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성착취, 그들은 유일무이한 ‘악마’가 아니다
텔레그램 성착취, 그들은 유일무이한 ‘악마’가 아니다
  • 서원대학교 신문방송사
  • 승인 2020.04.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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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포되는 착취물 단순 ‘야동’ 아냐… 협박과 잔인한 고문 일삼아
근절 위해서는 사회 구조 문제부터 바로잡을 필요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보안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악용한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N번방’, ‘박사방’을 필두로 한 수많은 유사 방식의 범죄가 들끓었고, 단체 메신저 방마다 수백 명에서 많게는 만 명까지 이르는 성착취물 구매자들이 존재했다.

범행 수법은 대체로 유사하다. SNS에서 피해자에게 고액 알바를 제안하는 등의 방식으로 개인 정보를 알아내고, 피해자들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하게 만든다. 그를 텔레그램 등의 대화방에서 유포하며 돈을 버는 것이다.

그곳에서 배포하는 착취물은 단순한 ‘야동’이 아니었다. 모든 관전자들은 대화방에 입장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운영진에게 입금한 후 철저한 검증 단계를 거친다. 이는 금액을 확실히 입금했는지, 남성이 확실한지, 경찰이나 기자 등이 아닌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마침내 입장한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의 신상을 공유하며 “강간하겠다”라고 위협하고, 피해자들의 몸에 칼로 ‘노예’라는 글자를 스스로 새기게 하거나, 여성의 질 안에 애벌레를 기어 다니게 하는 등 잔악하고 끔찍한 행위를 일삼았다.

피해자들의 연령대도 다양했다. 성인부터 미성년자 학생, 심지어는 유치원생, 아기까지 수많은 여성들이 성적인 폭력과 협박에 시달려왔음이 밝혀졌다.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한 대학생 기자단 ‘추적단 불꽃’과 지난해 12월 활동을 시작한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 팀 ‘리셋(ReSET)’을 중심으로, 수많은 국민들이 사건의 해결을 촉구했다.

4월 9일 오후 5시 기준,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2,710,738명의 동의를 얻으며 역대 국민청원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하였다.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청원은 2,019,165명으로 역대 2위의 참여율을 보였고, 이를 포함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관련 청원 중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넘은 게시물이 총 일곱 건에 이르렀다. 청와대에서도 이례적으로 청원이 마감되기도 전에 빠르게 답변을 올리며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이런 국민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은 당당했다. 검거된 조주빈 등의 주요 운영자와, 현재도 운영되고 있는 수많은 ‘OO방’의 참여자들이 자신만만한 이유는 디지털 성범죄자의 처벌 수위가 터무니없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N번방의 前 운영자 ‘와치맨’ 전 모 씨는 초범 시절 징역 1년 6개월과 집행유예 3년 형을 선고받았고, 재범 때에도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받았다. N번방의 시초인 ‘갓갓’에게서 방 운영을 이어받은 ‘켈리’는 고작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저지른 범죄에 비해 너무나도 미약한 처벌이다.

국내법 규정상으로 성범죄 혹은 디지털 성범죄 처벌 수위는 외국에 비해서도 결코 낮지 않으나, 모호한 법적 정의와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감경 사유 등 허술한 부분이 존재해 정작 가해자들의 실형 정도는 심각하게 낮았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착취해 벌어들인 돈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자신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의례적인 반성문을 제출하는 식의 편법을 사용해 감형을 받는다. 위축된 피해자는 그 사이에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히기는커녕 관련 증언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디지털 성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현행법으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이미 존재하지만, 이를 뜯어보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음란물’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처벌 형량도 지나치게 적었다. 불법 촬영물을 보더라도 아동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면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아예 없는 식이다.

2019년에 공개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1심 판결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사람은 총 9,148명이었다. 그중 자유형(징역, 금고형)을 받은 피고인은 862명으로 9.4%에 불과했다. 재산형(벌금형)이 4,788명(52.3%)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집행유예 2,749명(30.1%), 자유형(징역·금고형) 862명(9.4%), 선고유예 417명(4.6%) 순으로 이어졌다.

현행법의 수위로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 제대로 처벌하거나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추적단 불꽃은 “영국이나 미국은 아동 성착취물이라고 하면 다운만 받아도 징역 22년 이런 식인데, 우리나라는 아니다”라고 유감의 의사를 밝히며, 국내법의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더불어 필요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다. 이번 사건에서 법무부는 피해자들에게 전원 국선변호인 선임을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서울시는 ‘디지털 성폭력 전담 태스크포스 팀’ 신설을 비롯한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 ‘아동·청소년 전담 지지동반자’, 서울시교육청과 함께하는 초·중·고교 2만 명 예방교육, 온라인 상담창구 등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 자체를 예방할 수 있고 피해자 전체를 지원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재정립이 필요하다.

한편, 이번 사건을 다루는 많은 언론의 자세는 실망스럽기만 하다. 클릭을 유발하기 위해서 선정적인 제목을 달고 보도하는 것은 여전했고, 가해자 중심 서사의 보도 역시 넘쳐났다.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지난 26일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이 ‘일베’ 활동을 했다는 의혹에 중점을 두는 내용을 보도했는데, 이러한 보도는 이번 사건을 일베 유저 혹은 조주빈 개인의 문제로만 보이게 할 수 있다. 또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조주빈의 신상과 과거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자극적인 내용 다루기에 치중했다. 결국 이러한 보도는 가해자 개인을 탓하면서, 범죄가 일어난 구조적 문제에서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이러한 기성 언론에 수많은 대중이 분노했다. 가수 김윤아의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마십시오. 범죄자에게 마이크를 쥐어주지 마십시오.”라는 발언은 많은 네티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한겨레에서는 “박사만 유일하고 이상한 악마가 아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사건을 보도했던 김완 기자는 “남성들이 성착취 문화를 어렸을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고 그것에 대한 거부감 없이 자란 것, 그것이 이 범죄를 가능하게 한 토대”라고 말하며, 근본적인 사회 구조의 문제를 비판했다.

결국 디지털 성범죄의 근절을 논하려면 개인의 인식, 교육, 처벌 강화뿐만 아니라 본질인 구조적 문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미디어에서도 흔히 이루어졌던 여성의 성적 물화와 착취를 바로잡고, 상업적인 문화와 성을 분리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제도와 사법 시스템의 정비 마련이 요구되는 것이다.

26만 명, 텔레그램 박사방에 들어간 가해자의 수로 추정되는 인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숫자에 초점을 맞춘 채 진위 여부를 따지거나 비난하고는 한다. 그러나 추적단 불꽃은 그 수는 중요하지 않다며, 텔레그램 방 가입자들은 중복된 사람들이 있으니 26만 명이 안 될지라도 디지털 성범죄는 텔레그램뿐 아니라 다른 메신저, 해외 사이트에서도 공유될 수 있기 때문에 성 착취 영상을 본 사람은 26만 명 이상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가해자 수에 집중하는 대신 “피해 규모에 초점을 맞추고 그 규모를 축소시키기 위해서 경찰은 어떤 수사를 해야 할지, 시민들이 감시자 역할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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