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영화 '말모이' 포스터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news/photo/202106/3542_2841_161.jpg)
영화 ‘말모이’는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지켜낸 애국지사들의 사전 편찬기를 다루고 있다. ‘말을 모은다’는 의미의 ‘말모이’는 영화의 제목인 동시에, 조선어 사전의 근간이 된 원고 이름이기도 하다.
■ 줄거리
주인공 김판수는 소위 말하는 ‘까막눈’에, 생계 때문에 도둑질을 하지만, 자식들에게는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가장이다. 전과 경력이 들통나 소일거리를 맡아 일하던 극장에서 해고를 당하자, 판수는 아들의 학비 마련을 위해 소매치기를 하게 된다. 이때 조선어학회 회장인 류정환의 가방을 노리다가 조선어학회와 인연을 맺게 된다.
조선어학회에서 심부름을 하던 판수는 조금씩 조선어학회의 열정에 감화되며, 한글을 배우고 소설 ‘운수 좋은 날’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언어의 중요성을 느낀 판수는 적극적으로 조선어 사전 편찬에 동참한다.
조선총독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사전 편찬을 이어나가던 조선어학회는, 치안유지법 1조 내란죄라는 명목으로 검거당해 온갖 고초를 겪는다. 판수는 아들의 걱정어린 만류에 활동을 그만두려고 고민하기도 하나, 사전 원고를 지키기로 선택하고 결국 목숨을 잃는다. 해방 이후 판수가 감춘 원고가 발견되고, ‘조선말 큰 사전’이 발간된다.
■ 관전 포인트
영화 ‘말모이’의 세 가지 포인트를 주목해보자.
첫 번째 포인트는 시대적 배경이다. 영화는 194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 정책은 내선일체론, 창씨개명, 신사 참배 등 민족말살정책으로 이어졌다. 일본은 일본어를 국어로 하는 ‘국어 상용화 정책’을 실시해 조선어 교육을 완전히 폐지하는 등 조선의 민족의식을 짓밟았다. 이런 상황에서 끝까지 우리말을 지키고 보존한 애국지사들이 있었던 것이다. 영화 ‘말모이’는 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두 번째 포인트는 영화의 등장인물 및 사건이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허구라는 점이다. 해방 이후 경성역 창고에서 어떻게 조선어사전 원고가 발견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영화는 사전 편찬을 시도했던 실제 기록들을 바탕으로 김판수와 류정환 등 허구의 인물을 창조해 새롭게 서사를 그려나갔다. 극장에서 비밀리에 개최된 것으로 묘사된 사투리 공청회는 실제 온양온천의 예배당이나 의원 등에서 진행한 것을 각색한 것이며, 작중 1권으로 표현된 조선말 큰 사전은 실제 6권 분량으로 발간되었다.
세 번째 포인트는 주요 인물 두 사람이 가지는 의미다. “말은 민족의 정신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입니다.” 영화의 명대사로 꼽히는 이 대사는 14년 동안 조선어학회를 운영하며 사전 편찬을 주도했으나 월북으로 인해 알려지지 못한 ‘이극로’라는 인물의 말이다. 영화는 류정환이라는 가상인물을 통해 ‘이극로’를 알리며, 조선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애국지사들의 삶을 재조명한다.
동시에 김판수라는 인물을 통해서 독립운동에서 평범한 민중의 각성과 헌신을 보여주고 있다. 김판수는 비록 허구의 인물일지라도, 실제 우리 역사에서도 김판수와 같은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이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다.
■ 총평
‘말을 모으다, 마음을 모으다, 뜻을 모으다’, 영화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는 캐치프레이즈는 진한 여운을 남긴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분노하며, 영화 ‘말모이’가 여러 감정과 함께 그려내는 장면들은 단순히 한글이라는 문자를 보호하자는 막연한 말을 전달하기 위함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한글에 담겨 있는 민족정신과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한글은 누군가의 희생과 투쟁 하에 지켜졌던 것이다.
호국보훈의 달 6월, 말모이가 보여주는 뜨거운 역사를 함께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