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이후, 우리들의 1년을 들여다 보다
코로나19이후, 우리들의 1년을 들여다 보다
  • 최한나 기자
  • 승인 2020.12.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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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그래픽 = 최한나 기자
인포그래픽 = 최한나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캠퍼스의 낭만과 학생들의 북적임이 사라진지 이제는 1년, 소리 없는 바이러스의 전쟁 속에서 새로운 일상을 마주한 우리 학교 구성원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 신입생 
빛나는 합격증을 안고 대학생활의 설렘을 품었을 20학번 신입생들, 하지만 올해 신입생들은 이른바 ‘미개봉 중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안타까움이 큰 학번이다. 

미개봉 중고란 코로나19로 MT, 축제, 동아리 등 새내기 때만 느낄 수 있는 새내기 생활을 즐기지 못한 걸 자조적으로 표현한 용어다. 아쉬움 가득할 20학번 신입생 최해수(윤리교육·20) 학우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았다.

Q. 기대했던 대학생활이 코로나19로 아쉽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보냈나요.
A. 성장 없이 멈춘 채로 보내야 하는 시간이 아쉬워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자기계발을 여러 가지 시도했어요. 그러다 올해 중순에 기타를 처음 사게 됐는데 생각보다 잘 맞아서 시간이 날 때마다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좋은 취미를 만들었어요.

Q. 대학 생활에 기대했던 바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대학 생활에 기대했던 점과 코로나19로 인해 아쉬웠던 점,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A. 대학교의 인간관계에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었어요. 같은 과 학우들은 저와 같은 관심사, 같은 꿈을 가진 집단이잖아요. 그래서 서로 공부할 때 돕고, 놀 때 놀고, 힘들 때 서로 도와줄 수 있는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만나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1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얼굴 한 번 못 본 동기들도 많아요.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우리끼리 약속하면 어떨까요? 내년에도 20학번은 새내기로 대우해 주기로···.
최해수 학우의 마지막 대답은 다소 씁쓸하기까지 하다. 새내기는 성인의 첫 발이라는 설렘과 더불어 수험생활의 고난을 딛고 얻은 ‘자유’와 같은 것이기에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 재학생
하지만 비단 신입생만 아쉬운 상황은 아니다. 재학생들도 학교 현장에서 키울 수 있는 학업 역량과 경험 등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길을 찾으며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 나가는 장시영(광고홍보·16) 학우를 만나보았다.

Q. 유례없던 비대면 온라인 강의가 1년 동안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단점이나 느낀 점이 있을까요.
A. 개인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 가장 크게 와닿습니다. 하루 24시간이라는 게 사실 뭔가를 하기에는 적은 시간입니다. 24시간 중 7~8시간은 잠을 자야 하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밥을 먹고 수업을 듣다 보면 하루 평균 나에게 주어지는 자유시간은 1, 2시간 남짓이죠.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동안 해왔던 걸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일의 우선순위를 내 마음대로 배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시간 원격 수업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나중에 강의를 들을 수 있고, 내 생활 패턴과 일정에 맞춰서 조정할 수 있게 된 것이 많아졌습니다. 또한, 통학시간이 사라져 체력과 시간을 둘 다 잡을 수 있게 됐죠. 단점은 교육의 질 저하와 소통 창구의 부족, 그리고 학생마다 학습량에 있어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Q. 코로나19로 인해 취업의 벽도 예년보다 높아졌다는 여론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코로나19로 채용 공고조차 안 나고 있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저는 제 나름대로의 돌파구로 해당 회사에 이메일로 기획서를 보냈습니다. 그러면 회사 입장에서는 한 대학생이 자기 회사를 생각하고 기획서를 써서 보낸다는 것 자체가 사실 기특해 보일 거예요. 그럼 회사로 불러서 프레젠테이션을 들어볼 수도 있고···. 

모두가 힘들어하는 상황이지만, 모두가 쓰지 않는 방법으로 저만의 스타일과 방법을 통해 길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요즘 유튜브나 여러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니 자기만의 돌파구를 찾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끝으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학교나 우리 사회에 바라는 점, 또는 학우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빼앗긴 일상을 그리워만 하며 제 자리에 멈춰 서있을 순 없지 않을까요. 흐름에 맞추어 가기도 하고, 우리 모두가 나름 이 상황에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시간들과 그밖에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것들을 보상받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야 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상실된 자리에 무언가를 채워 넣어야 합니다. 평소와 조금은 달라진 채 행동하고 대상을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힘든 시기를 겪고 있으니 스스로의 일상은 조금 포기하고 내어놓더라도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우리보다 더 큰 고통을 짊어지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말이죠.

