀보았다. 그중 제일 먼저 소개한다면 낭성면 관정리에 있는 백석정白石亭(충청북도 문화재자료 제82호)을 보여주고 싶다.

작년에 찍어놓은 백석정 사진들이 있긴 하지만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풍경이 궁금해 지난 주말 남편과 다시 가보았다.

호정리를 지나 관정길로 꺾어 들어가니 길목에 은행나무 가로수 잎들이 노랗게 물들어 있다. 바로 옆 감천이 휘감아 도는 절벽 흰 바위 위에 백석정이 있다.

원래 조선 숙종 3년(1677)에 동부주부를 지낸 백석정 신교(1641-1703)가 세운 정자로, 지금 있는 정자는 1927년 후손들이 중건한 뒤 다시 고친 것이다.

작년에 왔을 때는 길 입구부터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이번에는 길가 입구는 막아놓지 않아 정자 출입문까지 가볼 수 있었다.

정자 쪽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가파른 암벽 아래 아담한 천은 저 멀리 산모롱이를 두르고 있고 천변 나무들과 물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서로 데칼코마니를 이루며 풍광에 운치를 더하고 있었다.

정자는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세워지기 마련이지만 정자가 놓여있음으로써 또한 자연은 산뜻한 파격을 입고 풍경에 멋이 깃들게 된다.

백석정도 그렇다. 백석정에서 바라보는 감천과 그 너머 들판과 먼 산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산 옆 자락에서나 감천 건너편에서 정자 쪽을 바라보노라면 아래로 잔잔한 강물이 휘돌아나가는 깎아지른 산기슭 작은 바위 위에 정자가 사뿐하게 깃든 자태가 평범한 주변 자연을 유일무이한 예술 풍경으로 탈바꿈시킨다.

무위자연의 도가사상에서는 소박을 인간이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경지로 여겨왔다. 소박의 ‘소素는 누에에서 실을 뽑아 염색하기 전의 하얀 상태를, 박朴은 벌채하여 다듬기 전의 원목 상태’를 의미하며, 소박은 인위적인 가공 이전의 ‘자연스러운 본질의 모습’을 의미한다(최광진, 한국의 미학).

우리나라 정자는 거대하고 웅장한 건축에서 느껴지는 숭고의 관점에서 보면 초라해 보일 수 있지만 소박의 관점에서는 인위로 빚어내는 건축이 이를 수 있는 지극한 경지라 할 만하다.

정자는 소박하여 소나무에 학이 앉듯, 꽃에 나비가 앉듯 마을과 들판, 호숫가나 바닷가, 산 능선이나 깎아지른 절벽 위, 어디나 가볍게 깃들지만 사방천지로 열리어 온 자연을 시야의 품에 담는다. 백석정도 소박의 관점에서 단연 돋보이는 우리 건축이다.

원고 | 교양대학 황혜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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