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프티 피플’, 50명의 사람들.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호기심을 유발하는 이 제목은 사실 굉장히 직관적인 타이틀이다. 이 책은 수도권의 한 대학 병원을 중심 배경으로 삼고 그곳을 둘러싼 50여 명의 이야기를 모두 그려낸다. 즉, 제목 속 ‘피프티 피플’이 모두 각자의 시점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도 기억하기 힘든, 이 수많은 주인공들을 다루기 위해 작가는 독특한 소설 형식을 취했다. 모든 인물은 한 병원 안팎에서 같은 시공간을 공유한다. 이전 이야기에서는 조연 혹은 스쳐지나가는 엑스트라처럼 언급되었던 인물이 이후 주연으로 다시 출연하기도 한다. 단편인 듯, 연작인 듯, 선뜻 규정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50여 명의 주인공들은 평범한 사람에 가깝다. 특별하고 강렬한 ‘주인공’이 아니라, 어디에나 있을 법한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닮아 있다. 정세랑 작가는 계층, 인종, 성별, 연령까지 최대한 다양한 등장인물을 의도적으로 묘사했다고 밝혔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50명 중 누군가에게 익숙함을 느낄 수도, 어쩌면 동질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등장인물들은 때로는 죽음과 같은 거대한 절망 앞에 좌절하기도 하고, 아주 사소한 순간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각각의 인물을 그려내는 하나의 이야기는 길어봐야 10매 내외지만, 50명의 주인공들은 열 페이지 남짓한 그 사이에 그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연재를 하는 동안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50명의 얼굴이 아는 사람의 얼굴처럼 선명해졌습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처음에는 낯설던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점점 내 이웃처럼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이야기가 가져다주는 메시지는 독자가 그들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나뉜다. 위안이 될 수도, 슬픔과 답답함이 될 수도, 작은 기쁨 또는 완전히 다른 그 무언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의 인생이 마지막까지 희극일지 비극일지는 알 수 없다. 우리는 다만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우리네와 닮은 이 ‘피프티 피플’들을 응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