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에서 ‘월경’으로... 월경에 대한 말, 말, 말
‘생리’에서 ‘월경’으로... 월경에 대한 말, 말, 말
  • 임지은 기자
  • 승인 2020.06.1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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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세계 월경의 날, 당신의 월경을 응원합니다
(인포그래픽 = 임지은 기자)
(인포그래픽 = 임지은 기자)

세계 인구의 약 절반 정도는 이 현상을 겪고 있거나, 이미 겪었거나, 앞으로 겪을 예정이다. 열 몇 살 즈음이면 시작해 4~50대 전후까지 계속되며,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이 출혈 현상의 이름은 무엇일까. 바로 ‘월경’이다.

수많은 여성들이 이 ‘월경’ 때문에 때로는 울고, 짜증도 내고, 아주 가끔은 안심도 해 봤을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월경은 여성들의 생활에 아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생리 현상이다.

5월 28일, 독일에서 처음 만들어진 ‘세계 월경의 날’은 월경이 평균 5일간 지속되고 28일을 주기로 돌아온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날은 평소 언급조차 하기 꺼려졌던 월경에 관해 이야기해보며 인식을 개선해보자는 취지로 제정되었다.

우리는 월경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또 얼마나 오해하고 있었을까. 지금부터 차근차근 확인해보자.

 

- 왜 ‘월경’인지?

월경은 흔히 ‘생리’라는 표현으로 치환된다. 감춰야 하고, 절대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터부 하에 월경이라는 확실한 현상은 은유로 표현되고는 한다. ‘생리’라는 표현이 일상화되자 이제는 그것도 창피하다며 ‘그날’, ‘대자연’, ‘마법’ 등의 표현까지 사용되는 실정이다. 한 국회의원은 저소득층 지원물품으로 생리대를 추가하자는 논의 중에 “생리대라는 말이 듣기 거북하다”라며 ‘위생대’라는 표현을 쓰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가. 월경은 ‘월경’이라는 이름이 있는, 그저 하나의 생리 현상일 뿐이다. 정확한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월경을 부자연스러운 일처럼 여기는 풍토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 ‘월경’이라는 단어를 권장하는 주된 이유다.

 

- 달마다 겪는 고통, 월경통에 대하여

“배를 쥐어짜는 것 같다”라고 자주 표현되는 월경통은 굉장히 개인차가 심한 증상이다. 월경 기간 동안 종일 몸져누워만 있어야 하는 사람도 있고, 월경 첫날만 아픈 사람, 양이 가장 많은 둘째 날만 아픈 사람, 아무런 불편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통증의 기간도, 부위도, 동반 증상도 다양하다.

월경통이 심하지 않거나, 아예 월경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흔하게 착각하는 부분 중 하나는 “월경통은 조금 배가 아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궁의 수축으로 인한 복부 통증은 가장 대표적인 월경통 증상의 하나지만, 그것이 월경통 증상의 전부는 아니다. 요통, 소화 불량, 구토, 두통, 어지럼증 등이 대표적인 동반 증상이며 드물게 실신까지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러한 월경통 증상이 있어도 내성이 생긴다는 이유로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을 피하는 여성이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소문이다. 오히려 진통제는 월경통의 원인이 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의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에, 월경통이 심한 사람은 주기 중 가능한 가장 빠른 시기에 약을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즉, 혈이 처음 비칠 때나 월경통이 막 시작하려고 할 때가 적기다. 만약 구토 증상 등이 있다면 월경이 시작되기 하루나 이틀 전부터 약을 먹는 것이 좋다.

출산 후에는 월경통이 줄어든다는 옛말도 있다. 이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골반 내 질환이 없는데도 통증이 나타나는 원발성 월경통의 경우, 자연분만 후에 자궁경부가 넓어져 혈과 내막의 배출이 원활해지기 때문에 통증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자궁근종, 골반염증질환 등의 병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속발성 월경통의 경우 해당 질환을 치료하기 전까지는 월경통이 줄어들지 않는다. 월경통이 25세 이후에 갑자기 생겼거나, 매달 강도가 심해진다면 속발성 월경통을 의심하고 병원에 내원하는 것이 좋다.

 

- 일회용 생리대에서 더 넓은 세상으로

2017년 일회용 생리대 발암물질 논란 이후 많은 여성들은 대체품을 찾기 시작했다. 일회용 생리대를 더는 믿고 사용할 수 없다는 의견과, 생리대의 불편함에 질려 다양한 월경용품을 선택하고 싶다는 갈망이 겹친 결과였다.

생리대의 대안으로 가장 많이 화두에 오른 것은 ‘월경컵’이다. 월경컵은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컵 형태의 월경용품으로, 질 내부에 삽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착용감이 좋고 환경적인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단, 삽입형 제품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고 본인에게 맞는 제품을 찾을 때까지 초기 투자 비용이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탐폰’ 역시 질 내부에 삽입하는 형태의 월경용품으로, 압축된 면이 혈을 흡수하는 제품이다. 플라스틱 어플리케이터를 통해 삽입을 보조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나, 최근에는 환경을 위해 어플리케이터 없이 압축된 면만 출시된 ‘디지털 탐폰’도 나왔다.

삽입형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실제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일회용 생리대의 대체품은 있다. ‘면 생리대’는 말 그대로 기존 생리대와 유사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어, 삽입형 월경용품은 쓰기 어렵지만 화학 성분에 민감하거나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기다. 단, 매번 세탁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아예 속옷에 면 생리대를 부착한 형태인 ‘위생팬티’도 존재한다.

 

이제 여성의 월경을 부끄럽고 창피한 일로 여기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름다운 일’, ‘여자가 된 날’ 등의 표현을 쓰는 것 역시 지양해야 한다. 월경은 딱히 아름다운 일은 아니고, 여자라도 월경을 하지 않는 사람은 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월경을 숭배할 필요도 없고, 더럽다고 치부할 필요도 없다. 월경을 그저 자연스러운 신체 현상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알맞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본인이 월경하는 당사자라면 물론이고,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월경에 대해 잘 아는 것은 몹시 중요한 일이다.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게 될 사람 중 많은 수는 월경을 한다. 건강을 위해, 또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서 제대로 된 월경 교육이 필요하다.

피 흘리는 모든 이들의 건강한 월경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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