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공화국’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전반적인 부분이 서울에 과도하게 집중된 현상을 이르는 단어로, ‘서울민국’ 등으로 쓰기도 한다.
수도를 중심으로 한 국가가 발전하는 경우는 어느 나라를 봐도 사례를 찾기 쉬울 정도로 흔한 일이나, 한국의 경우 이런 현상이 지나치게 과열되어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 전체 인구 50% 수도권 거주, 제2 도시 부산은 그 절반도 못 미쳐
지난해 12월 집계한 행정안전부의 ‘전국 주민등록 인구통계 현황’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총인구 수는 5184만 9861명이다. 이중 서울 인구는 972만 9107명, 경기 인구는 1323만 9666명으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에 거주하는 인구만 2592만 5799명으로, 전체 인구의 50%에 달한다. 고작 국토 10분의 1 정도의 면적에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모여서 살고 있는 셈이다. 반면, 서울(605.2km²)보다 큰 면적의 부산(770km²)에는 서울의 절반도 못 미치는 341만 3841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 내 총생산(GRDP) 역시 불균형이 심각한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8년 기준 전국 GRDP(1900조 70억 원) 중 수도권이 51.8%(984조 6300억 원)을 차지하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활동 수준 격차가 심각한 수준인 것이다.
- 주요 시설은 수도권에, 기피 시설은 비수도권에?
공공기관, 종합병원 등의 의료시설, 문화시설 등 주요 인프라의 현황 역시 크게 차이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19년 기준 국내 공공기관 339개 중 149개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으며, 의료시설 50%, 박물관, 공연장, 미술관 등 주요 문화시설 40%가 수도권에 유치되어 있다.
반면, 대표 기피 시설들은 대부분 비수도권에 자리해 있는 현실이다. 가동 시 다량의 물이 필요한 특성상 원자력발전 총 24기는 모두 부산, 전남, 경북 세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통계청에 의하면 17년 기준 전국 폐기물 처리시설 220곳 중 93%인 206곳이 비수도권 지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공공데이터포털의 전국 장사시설 현황에 따르면 전국 화장시설 60곳 중 54곳이 비수도권에 있다.
- 재난 보도도 서울 중심... “지방에서는 수신료 받아 가지 마라” 비판 속출
지역에서 재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서울 공화국’ 논란은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 7월 23일, 폭우로 인해 부산 지역에 비 피해가 심각하게 발생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의하면 24일 오전 5시 기준 1200여 건 이상의 신고가 들어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보도하는 방송사는 없었다.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는 침수 피해가 발생한 시간대에 기존 방영 예정이었던 예능 프로그램을 그대로 방송하기까지 해 비판을 받았다. 이에 KBS는 재난방송 단계 규정에 맞춰 보도한 것이며, 당시 ‘하단 스크롤’ 자막 형태의 특보를 실시했고 저녁 9시 뉴스에서 해당 내용을 톱으로 다루는 등 보도를 실시했다고 해명했으나, 일부 네티즌들은 “보도가 늦었다”, “직접 취재하지도 않고 시민 제보 영상으로만 대체한다”라며 지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서울 중심 보도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16년 역대 최대 규모(5.8)로 발생한 경주 지진 때에도 KBS에서는 드라마 방영을 이어간 바 있었고, 18년 8월에는 태풍 ‘솔릭’으로 인해 제주도의 피해가 막심했으나 언론에서는 “큰 피해 없어” 등의 문구를 사용하여 보도하기도 했다. 19년 강원 산불 사태에도 보도가 느렸을 뿐만 아니라 정보가 부족한 채 상황 전달에 급급한 보도를 이어간 바 있어 큰 비판을 받았다. 모든 국민이 공평하게 접해야 할 재난 정보까지도 지역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 지방 혐오로 이어지는 수도권 우월주의
이러한 서울 중심주의는 쉽게 수도권 우월주의로 변질되고, 이는 곧 지방 혐오로 발산된다. 서울은 ‘가장 높은 도시’로 간주되어, 어느 지역에서도 서울을 갈 때는 ‘올라간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대중매체에서는 지방의 ‘시골’ 이미지를 고민 없이 재생산한다. JTBC ‘아는 형님’에서는 강원도 출신 연예인이 나오면 맥락 없이 “니 감자 묵어 봤나?”라는 개그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에서의 악역은 사투리를 쓰고,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표준말을 쓰기도 한다. 지방에 대한 차별적인 시각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미디어뿐만 아니라 현실에서까지 이어져, 그 피해를 겪는 사람들도 있다. 취업 자리에서는 사투리를 쓰면 감점을 당하거나, 전국에 지사가 있는 기업에 면접을 보려고 하면 서울 본사까지 가야 하는 식이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서울과 지방은 이분법적으로 구분되고, “서울 아니면 시골”이라는 편견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된다.
국가통계포털 KOSIS는 지난 2018년 6월, 전국 시군구별 소멸위험 지역을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의하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 지역은 89곳으로, 전국 시군구 약 40%가 소멸 위험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가 다르게 지방에 등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는 현시점, 조속히 이러한 서울 중심주의 풍토를 개선하고 지방을 활성화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