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논쟁 불붙는 도서정가제
찬반 논쟁 불붙는 도서정가제
  • 임지은 기자
  • 승인 2020.03.2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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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서점 살려야” VS “책값 비싸 소비층 위축”
(인포그래픽 = 임지은 기자)
(인포그래픽 = 임지은 기자)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수많은 각축이 치열하다.

도서정가제란 도서의 정가를 정하여 일정 비율 이상 할인을 제한·금지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도서정가제는 2003년부터 시행되어 2014년에 가격 할인을 15%(정가 할인 10%+적립 5%)로 제한하는 현행안으로 개정되었다. 

해당 제도는 대형·온라인 서점이나 출판사의 할인 경쟁을 통한 시장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본 제도는 동네 서점 등의 중·소규모 업체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끔 하자는 취지에서 발제되었으나, 최근 이 제도에 관한 찬반 대립 및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도서정가제를 찬성하는 입장은 일부 출판업 종사자 등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도서정가제의 취지 및 기대효과를 강조하며, 출판 시장 업계의 상생을 위해서는 현행안을 넘어 완전 도서정가제(현행 할인 10%를 없애고 적립 5%만 허용)의 도입까지 내다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은 도서정가제 자체가 출판계에 부정적 반향을 불러일으킨다는 의견이다. 이들은 혜택의 감소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및 소비자의 반감이 출판 시장에 있어 지나치게 치명적이라고 말한다. 또한,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에도 출판사의 대형·온라인 서점 의존 및 중·소형 서점 차별이라는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17년 전국 서점 수는 10년 전에 비하여 36.9% 감소한 반면, 100평 이상의 대형 서점은 9.0% 증가했다. 대형 서점의 성장에 ‘동네 서점’이 사실상 밀려난 것이다. 작년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도서정가제의 폐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에 20만 명이 동의하는 등 여론의 반응도 부정적이었다.

도서정가제의 적용 범위에도 논란이 있다. 현재는 중고책이나 전자책이 일부 경우에 한해 도서정가제 적용을 받지 않고 있으나, 도서정가제를 확대 시행할 시 예외 없이 모든 도서가 ‘정가 판매’의 늪에 빠지기 때문이다. 전자출판물이나 중고 도서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는 저비용을 내세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웹툰이나 웹소설 등에서의 ‘기다리면 무료(일정 시간마다 한 편씩 유료 연재분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도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부 소비자는 “영구접속도 보장되지 않는 전자책인데, 종이책과 동일한 규제를 거는 것은 부당하다”라며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도서정가제를 도입한 해외의 사례는 어떨까. 법제화의 시초인 프랑스의 경우 한국보다도 엄격한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아예 책값 할인 판매가 불가하고, 무료 배송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출간 24개월이 지난 도서에 대해서는 도서정가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독일의 도서정가제는 전자책 적용에 있어 ‘영구접속 가능한 전자도서’로 그 범위를 명확히 지정해 종이책과 전자책 구매자 사이의 간극을 좁혔다. 네덜란드나 이탈리아,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아예 전자책에 도서정가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올해 11월, 도서정가제는 그 시행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본래 2014년부터 2017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법안이었으나, 출판계 및 소비자단체 등 찬반 양측에서 현행 제도를 3년 더 유지하기로 합의한 까닭이다. 양측은 각자의 이익과 손해를 내세우며 제도 존속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이해관계를 뒤로하더라도, 현행 도서정가제가 주 수요층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국민적 책 접근성을 저해하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독서율은 74.4%로 OECD 평균(76.5%)에도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이는 문제집이나 학습용 도서를 포함한 값으로, 해당 독자들은 목적 달성 후에 비독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독서 자체를 즐기는 국민의 비율이 낮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도서정가제의 무리한 시행으로 책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까지 잃게 된다면 동네 서점을 살리기는커녕 출판 시장 전체의 몰락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시장의 발전 가능성마저 꺾는 현행 제도의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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