장시영 학우의 덤덤한 말투가 목표를 향해 올곧게 나아가는 그의 행보를 보여주는 듯하다. 팬데믹이라는 상황에 주저앉기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끊임없이 ‘다음’을 향하는 장시영 학우의 마음가짐을 우리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

- 교수
학생뿐 아니라 수업을 준비하는 교수들의 생활도 크게 달라졌다. 텅 빈 강의실에서 혼자 카메라를 켠 채 강의를 녹화하거나, ZOOM, Webex 등을 이용한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하는 모습도 적지 않다. 오늘도 카메라 앞에서 수업을 마친 윤리교육과 최문기 교수의 일상을 들어보았다.

Q. 1년 동안 교수님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A. 학술 세미나에서의 발표와 토론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생활면에서는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평소 청결 유지 습관화의 중요성, 그리고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참여의식과 실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청됨을 새삼스럽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코로나19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3T(검사 Test → 추적 Trace → 조치 Treat) 대응, 민관협력, 시민의식 수준에 대해 세계 각국이나 유수 언론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Q. 1년 동안 비대면 강의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A. 1, 2학기 동안 주로 동영상을 활용하여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수강생 없이 휴대폰으로 촬영하여 e-campus에 탑재하는 방식을 반복했지만, 휴대폰 저장 공간의 한계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수강생들과의 질의응답, 피드백에서의 제한은 아쉬움이 가장 큰 부분입니다. 또한, 온라인 시험에서 발생하는 동시 접속 실패의 보완, 공정한 시험 관리의 담보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향후 학교 당국이나 담당 교수들이 숙고해야 할 주요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끝으로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비대면 수업의 경우 정상적인 피드백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방식(e-campus, e-mail, 전화 등)을 활용하여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자세를 견지하길 부탁하고 싶습니다. 또한, e-campus 공지사항을 수시로 체크하여 리포트, 시험 등에 관한 의사소통이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어버린 강의실, 카메라 앞에서 수업하는 것이 어색했던 생활은 이제 일상처럼 느껴진다.

- 환경관리원
마지막으로 만나볼 사람은 학교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환경 관리원들이다.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지만 쉽게 놓칠 수 있는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Q. 코로나19로 인해 업무적으로 특별히 달라진 게 있을까요.
A. 방역 활동이 추가되었습니다. 손잡이, 난간, 의자, 강의실 책상 등 알코올 소독을 하고 있어요. 학생들이 하던 곳도 학생들이 없으니 같이 청소하고 있죠. 또 무엇보다 여럿이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도 달라진 점 중 하나입니다. 한 달에 2번 정도 토론이나 모임을 해왔는데 코로나로 인해 그마저도 하기 어려워졌어요. 그런 모임의 장을 통해 개선해야 할 사항, 건의 사항 등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데 전혀 할 수 없게 됐습니다.

Q. 환경 관리원님의 입장에서 학교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A. 학생들이 없어서 힘드네요. 학교에 학생들이 있어야 하는데 휑하니 힘이 빠집니다. 보도블록에서조차 학생들의 빈자리를 느낍니다. 학생들이 보도블록을 밟지 않으니 이끼들이 자라서 이끼를 제거하기도 했어요. 학생들을 위해 청소한다는 보람이 있었는데 학생들이 없으니···. 하루빨리 학생들이 학교에 왔으면 좋겠습니다.

Q. 끝으로 코로나19 상황 속 학교나 우리 사회,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A. 학교 측에서 쉼터도 잘 마련해 주시고 좋습니다. 하지만 소통의 창구가 부족하다 생각해요. 저희가 개선하고자 하는 사항이나 요구하는 부분이 학생들에게까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요. 특별히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더라도 소통 창구의 부재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시끌벅적한 학교는 이미 먼 과거가 되어 이제는 적막만이 학교를 감싸고 있다. 있어야 할 곳에 없는 학생들의 빈자리는 이들에게도 큰 공허를 남기는 듯하다.

2020년의 시작에서 맞은 코로나19는 끝에 다다른 지금도 여전히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학교에서 사라진 학생들의 웃음과 열정, 설렘은 시린 겨울과 함께 더욱 겹겹이 가려져 그 기억조차 희미하다. 종식의 순간을 기다리던 지난 1년, 앞으로 얼마나 더 긴 적막과 함께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지만, 희망을 놓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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