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 후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의 얼굴과 손에는 피딱지들이 가득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가벼운 상처가 아니라 자꾸만 눈길이 갔다. 뭔가 수상했다! 기자의 의심스런 눈초리를 읽은 것일까? 정욱 학우는 “몇 일전 경영대와의 축구시합에서 지기 싫은 마음에 조금 무리를 했다”며 상처 난 다리까지 자랑스레 들어 올려 보여줬다. ‘아무리 지기 싫다고 해도 그렇지 저렇게까지?’ 그때 그의 특이함을 조금은 알아봤다!
정욱 학우는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던 중 도보로 여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곤 3만원과 초코파이 한 상자만을 들고 통학용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여행길에 올랐다. 어떻게 그렇게 여행을 떠날 수 있었냐고 묻자 “물정을 몰랐던 거죠”라며 웃는다. 물정을 몰랐던 그는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넘어지고, 넘어진 김에 자동차에 살짝 손도 깔려준다. 폭우로 길이 끊긴 한계령을 자전거를 들고(타고가 아니다) 오르다 귀신 비스무리 한 것을 만나기도 하며 어두운 밤길을 핸드폰 액정의 불빛에 비춰가며 페달을 밟다가 자동차에 치이기도 한다. 이렇듯 그의 여행은 ‘망할’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그는 주위의 도움과 지치지 않는 근성으로 여행을 계속한다. 이러한 에피소드를 모아 네이버 카페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에 여행기를 올렸는데 많은 인기를 끌게 됐다. 여행 중간에 기록한 일기를 바탕으로 서술된 이 엽기적이고도 재미있는 여행기는 자전거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전정신을 북돋아 주고 용기를 주었으며 지난 올해 7월에는 <도전! 땅끝 망할 여행기>라는 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정욱 학우에게 “지금 똑같은 여행을 다시 떠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즉각적으로 “죽었다 깨나도 못 간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사실 이번 여름에 다시 자전거로 여행을 하면서 당시 신세진 분들을 찾아보려고 했었는데 힘들어서 그만뒀다”고 전했다.
‘진짜’ 여행을 하는 여행가나 그 여행을 글로 옮기는 여행 작가가 되고 싶다고 꿈을 밝힌 정욱 학우. 인터뷰 내내 그에게서는 바람의 자유로움이 물씬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