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예능, 어린이 출연자들은 과연 안전한가
육아 예능, 어린이 출연자들은 과연 안전한가
  • 임지은 기자
  • 승인 2020.06.1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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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보호는 어디에? 끊임없는 신체·정서적 혹사 논란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 어디가’ 등 육아 예능은 처음 방송을 시작한 이래로 줄곧 사랑받고 있다. 특히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는 KBS 연예대상에서 2014년과 2019년 두 번이나 최우수 프로그램상을 수상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자랑한다.

그 인기의 핵심은 어린이 출연자다. 육아 예능 속 아이들은 순진무구하고 발랄하면서, 가끔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른스러운 발언을 하는 등 귀여운 모습으로 여러 랜선 이모·삼촌들을 열광하게 한다. 그러나 과연 그 사랑스럽기만 한 모습이 카메라 너머 아이들의 진짜 모습일까.

방송계의 아동 착취적 성격은 이미 몇십 년 전부터 거론되어 왔던 고질적 문제이다. 힙합 가수이자 배우이기도 한 양동근은 아역 배우 시절 눈물을 억지로 내기 위해 감독이 담배 연기를 눈에 가져다 댔다는 사연을 밝혔고, ‘순풍 산부인과’의 미달이 역으로 유명세를 탔던 배우 김성은은 해당 캐릭터로 인해 큰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여러 차례 방송에서 이야기했다.

육아 예능의 촬영 현장 역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을 보인다. 자연스러운 관찰 예능을 표방하던 슈돌은 현재에 이르러서는 ‘카메라 삼촌’과 함께 하는 공공연한 연출 예능이다. 아이들은 매주 관광지에 방문하며 그럴듯한 리액션을 찍는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대본 존재 논란은 이제 시청자들도 익숙하게 받아들일 정도다.

이에 따라 방송용으로 인위적인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어린이 출연진을 억지로 신체·정서적 불안 상태로 몰아넣는 상황은 종종 볼 수 있는 연출이 되었다. 지난 3월 15일 방송분에서는 아직 복싱 개념을 이해하지 못할 만큼 어린 나이(27개월)의 아동에게 스파링 장면을 보여주며, 아동 출연자로 하여금 ‘아버지가 모르는 성인에게 폭행당한다’라고 여기게 했다. 이에 아동 출연자는 “우리 아빠 살려주세요”를 외치며 울음을 터뜨렸고, 슈돌 측에서는 해당 장면을 그대로 송출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물론, KBS를 포함한 국내 여러 방송사에는 아동 보호를 위한 제작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 그러나 지난 10월 더민주 김성수 의원은 해당 가이드라인이 매우 미흡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공영방송 3사(KBS·MBC·EBS)의 경우 가이드라인에 아동·청소년 출연자에게 불건전하거나 부당한 역할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규정은 있으나, 근로시간·휴식시간·성(性)보호 등에 대한 규정은 없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SBS의 경우에는 제작 지침에 아동 출연자에 관한 조항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더욱 우려되는 사항은 아동·청소년의 인터넷 방송 진출이다. 유튜브는 크리에이터 하나하나의 개성을 존중해 방송에 큰 규제를 두지 않는 편이다. 즉, 지상파에선 불가능했던 자극적 소재로 방송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실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슈돌 출신 아동 출연자는 “예뻐지고 싶다. 살이 너무 쪄서 고민이다. 화장을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하는 영상을 올려 네티즌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일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방송에 노출된 탓에 생긴 외모 강박을 부모가 방관하고, 오히려 인지도를 위해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자기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너무 어린 나이부터 전 국민에게 생활이 노출된 아동 출연자들은 과연 적절하게 보호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른들의 욕심에 떠밀려 평생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촬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마냥 아동·청소년 출연자의 귀여움만을 소비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정말로 안전한 환경에서 카메라 앞에 나선 것인지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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