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책읽기
인문학적 책읽기
  • 서원대학교 신문방송사
  • 승인 2020.06.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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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人文學, humanities)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와 같이 인간과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성찰하는 학문이다. 증명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하는 자연과학과 달리 인문학에서는 정해진 답보다 사유하는 과정과 방식 자체가 중요하다. 인문학이라는 용어는 고대 로마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키케로가 웅변가에 관하여De Oratore에서 처음 사용한 라틴어 후마니타스humanitas에서 유래하였다. 

오늘날 급속한 경제 성장과 과학기술의 발전이 생산성을 높이고 생활의 편리 등 삶의 질 향상을 가져왔지만 그 부작용으로 현대인들은 점점 자신감 결여, 이기주의, 불안과 우울, 허무주의와 정서장애를 겪는 인본 가치 상실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인간 소외현상이 인본적 가치 상실, 인문학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자각에서 역설적으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인문학 붐이 일고 있다.

삶과 사회에 대해, 인간과 세상에 대해 돌아보는 인문학적 성찰은 우리를 억압하는 편견과 관습, 고정관념의 굴레들로부터 우리의 생각을 해방시켜 건강한 주체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책 읽기는 인문학적 성찰에 매우 효과적인 한 방법이다. 책에는 인간과 삶, 역사, 사회, 문화에 대한 오랜 세월을 걸친 수많은 사람들의 풍부한 경험들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헤르만 헤세는 “인간이 자연에게서 거저 얻지 않고 스스로의 정신으로 만들어낸 수많은 세계 중 가장 위대한 것이 책의 세계”라고 하였다. 책을 통해 우리는 삶을 깊이 들여다보게 되고, 책에 담긴 성찰과 지적 자극을 우리 삶에 투영해보고 자아를 성장시켜나가게 된다. 고대 그리스 도서관에 “영혼을 치유하는 장소”라고 적어놓았다거나 프랑스 16세기 르네상스 인문주의자이자 의사였던 라블레가 환자의 처방전에 언제나 문학책 제목을 적어주었던 일화에서도 인간 정신의 산물인 책이 주는 정서 치유와 마음의 정화 능력을 엿볼 수 있다.

인문학적으로 책 읽기는 여러 가지 가치가 있다. 우선 책에서 우리가 알고 싶은 분야의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책 내용을 이해하고 반성적으로 고찰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지적 능력이 향상된다.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즐거움과 감동을 받는다. 특히 문학은 예술의 한 장르로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미적 체험이 된다.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먼 시간의 차이를 넘어 글쓴이와 마음으로 소통하는 인격적인 교유를 하게 되기도 하고, 책을 통해 시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문화로의 여행과 여유로운 산책을 누리게 되기도 한다. 책 속에 담긴 깊은 삶의 성찰과 지혜로 내 마음을 비출 때 우리 내면이 정서적으로 어루만져지게 된다. 고요히 책과 마주하며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나를 성찰하고 삶의 의미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다양한 가치가 있는 책 읽기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누구나 한다. 그런데 대문호 괴테는 그것도 말년에 “나는 책 읽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80년이라는 세월을 바쳤지만, 아직까지도 잘 배웠다고 할 수 없다.”고 고백하였다. 이는 물론 대작가의 겸손의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책 읽기는 책을 읽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살아낼 때 비로소 읽기가 완성되는 것이기에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암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동양에서도 예로부터 도문일치(道文一致), 실천궁행(實踐躬行)이라 하여 옛 사람을 배우거나 글을 읽을 때 늘 실천을 염두에 두었다. 여기에 인문학적 책 읽기의 멀고도 가까운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매혹이 있다.

원고 | 교양대학 황혜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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