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빨래 숙제 낸 교사 파면, 성인지 감수성 어디까지 추락하나
속옷 빨래 숙제 낸 교사 파면, 성인지 감수성 어디까지 추락하나
  • 최한나 기자
  • 승인 2020.06.1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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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더이상 '유머', '도덕적 일탈'로 소비되면 안돼···
(인포그래픽 = 지예은기자)
(인포그래픽 = 최한나기자)

초등학교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속옷 빨래 숙제를 내준 초등교사가 지난 4월 매스컴을 뜨겁게 달궜다. 코로나 19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면서 숙제로 아이들의 속옷 빠는 사진을 반 단체 밴드에 올려달라고 한 것이다. 결국 해당 학급의 한 학부모가 올린 인터넷 게시글로 인해 A교사의 만행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고, A교사 처벌 청원에 국민 20만 명이 동의했다.

교사 A씨는 ‘섹시팬티 빨기’, ‘울 공주님 분홍색 속옷 예뻐요’ 등과 같은 성희롱적 발언을 학생들에게 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뿐만 아니라 과거 동료 교사에게도 서슴없이 성적인 발언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본인의 블로그에 “어떤 불안감?(브란감?)도 떨쳐버리세요. 결국 불안감은 마음의 덮개(?)입니다.(19금 아재개그)”라는 글을 올리며 여성의 속옷을 유머로 소비했던 것이 알려졌다.

A씨는 논란이 계속해서 거세지자 본인의 SNS에 입장문을 올렸는데, 문제는 입장문에서도 이어졌다. 본인을 향한 사회의 비판과 논란에 대해 ‘부모님들과의 소통이 덜 된 상태로 이런 숙제를 내준 게 실수였다’라고 해명한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단순히 학부모들과의 소통 부재로 인한 ‘실수’로 치부했다.

이에 울산교육청 징계위는 지난달 29일 해당 교사를 파면 처분 내렸다.  파면은 공무원에게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로, A교사의 징계 사유는 교원 품위유지 손상, 학생, 동료 교사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밝혀졌다.

2018년 스쿨 미투를 시작으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성범죄의 심각성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처벌 수위가 터무니없이 낮다는 지적을 계속해서 받고 있다. 학생을 교육하는 교사로서 성인지 감수성이 특히 중요시되는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교직에서는 끊임없이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범죄를 단순히 도덕적 일탈로 보는 것도 문제다. 일부 가해자들은 성적인 농담을 ‘재미’로 소비하면서 자신의 행동이 범죄가 아니라고 착각한다. 본인을 이른바 ‘열린 교사’라고 추켜세우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 자행되는 성범죄에 대해 더더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 것이다. 학생들이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 성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 학생들은 학교가 세상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학교는 학생들에게 안전지대가 되어야 하며, 교사의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올바른 교육 또한 지속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떨어진 교권을 비판하며 교사의 권리 향상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권리를 잃게 만드는 것은 누구인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작가 유시민은 “편안하면서 존경받는 삶은 없다.”라고 말했다. 교사로서, 스승으로서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자세와 태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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