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내 ‘왕따’ 사건과 우리사회의 새도-매저키즘
아이돌 그룹 내 ‘왕따’ 사건과 우리사회의 새도-매저키즘
  • 서원프레스
  • 승인 2012.08.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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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티아라를 탈퇴한 화영(왼쪽 첫 번째)과 티아라 멤버들
 최근 아이돌 그룹 ‘빅뱅’에 소속해 있는 ‘K군’의 대마초 사건과 ‘2PM’의 멤버인 ‘N군’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불구속기소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공인’(公人)의 신분에 걸맞은 모범적 태도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그들에 대한 ‘역할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사실에 대해 사회적으로 비판이 가해지고 있는 것도 공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인기 연예인들의 이러한 일탈행동과 관련해서 필자는 “그들이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인기를 얻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적인 일과 연관된 ‘공인’에 속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판단시비 이외에는 이러한 문제가 커다란 사회적 쟁점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매스컴의 대규모 확산과 대중적 연예인들의 등장 이후 이러한 사건들이 반복적으로 되풀이되었기 때문에 윤리-도덕적 쟁점들에 대한 우리들의 반응 감수성이 무뎌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것은 사회적 쟁점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필자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이름을 확산시키던 걸 그룹 '티아라'가 그룹 내 ‘집단 괴롭힘’(bullying) 또는 이른바 ‘왕따 문제’로 연일 인터넷과 언론매체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최근의 사건을 보면서 필자는 이것이 우리사회의 중요한 사회적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사건이 최근 집단 따돌림에 의한 자살(?)이 대단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회적 환경과의 연관성 속에서 해석되었고, 집단 괴롭힘(bullying)에 의한 자살(suicide)은 가학성의 결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집단적 타살’--이와 관련해서 bullyingcide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로 인식하는 사회적 공분이 분출되는 상횡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경제학자이자 계몽주의적 도덕 철학자였던 스코틀랜드의 애덤 스미드(Adam Smith)가 지적했듯이 사회생활의 도덕적 기초는 ‘공감의 원리’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집단 괴롭힘’은 공감에 대한 의도적인 부정이라는 점에서 지극히 반사회적인 행위이다. 그리고 이른 바 ‘왕따 문제’는 집단내의 특정 구성원을 배타적 고립자로 몰아세우고 최소한의 자기 방어 수단마저 박탈해 가면서 다수가 연합하여 그 특정인을 가학적 공격 행위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이다. 따라서 ‘자아실현설'로 유명한 사회심리학자 칼 로저스(Karl Rogers)가 “타인에 대한 공감, 특히 고통 받는 타인에 대한 공감은 강한 이타적 행동을 유발하며, 타인이 상처입고 곤경에 처해 있을 때 강한 공감적 유대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걸 그룹 티아라가 공분의 표적이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집단 괴롭힘의 진위여부와 관련된 잡음도 많이 일어났다. 그런데 필자가 정작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이 사건 이후의 대중들의 반응이다. 피학대 대상자로 거론된 ‘화영’이라는 아이돌에 대한 과도한 공감이 확대되면서 급기야 다른 구성원들이 가학자들로 거론되다가 이제는 그들이 대중들에 의해 집단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할 정도의 사회적 파열음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 올림픽 펜싱 경기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고통 받았던 한 선수의 처지를 티아라의 왕따 사건과 결부시키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가학성향을 지닌 것으로 인식된 대상에 대해 대중이 최종적인 심판자가 되어 티아라 그룹을 사회적으로 매장하려는 움직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일원이었던 사회학자 에릭 프롬에 의하면 나치의 권위주의는 네크로필리아(necrophilia : 인간의 파괴적인 본성)에 의해 유발된 것으로서 가학성(Sadism)과 피학성(Masochism)이 결합하면서 새도-매저키즘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던 것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우리가 왕따에 대해 공분을 느끼면서도 어느새 우리가 가해자를 왕따시키곤 하는 관행에 젖어들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피해대상자들은 저항하지 못하고 숨어버리고 가해자의 가학성향이 우리사회에 일상화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만드는 것, 이것이 필자의 우려로만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

박 희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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