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민식이법(개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연일 뜨거운 감자로 화제다. 민식이법이란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신호등 등을 우선 설치하도록 하며(‘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의 법안이다.해당 법안의 이름은 작년 9월 충남 아산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로 사망한 故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 4월 기준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가 작년 대비 58%까지 감소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전면적 등교가 미뤄진 사항을 고려하면 조금 더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나, 민식이법 자체의 국민적 관심을 보면 해당 법안의 실효성은 많은 전문가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빚어내는 오해와 논란 역시 뜨겁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 운전자 과실이 조금이라도 잡히면 이전에는 처벌 대상도 아니었던 교통사고가 무조건 가중처벌된다”라는 의견을 중심으로, 인터넷상에서 민식이법에 대한 악평이 쏟아지는 추세다. 그렇다면 과연 이와 같은 주장들은 사실일까.
먼저, 운전자의 과실이 10% 미만이라도 차량 과실이 인정되면 형사처벌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민식이법의 적용을 위해서는 ‘업무상과실 교통사고죄’가 성립해야 한다. 이는 일반적 과실범죄가 아닌, ‘업무상과실’ 혹은 ‘중과실’이 인정돼야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법원에서는 운전자가 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거나(예견가능성), 예견이 가능했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면(불가항력) 업무상과실이나 중과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형사 처벌 대상도 아니었던 교통사고가 민식이법 시행부터 처벌이 가능해졌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밝혀졌다. 민식이법은 범죄 구성 요건을 새로이 규정한 법안이 아니라, 기존 ‘업무상과실 교통사고죄’ 중에서 어린이 보호구역 관련 사고에 대해서 형량을 높인 법안이기 때문이다. 스쿨존에서 13세 미만 어린이를 상대로 사망사고 혹은 상해사고를 냈을 때 5년 이하의 금고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던 기존의 조항을, 사망사고 시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상해사고 시 징역 1~15년 또는 벌금 5백만~3천만 원으로 처벌하도록 형량을 높인 것이 민식이법의 내용이다.
하지만 청와대 국민청원에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하는 게시글이 35만 명의 동의를 받는 등, 일각에서는 여전히 민식이법에 대한 비판을 계속하고 있다. 심지어는 지난 5월 5일, 민식이법을 조롱하는 모바일 게임까지 등장하며 찬반 간 감정이 점점 격화되는 상황이다. 게임을 옹호하는 측은 “법안의 과잉처벌을 풍자한 것일 뿐이다”라고 의견을 밝혔지만, 故 김민식 군의 실명이 게임 내에서 거론되고 어린이 보호구역 안에서 어린이를 적대시하는 관점은 모욕에 가깝다는 것이 반대 측 입장이다.
운전자가 억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또 한 명이라도 억울하게 희생되는 어린이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민식이법의 안정된 도입 및 운전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