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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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소미 기자
  • 승인 2021.05.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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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사진 제공 = 문학동네 홈페이지)
(사진 제공 = 문학동네 홈페이지)

21세기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가 출간 6개월 만에 10만 부 이상 판매를 돌파했다. 알라딘에서는 2020 올해의 한국문학 1위로, 예스24와 교보문고 등에서는 2020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세랑 작가는 2010년 장르문학잡지 <판타스틱>에 등단했다. 2015년에 출판한 ‘보건교사 안은영’이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이름을 더욱 알렸다. 정 작가의 소설은 외계인과의 로맨스, 거대 지렁이의 침공 등 독특한 상상력과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여 독자들에게 매번 큰 깨달음과 놀라움을 안기고 있다.

대개 많은 사람들은 ‘시선으로부터,’라는 제목을 보고선 ‘눈이 가는 길 또는 눈의 방향’을 의미하는 시선(視線)과 관련된 책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사실 ‘시선’은 정세랑 작가가 설정한 주인공 ‘심시선’을 지칭한다. 즉, 이 책의 제목은 심시선으로부터의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그렇지만 시선을 시선(視線)의 측면으로 바라보는 추측을 틀렸다고 할 순 없다. 책을 읽다 보면 심시선의 시선으로부터 세상을 바라보고, 기억하고, 추억하고 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가족을 잃고 하와이에서 홀로 살아가는 시선은 마티아스 마우어에게서 함께 독일로 떠나자는 제안을 받고 이를 수락한다. 그러나 강압적인 면모를 숨기고 있던 마티아스에게서 폭력을 당하고 누드모델 강요를 받게 되면서 그를 떠난다. 마티아스는 시선의 배신을 견딜 수 없다며 자살한다. 이에 시선은 유망한 화가를 죽인 여성으로 낙인찍힌다.

‘시선으로부터,’는 이러한 과거를 가진 시선이 사망한 지 10년 만에 특별한 제사를 준비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심시선은 살아생전에 제사를 강경히 거부했었다. 이 때문에 남성들의 전통적인 사고를 반대하는 기가 센 별난 여성이라는 소리도 들었었다. 그러나 시선의 가족들도 시선의 뜻을 따라 형식적인 제사를 지내려고 하지 않았다. 시선의 시선(視線)과 추억을 따라가며 그가 좋아했을 법한 물건이나 경험을 제사상에 올리는 식의 제사를 진행했다.

시선의 딸과 손녀들은 심시선에게서 물려받은 시선으로부터 무언가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을 얻은 여성들로 상징된다. 그들로 인해 심시선은 폭력적, 권위주의적인 남성 중심의 봉건적 사회 제도를 깨뜨리고자 했던 여성으로, 20세기의 불편함과 부조리를 글로 엮어내고자 했던 여성으로 드러날 수 있게 된다.

정세랑 작가는 ‘시선으로부터,’가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20세기의 여성들을 위로해 주고 싶었고, 그들의 위대함에 감사하며 사랑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또한, ‘시선으로부터,’라는 제목에 쉼표를 붙임으로써 심시선으로부터 시작된 변화가 21세기에도, 22세기에도,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계속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을 표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정세랑 작가가 여성의 희생이 당연시되던 세상에서 자기 자신, 커리어, 권리를 지켜내고자 스스로를 박살 내거나,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들이 반복되는 것에 지친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캐릭터들의 삶에서 조금씩 극복하고, 나아가며 살아가는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내며 소설을 마무리 지어 좋았다.’라고 평을 남겼다.

세상의 부조리함에, 여성이 나약하다는 말에 힘 없이 무너지지 않는 정세랑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시선으로부터의 세계를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시선으로부터,’를 접하는 순간 세상을 나아갈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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