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에 귀천 없는 효행 ‘양수척 효자비’
신분에 귀천 없는 효행 ‘양수척 효자비’
  • 심은진
  • 승인 2012.06.04 1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북 속 전설 찾기 여행(Ⅰ) 효도 이야기

  ‘충북 속 전설 찾기 여행’은 이주영 교수의 「충북의 전설 읽기」책을 바탕으로 연재된다. 전설이 깃든 곳을 기자가 직접 찾아 경험하고, 이 교수와 함께 전설 속에 숨겨진 교훈을 배워본다. 장소는 충북 지역으로 한정되어 있어 여행지로도 큰 무리가 없다. 고전문학을 그저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오감으로 배울 수 있는 ‘충북 속 전설 찾기 여행’, 첫 전설 여행을 떠나보자.

▲ 조용한 비선거리에 홀로 서 있는 양수척 효자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르는 5월. 지난 달 8일은 부모님께 사랑을 전하는 ‘어버이날’이었다. ‘어버이날’이 생긴 배경은 예부터 유교사상에 기반을 둔 ‘孝(효)’ 사상이 크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효의 덕목을 강조한 事親以孝(사친이효), 부모에 대한 효를 잘 보여주는 <심청전> 등은 현재까지 큰 교훈을 준다. 우리 주변에 ‘효’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서는 효행에 관한 전설, 상징물 등을 찾을 수 있다. 지명이나 비석, 문학 등에 효행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러한 흔적에 대해 국어국문학과 이주영 교수는 “효도가 완성되려면 효행에 대한 주변의 인정이나 보상이 뒷받침되어야한다”고 말한다. 보상이나 인정을 받기 위해 효도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부모와 자녀 사이의 사적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효’를 여러 사람에게 동의를 얻을 구체적 수단인 공인된 대상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교수의 말처럼 효자 효녀의 행실을 사회적으로 공인한 흔적은 현재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다.


  충북, 청주에서도 효행의 흔적을 찾기에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청주시 상당구 운동동에 있는 양수척 효자비(시·도 기념물 제 145호)가 그것이다. 양수척 효자비에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백정인 양수척은 조선시대 때 비선거리에 두 아우와 노모와 함께 살았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평판이 좋지 않았고 늙은 어머니에게도 효도를 하지 않았다. 항상 형제를 걱정하던 어머니가 드러눕게 되자 양수척 형제는 고려장을 하려고 했다. 이 소문을 듣고 남일면 효촌리에 살던 경연이 찾아와 형제를 꾸짖었다. 이들은 크게 깨닫게 되어 이후 노모에게 극진히 효행을 하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전설을 따라 기자는 양수척효자비를 찾았다. 찾아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육거리정류장에서 한국병원 방면으로 가는 921번 버스를 탔다. 운동교를 지나 백운동정류장에서 내렸다. 물이 흐르고 있는 조용한 비선거리 길을 10분 정도 걸으면 양수척 효자비가 나온다. 담쟁이덩굴이 늘어져있는 집 바로 옆에 서 있는 양수척 효자비는 거창하지 않고, 길가 옆에 초라하게 서있는 모습이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비문에는 ‘양수척효자비(揚水尺孝子碑)’ 라고 써있다고 하는데, 기자가 본 비석의 비문은 비와 바람에 닳아 읽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 교수는 양수척 효자비의 의미를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본다. “양수척 효자비는 백정이라는 집단에 소속된 양수척의 효행을 기리는 의미가 있다”며 또 “경연의 효행이 양수척 집단을 감화시킬 정도로 대단했던 것이라고 공인하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초라한 양수척 효자비에 비하면 전설 속에 나오는 경연의 효자비의 모습은 화려하다. 비각이 설치되어 많은 사람이 찾는 경연 효자비와 달리 양수척 효자비는 외롭게 비선거리에 서있다. 조선시대 때 최초로 천민에게 내려진 ‘양수척 효자비’. 효행의 뜻은 같지만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두 비석에도 신분의 계급차이가 보인다. 하지만 효를 다하는 데 있어서 신분은 전혀 장애될 것이 없다.


  부모님은 자식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준다. 자식 또한 낳아주신 부모님에게 효를 다하는 것이 마땅하다. 사람마다 사회적 지위, 재력 등으로 순위가 매겨진다. 하지만 효도의 깊이는 깊고 낮음이 없기 때문에 측정할 수 없다. ‘양수척 효자비’에 얽힌 전설을 읽고, 천민이지만 누구보다 극진했던 양수척의 효행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 다음호 연재는 ‘사랑’이 깃든 <옥천 문바위 전설>을 찾아 옥천으로 떠납니다. 학우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