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콘텐츠의 이면, ‘귀여움’ 탓에 고통받는 동물들
동물 콘텐츠의 이면, ‘귀여움’ 탓에 고통받는 동물들
  • 임지은 기자
  • 승인 2020.06.18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간접적 학대 사례와 품종 유행 계속돼... 동물 콘텐츠를 소비하는 우리의 관점 변화 필요

반려동물 가구 1000만 시대,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직접 키우지 않더라도 그들의 귀여움을 즐길 수 있는 동물 콘텐츠의 소비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를 통해 ‘동물 짤’을 접하며 휴식을 취하고는 한다. 국내 ‘펫튜브(Pet+Youtube)’ 시장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다람쥐, 토끼, 도마뱀, 거북이 등 다양한 동물들을 폭넓게 다루며 그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그러나 펫튜브 산업의 거대화에 따라 발생하게 된 여러 문제점들도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다. 작고 귀여운 동물들을 화면 너머에서 그저 예뻐해 주기만 하면 됐던 ‘반려동물 콘텐츠’는 대체 어떤 문제를 유발하고 있을까.

첫째, ‘품종’ 소비 문제가 있다. 반려동물 사업은 유행을 따른다. 이는 단순히 동물용품이나 간식 등에 국한한 이야기가 아니다. 대중들은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등 콘텐츠에 출현하는 동물들에 열광하면서, 화제가 된 동물들과 같은 ‘품종’을 찾게 된다.

문제는 화면 너머의 귀여움만을 소비하던 일부 사람들의 무책임한 태도다. 한 사례로, 10여 년 전 KBS ‘1박 2일’에 등장했던 개 ‘상근이’가 있다. 상근이는 흰 털과 똑똑한 성격, 사랑스러운 겉모습 등으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던 바 있다. 상근이의 품종인 ‘그레이트 피레니즈’는 다 자랄 시 성인 남성 정도의 덩치를 자랑할 정도의 초대형 견종으로, 일반적인 국내 아파트 등에서는 키우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러나 당시 많은 사람들이 단지 화면 너머 상근이의 귀여운 모습에만 집중해 큰 고민 없이 해당 품종을 사들였다. 몇 년 뒤 유행이 지나자 유기견 보호소에서 해당 견종이 자주 발견되기 시작했고, 결국 많은 수가 안락사를 피하지 못했다. 

찾는 사람이 많을수록 시장의 공급 역시 커진다. 특히 우리나라는 3~4년마다 선호 견종이 달라지는 추세다. 한국애견연맹의 2017년 견종 등록 현황에서는 1, 2위를 각각 ‘비숑 프리제’와 ‘포메라니안’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찾아보기 드문 품종이었다. 한편,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의하면 2010년 399건에 불과했던 포메라니안 종 유기견 수는 2018년 2217건까지 증가했다. 2018년 비숑 프리제 종의 유기견 수는 348건이었으나, 인기를 끌기 전인 2010년에는 단 한 건도 존재하지 않았다. 매해 늘어가는 품종 유기견 통계 결과는 유행에 따라 생명을 좌우하는 동물 시장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기 문제 외에도 특정 품종의 인기는 기형 동물의 양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접힌 귀와 뭉뚝한 꼬리, 동글한 외모로 많은 사랑을 받는 ‘스코티쉬 폴드’ 종의 고양이는 인위적인 근친 교배로 양산되어 유전병을 타고나는 개체가 수없이 많기로 유명하다. 꾸준한 관리를 요하면서도 확실한 예방법은 존재하지 않고, 한 번 발병하면 치료 또한 불가능해 영구적 장애를 갖는다. 그럼에도 해당 종은 여전히 교배가 횡행하고 있다. 단지 겉으로 봤을 때 귀엽다는 이유로, 유전자부터 결함이 있는 해당 종의 개체들은 꾸준히 생산되어 평생을 심한 고통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둘째, 콘텐츠를 위한 학대 사례 증가가 있다. 최근 구독자 50만 명의 고양이 유튜브 채널인 ‘갑수목장’의 학대 사실이 폭로되며, 일각에서는 자극적인 동물 콘텐츠에 대한 제한 요구가 빗발치는 상태다.

현재 유튜브에서는 직접적인 동물 학대 영상 등 폭력적인 콘텐츠에 대해서는 자체 규정으로 수익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러나 ‘갑수목장’의 사례와 같이 ‘예쁜 고양이’를 펫숍에서 골라와 영상을 찍고, 영상 이면에서는 고양이를 학대하는 등의 근본적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규제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직접적 학대가 아니더라도 귀여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동물들에게 무리한 행동을 시키는 콘텐츠 역시 문제가 된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휴지벽 챌린지’는 두루마리 휴지를 2단, 3단, 혹은 그 이상으로 쌓아 올려 동물들에게 이를 뛰어넘게 시키는 것이다. ‘투명벽 챌린지’는 동물들이 지나다니는 통로를 비닐이나 랩 등으로 막아둔 뒤 동물들이 깜짝 놀라는 모습을 촬영하는 콘텐츠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챌린지들은 반려동물들의 당황한 모습이나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유발했으나, 한편에서는 “말 못 하는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걸 귀엽다고 소비하면 안 된다”라는 비판도 발생했다. 또한, 장애물을 통과하는 과정 중 슬개골 탈구 등의 질병을 유발하거나 비닐 등에 의해 호흡기가 막힐 수 있다는 위험 요소도 존재했다.

마냥 예쁘고 귀여웠던 ‘동물 콘텐츠’의 이면에는 여러 모습이 있다. 구독자 입장에서는 그저 몇 분, 몇 초 동안 잠시 즐길 거리에 불과할 수도 있으나, 그 잠깐의 즐거움이 불러일으키는 나비효과는 수많은 동물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빠르게 확대되는 동물 시장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제도 역시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동물 콘텐츠를 소비하는 우리의 관점 변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