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 삶과 죽음, 치유의 길」 - 박해랑 지음
「문학 속 삶과 죽음, 치유의 길」 - 박해랑 지음
  • 서원대학교 신문방송사
  • 승인 2020.03.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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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랑 교수의 인문학 이야기
(제공 | 국학자료원 출판사)
(제공 | 국학자료원 출판사)

긴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다가온다. 살다 보면 조금, 아니 아주 많이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그만할까 늘 고민한다. 그러다가 ‘아니야. 조금만 더 기운 내서 다시 해보자. 그러면 조금은 더 나아질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시 시작한다. 그러기를 무한 반복하는 게 인생인 것 같다. 인생의 반 정도를 살아온 시점에서 나의 반세기를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지금 나의 삶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는지, 과연 만족은 하는지 궁금하다. 그러고 보니 다시 스스로에게 많은 ‘?’을 던지게 된다.

가끔 너무 행복해서 감사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이 행복이 곧 사라질까 두렵기도 하다. 그래도 행복을 느끼는 순간보다 힘들다고 투정 부리는 시간이 더 많은 건 사실이다. 긴 고통의 세월 속에 찰나적 행복을 느끼기 위해 인간은 살아간다고 누가 말했던가.

내 삶에 대한 작은 결실이 바로 이 책인 것 같다. 막상 책으로 엮으려니 부끄러운 마음보다 벅찬 감정이 앞서간다. 그리고 이렇게 나의 열매를 하나씩 쌓아서 부끄럽지 않게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가자고 다짐한다. 그러면 언젠가 내 서재에 나의 책이 차곡차곡 쌓이고 그걸 바라보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그 행복을 나는 놓치고 싶지 않다.

이번 책은 세 개의 테마로 나누었다. 첫 번째가 비극적 삶과 죽음이 초래하는 상흔이다. 인간은 삶과 죽음을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인간은 모두 태어나서 삶을 유지하고, 언젠가 죽음을 맞게 된다. 이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삶이 매우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여기에 대한 의문을 풀고자 문학 속에 드러나는 비극적인 삶과 죽음에 대한 다양한 상흔에 대해 연구하였다. 문학 속에 드러나는 많은 허구들은 인간 삶의 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김성한의 1950년대 단편소설에 드러나는 많은 비극적인 현실은 전쟁을 경험한 당시 세대의 삶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김성한은 인간의 삶을 그대로 반영하기도 하지만, 동물이나 다른 것들에 비유하여 인간의 삶을 풍자한다. 최인훈의 「광장」과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는 전쟁이 우리 삶에 끼치는 비극적인 상황들을 정신적 육체적 상흔으로 비교 분석하였다. 결코 전쟁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고, 이러한 위기 상황을 조장하는 사회 현실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황석영 소설 「바리데기」도 전쟁에 대한 민족의 비극적인 참상의 연속선상이다. 주인공 바리가 겪는 비극적인 현실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인간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 삶과 죽음이 초래하는 비극적인 상황에 대해 현실적으로 굴복할 수밖에 없다. 그 상흔에 맞서 싸우기에 인간은 너무 나약하고 작은 존재이다.

두 번째 테마는 내 안에 새겨진 상흔에 대한 치유의 과정이다. 김승옥 소설 「무진기행」에서 주인공 윤희중은 전쟁이라는 사회적 환경과 주변인으로 인한 자신의 의지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깊은 내적 상처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자신의 내적 상흔을 치유하기 위해 무진이라는 고향을 방문하지만 그곳은 자신의 현실 도피처로의 역할을 할 뿐이다. 이러한 현실 도피에서 비롯되는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은 자신의 내적 상흔을 치유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볼 수 있다. 김원일의 「미망(未忘)」은 시할머니와 시어머니라는 두 노인 간의 대립과 갈등이 한국전쟁이라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준다.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사회적 환경이 초래한 현실의 비극적 상황으로, 살아가는 동안 서로 끊임없이 미워하고 대립하게 된다. 서로 간의 상처는 한 사람의 죽음을 초래하고, 죽음 앞에서 서로가 조금은 치유되기를 바란다. 황석영 소설 「바리데기」에서 주인공 바리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다. 그녀가 맞이하는 고난은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적 상황과 환경에 의해 비롯된 것이고, 그녀는 이러한 과정에서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 나아가게 된다. 주인공의 비극적인 상황은 결국 자신의 상흔에 대한 치유의 과정을 거쳐야 회복되는 것이다.

세 번째 테마는 거울 속 나의 내면 바라보기이다. 인간은 ‘나’에서 출발하여, ‘너’라는 타인을 이해하고, ‘우리’라는 공동체 속에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먼저 자기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자기에 대한 이해가 우선해야 타인에 대한 배려도, 이해도 가능한 것이다. 결국 자기 이해는 내면의 나를 들여다보고, 나의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것이다. 이청준 소설 「눈길」은 아들과 어머니의 소통 부재와 사회적 상황에 의한 감정 대립으로 갈등을 초래한다. 그러나 아내를 매개로 한 아들과 어머니의 간접적 소통은 서로 간의 애틋한 사랑을 확인하게 되고, 서로의 대립적인 감정은 해소된다. 최인훈 소설 「西遊記」는 최인훈 소설의 전반적인 상호텍스트성을 전제한 것이다. 이 소설은 최인훈 자신의 다양한 실험적 양상을 자기 반영성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한 것이며, 작가의 역사의식을 작품 속에 표출한 것이다.

현대 사회는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다. 그 상처가 치유되기도 전에 또 다른 상처를 입고, 우리는 사회 혹은 타인으로부터 무수한 공격을 받으며 쓰러지기도 한다. 아니면, 그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스스로를 외부와 단절시키고, 꽁꽁 감싸고 동여매기까지 한다. 소통이 부재하는 것이다. 왜 이리 우리 모두는 여유 없이 바쁘게만 살아가고 자기를 돌아보지 않는 것일까. 왜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지 않는 것일까. 이것을 사회와 타인의 책임으로 돌리기에 가끔 염치없어 보인다. 상처가 있으면 그 상처가 아물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주자. 그리고 나로 인해 상처받은 누군가가 없는지 조용히 주변을 살펴보자. 그 정도의 여유는 내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물어본다.

원고 | 교양대학 박해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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