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침해 논란, 오토픽션
사생활 침해 논란, 오토픽션
  • 최한나 기자
  • 승인 2020.09.1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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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계 창작 윤리 기준 어떻게
(사진 제공 | 문학동네 출판사 홈페이지)
(사진 제공 | 문학동네 출판사 홈페이지)

최근 소설가 김봉곤의 사적 대화 무단 인용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 논란이 문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문제가 된 「여름 스피드」와 ‘그런 생활’이 수록된 「시절과 기분」, 문제 된 작품이 모두 실린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판매 중단되었다. 도서를 구매한 독자들에게는 환불 조치가 이루어졌으며, 소설가 김봉곤은 올해 수상한 젊은 작가상을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김봉곤 작가는 데뷔작인 ‘Auto’에서부터 동성애를 다루며 한국 퀴어 문학의 대표 주자가 되었다. 그는 꾸준히 동성애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의 이런 자전적 소설은 자서전을 뜻하는 ‘autobiography’와 허구를 뜻하는 ‘fiction’의 합성어인 ‘오토픽션’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7월 10일, 한 소셜네트워크에 올라온 네티즌의 글은 자전적 내용과 허구를 넘나드는 그에게 직격타가 되어 날아왔다. 김봉곤 작가가 허락 없이 자신과의 대화를 한 글자도 고치지 않은 채 소설에 기재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7월 17일, 다른 익명의 네티즌 폭로가 연이어 올라왔다. 해당 네티즌도 김봉곤 작가가 자신과 나눈 SNS 메시지를 소설에 그대로 인용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해당 내용에는 네티즌의 성 정체성이 노출되어 더욱 문제가 됐다.

출판사의 태도도 독자들의 공분을 샀다. 「여름 스피드」,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의 문학동네와 「시절과 기분」을 출판하는 창비의 뒤늦은 대처 때문이었다. 과거 피해자는 출판사 측에 해당 소설의 내용 수정과 더불어 젊은 작가상 수상 취소, 독자들에게 소설의 수정 사실을 고지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출판사 측에서는 내용 수정 외의 요구는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자전적 소설에 관한 문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공지영 작가의 「즐거운 나의 집」 경우에도 역시 사생활 침해로 연재 중단까지 이어진 바 있다. 이처럼 오토픽션, 자전적 소설의 사생활 침해와 문학적 예술성의 첨예한 공방은 끊임없이 발생해 왔다.

이번 김봉곤 작가의 논란을 시발점으로 사실과 허구 사이에 놓인 자전적 소설에 대한 창작 윤리 기준 논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또한, 예술이 사생활 침해 등과 같은 범죄의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타인과 결부된 인간의 삶 속에서 자전적 소설은 ‘타인’을 등장인물에 투영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단계는 창작 윤리의 기준과 예술가로서의 기본적인 책임감을 어떻게 자정할 것인지에 대해 자문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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